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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갈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을 위한 '지식 편의점'의 등장

[서평] 이시한, '지식 편의점; 생각하는 인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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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7-31 [15:50]

▲ '지식 편의점' 표지  © 흐름출판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편의점은 대형마트에 비해 공간적으로 협소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비한 공간이다. 한밤 중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을 때, 편의점은 유용한 공간이 된다. 세계화와 인터넷을 통한 정보 공유의 활성화는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장을 형성했지만, 어떤 지식이 중요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게 만드는 어둠을 가져오기도 했다. 전문분야와 관심사가 세분화 되면서 핵심을 판단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일상생활에 핵심적인 물품만 있는 편의점처럼, ‘지식 편의점은 지적인 현대인을 위한 핵심적인 지식을 전달해주는 책이다. ‘생각하는 인간 편은 인문학적인 지식을 18권의 도서를 3단계에 나눠 소개한다. 질문하는 인간, 탐구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으로 나눠진 파트는 인문학의 발달과 연관되어 있다. 인문학의 핵심은 인간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어디서부터 왔고, 어떻게 존재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첫 번째 파트의 질문하는 인간은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인간이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아이들은 질문이 많다. 지식의 베이스가 잡히지 않아서다. 인문학의 핵심인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고, 어떻게 인간이란 종으로 발전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 , ’,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인간의 시작을 말한다.

 

사피엔스는 고대 인류에도 여러 종이 있었으나 사피엔스 종이 살아남은 이유를 학살에서 찾는다. 인류 역시 자연의 속성처럼 적자생존의 원칙에 따라 생존경쟁을 벌였던 것이다. 때문에 인류가 자연을 지배하는 특별한 종이 아니라, 자연의 원리와 구조 속에서 경쟁에서 승리한 종임을 밝힌다. 대신 인류는 자연 설계가 아닌 지적 설계를 택하며 지구의 모습을 바꿔간다. 한 마디로 지구란 유기체의 움직임을 인간이 통제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코로나 바이러스다. 과거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20억 인구 중 1억 명이 죽임을 당한 것과 비교할 때, 인류는 이 바이러스 앞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인구와 환경 파괴, 세계화에 몸살을 앓던 지구가 내린 재앙으로 생각했지만, 자연 설계에 따라 지구가 원하는 대로 종의 탄생과 파괴가 이뤄졌던 이전과 달리, 자연 위에 서는 지적 설계로 인류는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다만 이런 위기의 극복은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구의 자연은 한정되어 있는 반면,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농업혁명 이후 인류는 늘어난 인구수에 대비해 사회를 구성했는데, 이 사회가 갈수록 비대해지면서 지구가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작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져스시리즈에 등장한 악역 타노스를 예로 들며 인류의 위기를 지적한다.

 

이전 악당들의 경우 지구를 정복하고 인류를 지배하는 걸 꿈꾼 반면, 타노스는 인구의 절반을 없애고자 한다. 공생을 위해 희생을 택한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학자들은 계속해서 예측해 왔다. 산림의 파괴와 세계화, 의학기술의 발달이 바이러스를 더 빠르고 넓게 퍼뜨릴 거라 생각했고 이는 현실화가 되었다. 이 작품을 비롯해 소개된 도서들은 인류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두 번째 파트의 탐구하는 인간은 학창시절 공부를 떠올리면 간단하다. 학창시절의 주입식 교육은 학문이 발전해 온 길을 따라가면서 핵심적으로 배워야할 내용들을 익힌다. 인류의 시작을 알았다면, 그 발전의 과정 역시 알아야 한다. 인문학은 역사, 문학, 철학 등 인간과 관련된 학문 영역을 말하는데, 이 영역들이 시대에 따라 어떤 모습을 지니고 발전해 왔는지 알아야만 인문학을 논할 수 있다.

 

플라톤의 국가는 서구 사회 국가의 뼈대를 다진 책이다. 이상적인 사상을 품은 플라톤의 이 책은 정의로운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인간이 지닌 양면성으로 인해 국가가 지녀야할 정신과 방향을 설명한다. 인간은 몰라도 국가는 그런 방향을 지니고 나아갈 힘이 있기 때문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신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의 변화를 말한다. 유럽의 역사에서 핵심은 기독교 중심의 사상이다.

