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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영재'였나요

[프리뷰] '디어 마이 지니어스' / 10월 22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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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0-19 [14:00]

 

▲ '디어 마이 지니어스' 포스터  © 필름다빈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8살 윤영이의 소원은 영재가 되는 거다. 일주일에 8개의 학원을 다니고, 수백 권의 책을 읽고, 밤까지 공부를 한다. 그런 막내의 모습을 바라보는 첫째 윤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윤주 역시 과거 윤영이처럼 영재 소리를 들었고, 영재 교육도 받았다. 하지만 현재의 그녀는 어머니 선숙이 투자한 사교육비를 생각할 때 영화감독이란 맞지 않는 꿈을 향해간다. 심지어 그 꿈조차 명확하지 않다.

 

윤주는 자신의 현재가 과거 때문이라 여긴다. 국가 차원에서 진행된 영재교육과 선숙의 과한 교육열이 성공을 잡지 못하고 꿈도 찾지 못한 애매한 자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윤주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으로 8살 동생 윤영을 택한다. 가족의 교육사를 통해 한국사회가 지닌 교육의 문제를 꼬집은 이 작품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영재란 단어를 통해 그 어둠을 보여준다.

 

▲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필름다빈

 

교육의 대물림

 

1990년에 발매된 가수 윤시내의 공부합시다는 한국교육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감독이 이 노래를 택한 건 그 당시가 선숙의 학창시절과 자신의 유년시절이 맞물려 있을 때이기 때문이다. 선숙은 학창시절 공부를 좋아했고 잘했다. 하지만 사회적인 분위기와 집안에 의해 가방끈을 길게 가져갈 수 없었다. 윤주는 어머니가 못 이룬 꿈을 첫째인 자신에게 투영시켰다 생각한다.

 

윤주가 초등학교에 다닐 당시에는 정부 차원에서 영재양성을 주도할 때였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에서는 영재 아이들을 따로 뽑아 영재반을 구성했다. 참고로 나 역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영재반에 뽑혔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각 초등학교 마다 적어도 1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영재로 뽑힌다. 전국의 그 많은 초등학교에서 10명씩. 그러면 대한민국에 영재가 얼마나 많은 것인가. 어린 윤주는 어린 나이에 알게 된다. 자신이 보통의 존재라는 걸.

 

특별할 게 없다는 걸 알고서도 영재교육을 이어갔던 건 수료증 때문이다. 그 수료증을 받아야 선숙이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건 부모의 영향이 크다. 아이는 가장 가까운 존재인 부모가 기뻐할 때 행복을 느끼고 그 행복을 반복한다. 선숙은 윤주가 공부를 할 때, 시험을 잘 볼 때 기뻐했고, 윤주는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했다.

 

엄마를 위해 살아온 길은 한계에 봉착했고, 결국 아픈 기억으로 끝났다. 윤주는 윤영이 그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엄마와 충돌을 겪는다. 처음에는 공부에 흥미를 느끼던 윤영이 우는 날이 많아질수록 엄마를 질책하는 윤주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진다. 윤주는 자신이 당한 교육의 대물림이 윤영까지 향하지 않길 원한다.

 

▲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필름다빈

 

윤영과 선숙의 마음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윤주가 간과한 게 있다. 바로 윤영의 마음이다. 윤영은 그림에서 윤주를 굶주린 독수리로 그린다. 원하는 건 찾을 수 없을 테니 그만 찍으라는 윤영의 까칠한 말은 윤주에 대한 적대심을 표한다. 윤영은 윤주를 구원자나 해결사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을 지닌 윤영에게 자꾸 공부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윤주는 오히려 방해꾼이다.

 

윤영의 마음에는 두 가지 욕망이 충돌을 겪는다.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과 쉬고 싶은 마음. 공부는 해야 하는데 밤늦은 시간이 되면 몸이 지쳐서 눈물이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그렇게 공부를 하고 나면 시험 점수가 잘 나오니 윤영의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공부를 안 하면 원하는 걸 이룰 수 없고, 원하는 걸 이루자니 공부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머리 위에서 자신이 포기하는 걸 보고 싶은 독수리가 날아다니니 더 열이 오른다.

 

윤영의 마음은 모든 학생들이 지니는 공통된 생각이다. 윤주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인터뷰한다. 그 아이들 역시 공통적으로 공부를 잘 하고 싶다고 말한다. 다만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 하는 것일 뿐. 어찌 보면 윤영이는 선택받은 아이다. 남들에게 없는 공부에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윤주는 그 재능이 윤영의 미래를 힘들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 공부에는 노력 못지않게 뛰어난 재능이 필요하다. 그 재능이 없다면 영재란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

 

윤주나 윤영보다 더 힘든 상황에 놓인 건 선숙이다. 선숙은 원래라면 교육시장에서 은퇴할 나이다. 하지만 갑자기 막둥이가 태어나면서 밤에 아이의 선생님 노릇을 한다. 윤영이 원하는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강압과 강요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긴다. 그런데 윤주는 그런 선숙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자신이 어린 시절 겪었던 고통을 끄집어내며 그녀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 '디어 마이 지니어스' 스틸컷  © 필름다빈

 

교육신화의 잔재

 

2018년 한국은 읽기, 수학, 과학 영역을 측정하는 OCED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전 세계 79개국 중 전 과목이 10위권 안에 들면서 다시 한 번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특히 수학은 1~4위를 기록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였다. 반면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 지수는 6.52로 전체 71개국 중 65위였다. 공부를 잘하면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행복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 한국 학생들은 철창 없는 감옥에 갇혀 있다.

 

2010년대 들면서 교육신화는 점점 그 힘을 잃어갔다. 대학진학률이 70%인 고학력자가 많은 나라임에도 높은 실업률과 질적으로 높은 일자리의 부족함은 사교육비 투자 대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대한민국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강요를 받는다. 성적이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불안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현재와 같은 암기 위주의 교육정책이 진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이런 변하지 않는 교육의 모습을 보면 서태지의 노래 교실 이데아가 떠오른다.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조이며 젊은 날을 헤매일까 /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란 가사처럼 2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도 교실의 모습은 그대로다. 가족의 모습을 통해 한국 교육시장의 현재를 주목한 이 다큐멘터리는 누구나 영재로 불렸던 그 시절을 추억하게 만들며 공감을 통해 문제의식을 불러온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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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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