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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F|서부로 간 여성서사, BIAF의 의미 있는 개막작 선정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상영작] '캘러미티 제인' / Calam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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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0-24 [12:19]

▲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이번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개막작 선택은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남성 중심의 영화문법 속에서 여성서사를 찾는 작품을 택했다. 그 장르는 한때 할리우드 영화시장을 주름잡았지만 현재는 잘 제작되지 않는 서부극이다. ‘캘러미티 제인은 거친 미국의 서부개척 역사를 이끈 여성으로 1953년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졌을 만큼 유명한 인물이다.

 

사샤의 북극 대모험으로 제39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레미 사예 감독은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 개막작으로 초청을 받으며 특별한 인연을 이어갔다. 이 작품 역시 실종된 할아버지를 찾기 위해 귀족 소녀 사샤가 북쪽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에서 남성 중심의 거친 세계에 도전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캘러미티 제인은 전작과 비슷한 작화는 물론 이야기의 성향에 있어서도 유사한 특성을 보여준다.

 

미국의 서부개척은 영국의 청교도 탄압과 관련되어 있다. 칼뱅주의에 투철한 개혁을 주장했던 청교도는 영국 국교회에 의해 국가 차원에서 탄압을 받았고, 이에 당시 식민지였던 미국으로 다수의 청교도가 이주했다. 이들은 살 공간을 확보해야 했기에 당시 미개척지였던 서부를 향한다. 종교적 신념을 위해 거친 길을 택한 이들은 교리를 중시했다. 당시 종교사회는 여성의 역할을 한정적으로 제한했다.

 

▲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후에 캘러미티 제인이 되는 마사 제인 역시 이런 차별에 시달린다. 당당하고 활발한 성격의 제인은 호기심이 많다. 직접 말을 몰아보고 싶고, 말의 목에 올가미를 던져 끌어보고도 싶다. 당시에는 성에 따라 역할이 철저하게 분담되어 있었다. 남성은 남성이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도 해야만 했고, 여성은 그 일을 할 수 있어도 하지 말아야 했던 시대다. 제인의 가정은 말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아버지로 인해 고난을 겪는다.

 

개척을 위해 대규모로 이동하는 무리에 속한 제인의 가족은 마차를 제대로 몰지 못하는 아버지로 인해 동료들 사이에서 놀림거리가 된다. 제인의 아버지는 열심히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결국 말을 잡으려다 사고로 다치게 된다. 이에 제인은 자신이 대신 말을 몰겠다고 나서지만 무리의 대장은 자신의 아들 이선에게 그 역할을 맡긴다. 이선과 제인의 관계는 애증이다. 이선은 제인에게 애정이 있지만 이를 거칠고 짖궂은 방식으로 표현한다.

 

이선이 제인 네 마차를 몰게 되면서 제인에게 조금씩 기회가 온다. 제인은 스스로 마차를 몰아보고 말도 타본다. 하지만 대장을 비롯한 무리의 사람들은 그런 제인을 괴상하고 불손한 존재로 여긴다. 서부를 이동하던 중 제인은 한 장교에 의해 목숨을 건진다. 장교는 제인을 통해 무리에 합류하고, 그들이 잘못된 곳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린다. 이에 무리는 장교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한다.

 

장교는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문제는 그가 제인과 친하다는 점이다. 이 점은 여성들이 제인을 질투하게 만들며 그녀가 무리에서 따돌림 당하는 원인이 된다. 여기에 이선 역시 제인이 장교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자 거칠게 대한다. 이렇게 무리 내에서 입지를 잃어가던 제인이 위기에 몰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장교가 마차마다 비싼 물건을 훔쳐서 달아나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제인을 협력자로 간주하고 체포한다. 이에 제인은 누명을 풀기 위해 장교가 두고 간 개와 말 한 마리를 지니고 그를 잡고자 여행을 떠난다.

 

▲ '캘러미티 제인'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캘러미티(Calamity)’는 재앙, 재난이란 뜻을 지닌다. 여자는 말을 몰아서는 안 되는 금기를 어기고, 남자처럼 바지를 입고 옷차림을 한 제인을 지칭하는 용어다. 작품 속 남성들은 불행한 상황이 닥칠 때마다 모든 원인이 제인이라는 듯 그녀를 향해 재난이란 표현을 내뱉는다. 제인은 이런 편견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해 초원의 말처럼 질주한다. 이런 제인을 도와주는 캐릭터로 여성 사업가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모험과 꿈을 갖춘 여성서사를 서부극의 매력에 담아낸다.

 

호불호가 갈릴 지점은 작품의 거친 색체와 이와 대비되는 말랑말랑한 내용이다.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제인을 향한 폭력은 상당히 거칠다. 이선을 비롯한 무리들이 가하는 폭력은 물론, 대장이 제인을 때리는 장면은 여성 인권이 낮았던 당시에는 익숙하지만 요즘 보기에는 거북한 측면이 있다. 반대로 제인이 펼치는 모험은 절정을 향해가는 지점이 약하다. 더 어드벤처의 묘미를 살릴 만도 하지만 쾌감을 줄 수 있는 지점까지 향하지 않는다.

 

이는 작품의 표현이 더 거칠어질 수 있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는 미덕을 보여주지만 오락적인 매력에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5년 동안 170여 명이 참여해 구현해낸 작화의 뛰어난 기술력이 자아내는 매력에 스토리의 흥미가 더해졌으면 어땠을까 싶다. 이와 별개로 이번 영화제의 프로그램인 ‘Hello! 안시가 보여주는 난민, 인종, 현대인의 고독 등 현 사회의 트렌드를 개막식에도 담아낸 영화제의 작품 선정 능력은 탁월하다 할 수 있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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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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