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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인 일상 속에서 찾은 특별한 유년시절의 기억

[프리뷰] '남매의 여름밤' / 8월 20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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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8-19 [18:29]

▲ '남매의 여름밤'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우리집’, 김보라 감독의 벌새는 근래 다양성영화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들은 작품들이다.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유년의 기억을 바탕으로 공감의 정서를 불러온다. 이 기억은 보편적인 일상을 통해 특별한 감성을 보여준다. ‘우리들을 예로 들면 친구 사이의 우정과 갈등이란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이 소재가 주는 감성은 섬세하게 다가와 마음을 자극한다.

 

남매의 여름밤은 이런 보편성 속에 특수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옥주와 동주 남매는 아버지를 따라 방학 동안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다. ‘우리 집보다 더 큰 집으로 간다는 아버지의 말에 동주는 신나하지만, 이 모든 게 사업 실패와 어머니와의 이혼 때문이란 걸 아는 옥주는 마냥 마음이 편하지 않다.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와 2층 양옥집에서 지내게 된 옥주네 가족은 새로운 식구를 맞이한다.

 

남편과 갈라선 아버지의 동생, 고모이다. 고모의 합류로 다섯 사람은 마치 가족과도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이 관계는 옥주에게 있어서 동주의 시선처럼 마냥 천진난만하지 않다. 그리고 두 남매보다 더 많은 걸 볼 줄 아는 관객들에게는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동거다. 아빠도, 고모도,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도 누구 하나 온전히 행복하다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가족으로 뭉쳐 찬란한 여름밤을 보낸다.

 

▲ '남매의 여름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작품은 큼직한 사건보다는 상황을 통해 옥주의 감정을 전한다. 다만 이 전달에 있어 강렬한 충돌이나 잦은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다. 후반부 동생과의 다툼을 제외하고 옥주가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은 없다. 대신 고민을 담아낸다. 이 고민은 어머니, , 사랑으로 나눌 수 있다. 옥주는 동주와 달리 어머니를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 하지만 막상 어머니와 마주한 순간, 동주처럼 어리광도 부릴 수도 화도 낼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돈은 아버지와 연관되어 있다. 옥주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싶지만 그럴 돈이 없다. 이에 몰래 아버지가 파는 신발을 직거래로 팔려다 신발이 짝퉁이란 걸 알게 된다. 그 순간 옥주는 자신들의 현재에 대해 실감하게 된다. 그들은 엄밀히 말해서 할아버지 집에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란 걸. 옥주와 남자친구의 사랑은 고모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고모는 사랑에 서툰 옥주에게 어머니의 역할을 해준다.

 

이런 각각의 고민은 옥주가 가족 구성원을 어떻게 인식하고 바라보는지 고민을 품게 만든다. 동주처럼 천진난만한 순간이 지나가면 옥주처럼 알기 싫은 문제들과 직면해야 될 때가 있다. 이 문제가 힘들게 다가오는 건 옥주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있지만 소리를 지를 수도, 아버지의 가난을 알지만 자신이 돈을 벌수도 없다. 옥주 역의 최정운은 발산이 아닌 수렴을 통해 이런 감정을 차곡차곡 쌓는다.

 

▲ '남매의 여름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이런 감정은 한정된 공간에 담겨 여름날이란 시간에 함축된다. 옥주의 얼굴이 보여주는 표정만큼이나 깊은 추억이 하나씩 페이지를 장식한다. 이 추억이 모일 수 있는 이유는 공간에 있다. 이 공간은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남매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아버지의 봉고차는 남매를 뜨거운 햇빛과 더위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더운 길 위를 걷게 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작지만 확고한 사랑이 느껴진다.

 

할아버지의 2층 양옥집은 아늑한 느낌과 함께 다섯 명의 대식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 특히 2층이 옥주의 방이라는 점에서 옥주가 가족을 관찰하고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심리를 공간으로 표현한다. 옥주와 동주가 잠을 청하는 방 안에 처진 모기장은 남매를 비롯해 가까운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 또 모기장 안에서 친밀함이 피어난다는 점에서 가족 간의 사랑이 스며드는 공간이자 가장 작은 단위의 안식처라 할 수 있다.

 

▲ '남매의 여름밤' 스틸컷  © 그린나래미디어(주)

 

이런 공간은 힘겨운 현실 속에서 아이들을 지켜주고자 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표현한다. 봉고차는 아버지, 양옥집은 할아버지, 모기장은 고모의 마음이다. 옥주가 고모와 함께 모기장 안에서 잠을 청한다는 점에서 각 공간은 세 명의 인물과 연결점을 지닌다. 아버지의 가난, 할아버지의 질병, 고모의 불화 속에서도 아이들만큼은 행복한 추억을 지니고 성장하길 바라는 간절함을 담아낸다.

 

남매의 여름밤은 여름의 무더위처럼 뜨겁고 고통스런 성장통을 겪는 남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별과 죽음 앞에서 한층 더 성숙해진 남매의 모습은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련함을 보여주며 감정을 자극한다. 보편적인 우리의 이야기 속에 담겨진 특별함을 발견하는 매력을 지닌 이 작품은 툇마루에 누워 솔솔 불어오는 여름 밤바람에 잠에 빠질 것만 같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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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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