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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세 자매의 위태로운 삶에 감춰진 비밀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세 자매' / Three Si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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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0-23 [15:49]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그 사람의 과거를 통해 현재를 말한다. 현재 겪는 정신적인 문제가 과거의 특정한 사건과 기억을 통해 이뤄졌다고 본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빙산으로 표현할 때 수면 위의 부분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극히 일부다. 이 일부를 이루는 사건과 기억은 아래에 거대하게 응어리져 있다. ‘세 자매는 그 수면 아래의 기억을 조명한다. 정신적인 강박을 겪고 있는 그녀들에게 어떤 비밀이 있는지를 파헤친다.

 

미연은 종교에 심취해 있다. 부동산 투기에 성공해 큰돈을 번 것을 주님의 은혜라 여긴다.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철저하게 종교에 복속할 것을 강요한다. 기도를 드리는 걸 꺼려하는 막내딸에게 강요하는 모습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것으로만 보면 미연의 가정은 완벽해 보인다. 교수 남편에 단아한 아내, 교회에서 착실하게 주말을 보내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까지.

 

하지만 그 속은 썩어 문드러져 있다. 미연은 그 문제를 모두 종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여기며 더 종교에 심취한다. 그리고 자신을 따라 가족들 역시 그래주길 바란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과 아이들은 점점 지쳐간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문제를 자신 때문이라 여기지 않는다. 남편과 아이들이 지닌 문제는 오직 주님의 힘으로만 해결이 가능하다 생각한다. 가정의 행복을 위해 그들을 억압하는 미연은 위선적이다.

 

▲ '세 자매' 스틸컷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미연은 극의 중심을 이룬다. 세 자매 중 둘째인 미연을 필두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세 자매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째 희숙과 막내 미옥은 확연히 캐릭터 차이를 보인다. 희숙은 평생을 희생하며 살아왔고, 미옥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다. 희숙은 제멋대로인 딸 보미와 빚쟁이를 피해 도망친 남편 사이에서도 불만이나 불평을 내뱉지 않는다. 그저 타인의 분노를 받아주며 살아간다.

 

희숙에게 희생은 익숙하다. 왜 익숙한지는 알 수 없다. 타고난 성격이 그럴 수 있고, 어떤 사건이나 계기를 통해 그렇게 변했을지 모른다. 암에 걸린 사실을 타인에게는 털어놓지만 가족에게는 그럴 수 없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자아낸다. 희숙이 등장할 때마다 극은 극도로 내려앉은 분위기를 보인다. 어리숙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지만 슬픔이 담긴 편하지 않은 웃음이다.

 

반대로 미옥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룬 게 없다. 극단을 위해 쓴 각본은 배우들에 의해 마음대로 수정당하고, 함께 꿈을 위해 달려온 연출은 그녀가 보수성향의 남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변절자 취급한다. 미옥의 삶이 편하지 않은 이유는 가정에 있다. 이혼가정과 결혼했지만 아들은 미옥을 엄마라 생각하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고 걸걸한 성격을 지닌 그녀는 자상하고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과 거리가 있다.

 

미옥은 정신적인 안정을 얻는 방법이 어머니가 되는 것이라 여긴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자신이 겪는 고통에서 해방될 거라 여긴다. 하지만 아들을 비롯해 학교의 학부모들 역시 그녀를 어머니로 인정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 자매 모두 가정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겪는다. 아이들은 부모를 인정하지 않고, 남편들과의 관계는 편하지 않다. 이런 흔들리는 가정의 모습은 세 사람의 과거와 연관되어 있다.

 

▲ '세 자매' 스틸컷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이 과거에 대한 힌트는 세 가지를 통해 제시된다. 첫 번째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미옥과 희숙이다. 미옥은 미연에게 전화해 과거 있었던 일을 자꾸 물어보고, 희숙은 미연이 말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세 사람의 기억은 어느 순간의 강렬함 때문에 일부가 삭제된 거처럼 보인다. 왜 두 사람이 기억을 하지 못하는지, 왜 그 기억을 미연만 지니고 있는지는 일종의 힌트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세 사람의 이름이다. 미연과 미옥은 자 돌림이다. 반면 희숙은 혼자 돌림자가 아니다. 또 미옥이 미연에게 꾸준히 연락을 하는 반면, 희숙과 두 사람 사이에는 교류가 적다. 그 표면적인 이유는 희숙이 돈을 빌렸지만 갚지 못했기 때문에 미안한 게 이유지만 그 안에는 희숙과 두 사람 사이의 높은 벽이 존재한다. 이 벽은 왜 희숙의 삶이 유독 불행한지를 알려주는 열쇠가 된다.

 

세 번째는 종교다. 어머니는 희숙에게 전화를 해 지금의 불행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종교에 더욱 심취하라 말한다. 미연은 종교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며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종교에 집착하는 미연이 작품의 핵심적인 서술자가 되는지, 왜 희숙의 불행이 종교와 연결되는지는 그들의 비밀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 세 가지에 집중하면 비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이 추리가 주는 흥미를 극대화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문제는 텔링이다. 스토리는 깊이를 갖췄고, 이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도 충분하다. 하지만 흥미롭게 보여주는 텔링의 기법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사건을 보기 좋게 진열하는 게 아닌 나열의 수준에 머무른다. 대사는 연극처럼 깊이를 갖췄지만 잔가지가 많다. 극적인 효과가 결말부에 몰린다는 점도 아쉬움이다. 힘을 비축했다 폭발시키는데 지나치다 보니 광기처럼 보인다.

 

조금은 더 흥미를 자극하는 구성으로 편집이 된다면 품고 있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터뜨릴 수 있는 영화로 재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 배우의 개성 넘치는 연기와 극이 지닌 폭발력은 훌륭하지만 표현의 과정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 부분을 조금만 다듬는다면 위선과 슬픔을 격조 높게 보여주는 드라마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좋은 원석을 발견한 기분을 느낀 영화다.

 

 

◆ 상영일자 ◆ 

2020/10/30 20:30 영화의전당 중극장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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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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