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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모자의 비극을 ‘역겨움’의 정서로 강렬하게 전달하다 [24th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항상 배가 고픈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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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30 [09:36]

[씨네리와인드|곽은비 리뷰어] <항상 배가 고픈 조>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애정 결핍을 식욕과 연결지어 역겨움의 정서로 풀어낸다. 아들 조와 엄마 로라, 이 둘을 둘러싸는 기괴함과 공포는 메스꺼움을 일으키는 공간의 미쟝센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배우들의 연기로 구성된다. 음식물 쓰레기장 같은 조 주변의 공간과 마치 짐승과 같은 조의 폭식 행동, 로라가 아들 조를 볼 때의 혐오와 공포를 담은 얼굴이 그렇다.

 

조의 폭식 행동은 병적이다. 먹는 양이 비정상적으로 많다. 음식을 발견하면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먹어 치운다. 마치 짐승처럼 손으로 허겁지겁 먹기에 그가 있는 공간은 바닥부터 벽까지 음식물로 잔뜩 더럽혀진다. 화면에서는 역겨운 냄새가 나는 듯 하다. 말 한 마디 없는 그의 모습은 일정한 반면에 자라면서 점점 먹으려는 양은 계속 늘어난다. 쓰레기장에 있는 음식물, 토사물을 먹더니 심지어는 식인까지 하는, 점점 더 기괴하고 충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조의 그로테스크한 모습과 그에 대한 혐오를 바탕으로 한 로라의 폭력적인 행동이 전체적으로 공포감을 형성하고 있다.

 

▲ '항상 배가 고픈 조' 포스터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오프닝 씬은 두 남녀가 새 집에 온 기념으로 찍은 듯한 비디오 영상으로 시작된다. 둘은 웃음꽃이 만발하여 다정한 모습이다. 잠시 후 짧게 등장하는, 어두운 화면에 무언가 활활 불타고 있는 장면은 이 가정에 곧 위기가 닥칠 것을 예감하게 만든다. 곧 남편의 모습은 영영 사라진 채 이 집에는 두 모자, 로라와 조만이 남고 이 둘의 기괴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홀로 조를 키워야 하는 로라는 삶의 모든 의욕을 잃은 듯 표정이 없다. 그런 그녀가 자식을 사랑하는 눈빛으로 조를 보는 장면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로라는 애초부터 조를 잘 쳐다보지도 않는다. 따뜻한 애정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하는 조는 젖먹이 때부터 식욕이 왕성하여 나날이 더욱 커져간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늘 말없이 게걸스럽게 음식을 손으로 잔뜩 입에 욱여넣고 있는 모습이다. 조의 비정상적인 폭식 행동과 이에 몸서리치는 로라의 냉랭하고 폭력적인 행동이 반복되며 화면의 그로테스크함, 역겨움, 공포는 극한으로 계속 달려간다.

 

엄마의 사랑을 갈망하는 아들과 아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의 비극

이 둘의 관계를 한눈에 파악하게 하는 장면이 있다. 후반부의 또 하나의 충격을 가져다 주는 씬이다. 이전에는 보통 플레이팅이라고 할 수 없이 식탁에 음식이 무질서하게 마구 쌓인 채 조가 혼자 음식을 먹곤 했다. 반면에 이 장면에서는 둘은 함께 식탁에 앉아 있고 각자 앞에는 로라가 플레이팅까지 한 1인분의 요리가 놓여 있다.

 

부엌의 긴 테이블 양 끝에 앉아 멀리 떨어져 있는 둘의 모습이 한 화면에 풀숏으로 담긴다. 파란 조명은 집 안 서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다음 화면에서는 로라와 조를 각각 보여주는데 이 둘의 대조되는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여느 때와 같이 손으로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있는 통통한 조. 그리고 음식 한 번 건드리지 않고 지친 얼굴로 조를 응시하기만 하는 로라의 아주 깡마른 얼굴.

 

여전히 음식을 손으로먹어 치우는 조의 모습으로 인해 화면은 다시 비정상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그에 대한 혐오는 한풀 꺾인 듯 하지만 여전히 그를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하고 있는 로라의 얼굴로 인해 그 공간 안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조가 이때 먹다 말고 로라를 보며 처음이자 마지막 대사를 말한다. “사랑해.” 그 직후 로라가 자신의 접시에 구토를 한다. 그녀는 자신의 반응에 스스로도 당황하며 조에게 미안해.”라며 사과를 하더니 자리를 벗어나 버린다. 그녀가 청소 도구를 들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섰을 때 조의 충격적인 행동을 발견하고 멈칫한다. 조가 식탁 위에 올라가 로라의 토사물을 손으로 집어 먹고 있는 모습이 풀숏으로 나온다. 이렇게 조의 행동은 점점 애정결핍에 목마른 듯 극한을 향해 간다. 그런 그에게 혐오와 공포의 감정을 가지는 그녀는 더욱 그가 감당하기 힘들다. 사랑을 갈망하는 아들과 아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의 비극인 것이다.

