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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주는 기괴한 공포

[프리뷰] '기기괴괴 성형수' / 9월 9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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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9-07 [13:47]

▲ '기기괴괴 성형수' 포스터  © (주)트리플픽쳐스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인류는 역사적으로 ()’를 추구해 왔다. 아름다움에 대한 경탄과 숭배는 인간의 자연스런 본능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00년대 초 강도가 얼짱이라는 이유만으로 팬클럽이 생기고 무죄를 주장하고 언론에서 몸짱 열풍이 불었던 시대와 현재가 다를 바가 없다. 뷰티나 헬스를 소재로 한 크리에이터들이 대세가 되고 미모를 무기로 한 개인방송 BJ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린다. ‘기기괴괴 성형수는 이런 미의 가치에 함몰된 사회의 모습을 소름끼치게 담아낸다.

 

네이버 웹툰 기기괴괴의 에피소드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공포에 사회상을 담아낸다. 공포는 익숙하지만 낯설게 느끼는 대상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어둠은 불을 끄면 나타나는 익숙한 현상이지만 어둠 속 세상에 익숙하지 않기에 낯설게 느껴진다. 시골 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정겨운 향수를 유발하면서 폐가나 숲속은 낯선 공포를 유발한다. 이 작품은 그 대상을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로 설정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예지는 뚱뚱한 체형에 못생긴 외모를 지니고 있다. 어린 시절 발레를 했던 그녀는 뛰어난 실력에도 1등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외모 때문임을 알게 된다. 어렸을 때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음을 느낀 예지는 불행한 삶을 살아간다. 그녀의 유일한 낙은 자신이 관리하는 미모의 여배우 미리의 기사에 악플을 다는 것이다. 예지의 집에 걸린 상장과 발레를 하던 시기의 사진은 그녀의 좌절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 '기기괴괴 성형수'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2000년대 방영된 한 단막극에서는 뛰어난 능력과 많은 자격증을 지녔지만 얼굴이 못생겼다는 이유로 취업을 못하는 여자가 예쁜 여자를 납치하는 내용의 작품이 상영된 적이 있다. 예쁜 여자는 그 자체만으로 호의의 대상이 되지만, 반대로 못생긴 여자는 무시해도 되는 대상처럼 여겨진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현재라고 다를 바가 없다. 요즘은 몸마저 중요해진 시대라 몸매가 뚱뚱하면 자기관리를 하지 않았다며 비난을 받는다.

 

외모에 대한 비판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에 보조출연자가 펑크를 내 홈쇼핑 방송에 출연하게 된 예지는 혐오의 대상으로 몰린다. 그녀가 음식을 먹는 모습은 웃긴 짤방으로 만들어 퍼지며 조롱을 당한다. 그리고 기자들은 그런 예지를 동정이란 명목 하에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가공하고자 취재하려고 든다. 나이든 부모는 어떻게든 예지를 보호하고자 노력하지만 예지의 내면은 점점 더 썩어 문드러진다.

 

그런 예지에게 한 통의 문자가 온다. 소문으로 떠도는 성형수 체험에 당첨되었다는 내용의 문자가. 장난이라 여겼던 그 내용은 실제 집으로 성형수가 배달 오면서 욕망을 이끌어낸다. 성형수는 수술 없이 얼굴을 바꾸는 마법의 물약이다. 물에 성형수를 섞고 20분간 얼굴을 담그면 얼굴이 흘러내린다. 마치 찰흙처럼 된 얼굴은 마음대로 자르고 주물러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미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기기괴괴 성형수'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성형수의 효과를 본 예지는 문자를 보낸 시술사를 찾아가고 완벽한 미녀가 되기 위해 그녀가 요구하는 돈을 건넨다. 예지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 부모 앞에서 여태까지 쌓였던 분노를 토해낸다. 예지의 분노는 외모다. 못생긴 외모를 물려준 부모 때문에 평생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는 예지의 절규는 어쩔 수 없이 억대의 돈을 딸에게 쥐어주게 만든다. 미녀가 된 예지는 여태껏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누린다.

 

이 작품의 공포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예뻐진 예지는 이름을 바꾸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이 행복은 그녀의 집착을 이끌어낸다. 가난했던 사람이 부자가 되면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더 모으려고 한다. 가난이 얼마나 끔찍한지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이기적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그 사람을 파멸로 이끄는 한이 있더라도 돈을 더 벌고자 한다.

 

예지는 성형수로 효과를 본 뒤 다시 성형수에 손을 대다 부작용을 겪는다. 이 끔찍한 사건으로 그녀는 언제든 내 몸이 파괴될 수 있단 불안에 시달린다. 이 불안은 예지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끈다. 힘겹게 행복을 얻은 사람은 그걸 지키기 위해 때론 악을 선택한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공포의 기괴한 표현은 예지의 내면과도 같다. 이 기괴한 내면은 사회의 구조에서 형성된 것이다.

 

▲ '기기괴괴 성형수' 스틸컷  © (주)트리플픽쳐스

 

미를 사랑하는 건 인간의 당연한 본능이다.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예술은 이런 미적 감각과 연관되어 있다. 하지만 과도한 미에 대한 사랑은 미를 지니지 않은 존재를 하찮게 여기는 기묘한 현상을 만들어낸다. 못생기고 작은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을 말이다. 성형수로 예뻐진 예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했듯 미팅하는 남자들을 무시한다. 미모가 권력이 되고 무기가 되는 시대에 미가 어떻게 인간의 가치를 나누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지니지 못한 게 죄가 되는 세상은 공포다. 이 현상 자체가 기괴하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성형수로 얼굴과 몸을 잘라내고 바꾸는 장면은 다소 섬뜩하며 역겹게 느껴진다. 이는 작품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다. 한 강남 성형외과에서는 양악수술로 잘라낸 턱뼈를 쌓아올린 구조물을 전시했다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미모란 권력에 헌신하는 이들이 찬사와 존경을 받는 세상이 이 작품의 기괴함과 무엇이 다른지 의문이 든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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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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