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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종이꽃' 처럼 피어나는 절망 속 희망의 메시지

[프리뷰] '종이꽃' / 10월 22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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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0-16 [18:34]

▲ '종이꽃' 메인 포스터  © (주)스튜디오보난자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에게는 공통된 운명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탄생의 순간이 동일하듯 죽음 역시 정해진 운명이다. 죽음을 인생의 종착역이라 여기면 삶은 허무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죽은 육체를 정성스레 닦고 사람들이 모여 그 넋을 기리는 건 죽음 역시 탄생처럼 중요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종이꽃은 죽음과 가까운 이들이 서로를 통해 삶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커피 향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닌 국민배우 안성기가 까칠하고 엄해 보이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장의사 성길을 연기하며 감정적인 깊이를 더한다. 이 깊이는 작품의 분위기와 연관되어 있다. 죽음을 다뤘다는 점에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적절히 조절하며 삶이 지닌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내고자 한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강한 슬픔과 절망을 표현한다. 성길은 자신이 조문객으로 참여한 장례식을 경험한다.

 

▲ '종이꽃' 스틸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죽음의 빈부격차

 

일본영화 '굿바이'는 죽은 사람의 장례 장면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그 존엄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무게감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건 이런 철학적인 고찰에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영화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다. 왜냐하면 상조회사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돈만 내면 장례준비를 다 해주는 상조회사는 성길의 자리를 앗아간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진 성길은 상조회사에 들어가는 길을 택한다. 의대생이던 아들 지혁이 사고로 걷지 못하게 되면서 그에게는 많은 돈이 필요해졌다. 집세도 내기 빠듯한 형편에 더는 자존심을 부리지 못한다. 하지만 상조회사에 들어가기로 결정하면서 고민거리가 생긴다. 바로 죽음의 빈부격차다. 상조회사 직원은 죽은 사람을 기리는 종이꽃을 접어 관에 넣던 성길을 말린다. 최저금액으로 계약한 고객인데 왜 해주냐는 게 이유다.

 

죽음에 대해 최대한 예의를 차리려는 성길과 달리, 상조회사는 무조건 낸 금액만큼의 서비스만 제공한다. 이런 죽음의 빈부격차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을 수상한 잔칫날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은 무명 MC 경만이 아버지의 죽음 후 장례비를 벌기 위해 잔칫집에 가서 행사를 뛰는 내용을 다룬다. 편육 하나 장례상에 올릴 수 없는 경만의 현실은 죽음에도 돈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는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이 존엄하다면 그 마지막 역시 존엄성을 지켜줘야 한다. 하지만 죽음에서 이런 윤리는 지켜지기 쉽지 않다. 그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성길은 인간에 대한 존엄과 자본의 질서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평생 가난한 사람을 위해 봉사하던 한수가 죽은 뒤, 시에서는 그가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화장을 권한다. 반면 한수와 함께 일하던 직원들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해 광장에서 장례식을 열고자 한다.

 

▲ '종이꽃' 스틸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절망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연대

 

성길의 상황은 우울하다. 평생 신념이라 여긴 직업윤리가 시험에 든 상황과 툭하면 죽고 싶다며 울부짖는 아들 지혁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막다른 길에 몰려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앞집에 은숙과 노을 모녀가 이사를 온다. 은숙은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과 희망을 잃지 않는다. 이런 은숙이 지혁의 간병인이 된 순간, 지혁에게도 한 줄기의 햇빛이 다가온다. 은숙은 지혁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준다.

 

끊임없이 지혁에게 관심을 보이고 말을 걸며 그와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긴 그에게 홀로 휠체어에 오르도록 용기를 북돋아준다. 은숙은 반지하의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을 응시하며 비 오는 날은 비가 와서 좋고, 해가 뜬 날은 햇빛이 비춰 좋다고 말한다. 자신만을 바라보며 모든 상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지혁은 은숙을 통해 밖을 바라본다.

 

그곳에서 바라본 건 아버지다. 은숙은 지혁보다 더 힘든 건 성길일 것이라 말한다. 죽은 사람을 수없이 많이 본 성길이지만 아들의 죽음과는 마주하기 싫을 것이다. 지혁이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성길을 꼭 안아주는 장면은 항상 보호만 받던 아들이 아버지를 보호해주려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성길과 노을의 케미 역시 이들 못지않게 삐꺽거리며 따뜻한 감동을 준다. 당당하게 할 말 다 하는 소녀인 노을의 당찬 모습에 성길은 처음에는 반감을 느낀다. 하지만 함께 고양이 장례를 치러주면서 두 사람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고양이 장례 장면은 죽음의 무거운 무게를 부드럽고 진중하게 노을에게 알려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이별의 순간 슬픔과 공포 속에서 어떻게 떠나보내야 하는지를 성길은 알려준다.

 

은숙과 노을은 작품의 무게감을 줄여준다. 아픔을 지니고 있음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두 사람은 슬픔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면 기쁨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상징한다. 이런 모녀의 모습은 어떻게 살고 있나가 아닌 어떻게 살아가는가의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다. 성길의 경제적 빈곤과 지혁의 사고처럼 말이다. 반면 어떻게 살아가는가는 의지다. 슬픔 속에서도 힘을 낼지 아니면 절망할지 우리는 택할 수 있다.

 

▲ '종이꽃' 스틸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광장의 의미

 

이 어떻게 살아가는가의 문제는 결국 광장이란 공간과 연결된다. 시에서는 미스 월드 대회를 이유로 광장에서의 장례식을 불허한다. 마을의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던 한수의 죽음을 그저 추모하겠다는 것뿐인데 그 작은 소원은 철저하게 외면 받는다. 이 지점은 세월호 참사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광화문 광장에는 죽은 아이들에 대한 추모와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시위를 위해 천막을 쳤으나,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거셌다.

 

그저 죽음을 함께 추모하고 싶은 이들의 모습에서 세월호 당시가 떠오르는 건 우연히 아닐 것이다. 하나의 개인은 무력하지만 개개인이 모인 집단은 힘을 지닌다. 같은 목소리를 내고 감정을 표출하면 그 힘은 기적을 가져오기 마련이다. 성길과 지혁, 은숙과 노을은 개개인이었을 때는 작고 무력했다. 하지만 서로의 존재를 알고 하나가 되는 순간,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한다.

 

종이꽃은 가치가 죽어버린 사회에 따뜻한 꽃을 피우고자 하는 영화다. 죽음마저 가치를 매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혼자 일어설 두 다리를 잃어버린 청춘에,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삶의 끝자락에 몰린 가족에, 자신의 신념을 시험받게 된 이에게 인간된 가치가 아직은 살아있음을 새하얗게 피어난 종이꽃을 통해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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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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