 

▲ '항상 배가 고픈 조' 스틸컷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엄마 로라, 불안정하고 복합적인 태도

관객은 이상한 조의 모습을 보면서 부모로서의 책임이 있는 그의 엄마 로라에게 집중한다. 로라의 태도는 다소 복합적이다. 늘 그가 먹을 음식을 준비해 두고 간밤에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취하다 맞은 총알을 제거해준다. 무엇보다 그녀는 그를 버리지 않는다. 정신병원에 데려가 진료를 보게 하고 냄새가 난다며 피가 날 때까지 씻기는 그녀는 분명 그를 신경 쓴다.

 

그를 신경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사랑할 수도 없다. 그녀는 그에게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먹던 음식이 목에 걸려 질식해 금방 죽을 상황에 놓인 그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거나 그가 잘 때 칼을 가지고 방에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그를 죽이지 못한다.

 

로라에 대해 주의깊게 볼 점은 바로 남편이 떠나고 조가 어릴 때부터 아주 지친 얼굴을 하며 표정을 잃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녀의 심리는 분명 불안정하다. 바랐던 행복한 가정의 모습은 일그러진 상태이고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

 

이러한 로라의 불안정하고 냉랭한 심리와 조에 대해 갖는 당혹스러운 감정이 로라의 얼굴로 표현된다. 카메라는 조의 얼굴보다 로라의 얼굴을 훨씬 자주 보여준다. 조가 화면에 담길 때에는 주로 풀숏으로 그의 몸 전체가 나온다. 카메라가 좀더 조에게 거리를 두어 관찰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반면에 로라가 화면에 담길 때는 카메라가 인물에게 가까이 가 그녀의 표정을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로써 영화는 좀더 로라의 감정에 집중하게 만들고 로라와 같이 조를 관찰하게 만든다.

 

▲ '항상 배가 고픈 조' 사진  ©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들 조, 비난보다는 안타까움의 대상

관객에게까지 분명 혐오감을 일으키는 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난보다는 안타까움의 대상이 된다.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해 엇나가는 자녀는 영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재이다. 많은 작품에서 이들은 공격성과 폭력성을 띠고 있다. 심지어는 살인을 저지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엄마의 사랑을 갈망하던 아들이 살인까지 저지르는 폭력성을 보이는 <케빈에 대하여>가 있다. 이들을 보는 관객이 이들의 가정환경에 대한 안타까움만을 느끼기에는 이들이 한 행동의 죄가 크다.  폭력은 절대 이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을 볼 때 연민보다는 비난의 시선이 작용한다.

 

하지만 조는 다르다. 그의 폭식 행동은 과격해 보이기는 하지만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전혀 없다. 심각한 폭식은 오히려 자해 행위이다. 으슥한 곳에서 음식을 주워 먹다 낯선 이에게 총까지 맞는 그는 타인을 해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이 다친다. 그는 엄마에 대한 원망을 내비치거나 엄마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일이 없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조용히 자신을 파괴시키는 행동만 할 뿐이다. 화면에서 포착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의 의 성장이다. 그런 그가 아무리 역겨운 모습일지라도 그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영화의 대담한 두 가지 시도

<항상 배가 고픈 조>의 대담한 두 가지 시도를 꼽자면 이렇다. 첫 번째로, 눈에 잘 드러나기 힘든 추상적인 개념과 그것이 미치는 영향을 생생히 가시화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감각으로 체험하게 한다. 조의 애정결핍과 사랑에 대한 갈망, 로라의 무기력함, 무관심, 두려움과 혐오. 그리고 그것들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시각, 청각, 미각 등의 다양한 감각으로 강렬하게 느껴진다.

 

특히 애정 결핍을 식욕으로 표현해낸 것과 모자의 비극적인 관계를 역겨움의 정서로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에서 역겨움은 조의 부모에 대한 애정 결핍 그 자체를 상징함과 동시에 조의 사랑에 대한 갈망에 대해 로라가 느끼는 부담감과 혐오를 나타낸다.

 

두 번째로, 러닝타임이 진행될수록 계속 새로운 더 큰 공포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정된 인물과 공간으로도 러닝타임 끝까지 관객의 흥미와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않는다. 오프닝에서 등장한 무언가 불타고 있는 장면은 러닝타임 내내 이따금씩 계속 등장하고, 영화는 점층적으로 인물의 행동과 새로운 사건의 충격이 더해진다. 두 모자는 결국 엔딩에서 각자 극한의 파괴에 이르고 만다. 결국 로라는 파멸하고 혼자 남겨진 조는 타인에 대한 공격성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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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은비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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