 

유럽을 지배했던 기독교 사상은 절대왕권 이후에도 유럽 사회의 질서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들이 행한 지식의 독점과 기독교적 율법의 강조는 인간보다 신을 중심에 두는 아쉬움을 보였고, 교회의 타락은 부패한 사회를 만들어냈다.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인해 기독교 사회가 무너지면서 이후를 준비해야 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신의 시대가 끝난 시점에서 군주는 어떻게 국민을 다스려야 하는지를,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신이 아닌 인간으로 이뤄진 사회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이 파트에서 흥미로운 작품은 로빈슨 크루소. 모험 소설로 보이는 이 작품이 인문학의 뼈대에 있어 중요한 작품이라는 의문이 들게 만든다. 이 작품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신을 담고 있다. 무인도에 난파된 로빈슨 크루소는 청교도 박해를 의미한다.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떠난 초기 개척자들 중에는 이런 종교적인 박해를 피해 떠난 이들이 다수였다. 여기서 신기한 건 로빈슨 크루소가 무려 28년 간 무인도에서 많은 걸 이룬다는 점이다.

 

그는 흑인 원주민 프라이데이를 개종시켜 자신의 종으로 삼고, 무인도의 지배자가 된다. 나중에 그가 이 무인도에 온 배에 갇힌 선장 일행을 도와 탈출하는 장면은 로빈슨 크루소가 28년 간 무인도를 요새화시킨 힘을 보여준다. 이런 로빈슨 크루소의 정신은 프로테스탄티즘과 연관되어 있다. 기존의 기독교 정신이 신을 섬기며 가진 것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주는 반면 프로테스탄티즘은 열심히 노력하면 더 많은 걸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 기존의 기독교는 부의 축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프로테스탄티즘은 이 역시 신의 축복이라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로빈슨 크루소의 모습은 기존 기독교의 질서에서 벗어난 인간의 승리를 의미한다. 다만 로빈슨 크루소가 새로운 무대인 무인도를 개척하고 프라이데이를 개종시키는 지점은 식민지 개척에 대한 정당성 부여과 꿈을 꾸게 만든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읽히기도 하는 대목이다.

 

질문과 탐구를 끝내면 세 번째 단계, 생각하는 인간에 접어든다.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인 것이다. 이와 관련된 책들은 자본주의, 공생의 유전자, 미래사회 등을 보여준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이기적 유전자’ ‘멋진 신세계’ ‘코스모스의 네 편의 책이 소개되는데 이 중 눈에 들어오는 건 필독서라고 소문났지만 많은 이들이 읽어보지 않은 이기적 유전자.

 

이 작품은 제목 때문에 오해를 사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 JTBC 드라마의 ‘SKY캐슬의 주인공 예서는 인상적인 책으로 이 작품을 적으며 성공을 하고 싶은 내 마음과 이 책이 일치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왜 인간은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가를 유전자를 통해 밝혀내는 내용을 다룬다. 가끔 우리는 뉴스에서 위기에 처한 이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구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보게 된다.

 

자신의 생명이 걸린 상황에서 인간은 왜 위험한 선택을 하는가. 이는 유전자가 지닌 종의 보존과 유지에 대한 열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새를 예로 들자면, 매 같은 최상위 포식자가 접근했을 때 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새는 소리를 내 다른 새들에게 알린다고 말한다. 이렇게 소리를 내면 그 새는 매의 타깃이 되어 죽을 확률이 높음에도, 자신의 종이 더 많이 살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사회를 구성한 건 더 많은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서고, 아파트란 주거공간이 발전한 것도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우성학을 버리고 복지의 개념을 가져온 것도 더 많은 인간을 생존하게 만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 인간의 이타심으로 보이는 행동은 사실은 종을 유지하기 위한 유전자의 이기심 때문임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의 공생과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류의 유전자가 지닌 목적이 종의 보존과 번식이라면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떤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가. 최근 사회적인 화두인 출산율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건 물론 공동체 사회가 아닌 개인주의 사회로 향해도 행복을 찾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류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전개하게 만들어 준다.

 

지식 편의점; 생각하는 인간 편은 인문학 초보자를 위한 이시한 작가의 배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벤져스, 베어 그릴스 등 오락적인 요소는 물론, 플라톤의 여성관과 E.H.카가 역사란 무엇인가에 수록한 논문에서 일본인의 뿌리가 한국에서 시작되었다는 내용을 통해 지적인 호기심을 더한다. 18권의 고전을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는 능력 못지않게 각 파트마다 작품이 지닌 내용을 흥미롭게 구성하는 짜임새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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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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