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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AF|러시아 애니메이션과 만나는 특별한 순간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특별전] '더 러시안 이어' / The Russian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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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0-25 [20:09]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영화제의 정체성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비롯된다. 오직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관객을 설레게 만든다. 특히 보기 힘든 국가나 감독의 작품을 모은 특별전은 영화제를 찾게 만드는 힘이라 할 수 있다. 올해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한국과 러시아의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러시아 특별전 더 러시안 이어(The Russian Year)’를 기획했다.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거장 콘스탄틴 브론지트의 작품을 비롯해 역시 도스토예프스키의 나라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어두운 색체의 애니메이션 두 편을 선보인다.

 

▲ '우주를 향하여'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콘스탄틴 브론지트의 작품세계

 

콘스탄틴 브론지트는 10여 편의 단편영화로 200여 개의 상을 수상한 러시아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감독이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그의 색체가 잘 나타나는 세 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첫 번째는 그를 두 번째 아카데미 후보에 올려준 우주를 향한 꿈의 프리퀄인 우주를 향하여. 이 작품은 감독 특유의 독특한 유머감각과 기발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여자는 태어난 아이에게 우주복을 입힌다. 우주복을 입은 아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생일 날 촛불을 불지 못하거나 눈이 오는 날 밖에 나갔다 추위를 타는 장면은 쓰디쓴 웃음을 유발한다. 이 웃음이 쓰디쓴 이유는 아이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어떤 사연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우주복을 입은 아이는 불편해 보인다. 움직임은 둔하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힘들다.

 

아이에 대한 힌트는 우주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아버지는 우주비행사인 거처럼 표현된다. 아이가 헬멧을 벗자 숨을 헐떡이는 장면은 지구가 아닌 우주가 아이의 고향처럼 여겨진다. 이런 표현은 아들을 떠나보내는 순간 어머니가 느끼는 고통과 고독을 우주란 공간으로 나타낸다. 아이가 문을 여니 우주가 펼쳐지는 장면이나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된 아이가 갑자기 커지는 장면은 아이가 겪는 정체성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표현하며 재미를 더한다.

 

▲ '세상의 끝에서'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세상의 끝에서는 제목은 몰라도 한 번쯤 우연히 봤을 작품이다. 산 위에 집이 있다. 집은 뾰족한 산 정상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문이 열리는 방향에 따라 기울어진다. 노부부와 양치기 남자, , 고양이, 자동차, 새 등이 기울어지는 집과 함께 온갖 소동을 일으키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런 표현은 어느 방향을 향하듯 안정을 얻을 수 없는 불안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이런 불안은 사상이 될 수도 있고 삶이 될 수도 있다.

 

집 아래로 굴러 떨어진 뒤 힘겹게 올라오지만 다시 떨어지거나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는 모습은 삶 또는 사상의 굴곡을 표현한 듯하다. 무조건적인 상승도 하락도 없음을 보여준다. 난해한 표현보다는 알기 쉬운 간단한 상황설정과 동물과 인간이 뒤엉켜 만드는 웃음 터지는 혼돈의 카오스를 통해 재미를 준다. 특히 미카엘이란 이름을 지닌 소는 신스틸러라 할 만큼 강한 인상을 선보인다.

 

▲ '화장실 러브스토리'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콘스탄틴 브론지트를 처음 아카데미 후보에 올린 작품이자 이번 영화제 개막식에도 상영했던 화장실 러브스토리는 화장실을 의미하는 ‘Lavatory’‘Love Story’를 제목의 측면에서 센스있게 결합한다. 이 센스는 작품에서도 반영된다.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면 돈을 내야한다. 남자화장실을 관리하는 여자는 어느 날 돈을 넣는 통 안에 꽃이 들어가 있는 걸 발견한다. 여자의 소원은 행복한 여자가 되는 것이다. 신문에는 행복한 여자를 사랑받는 여자라 표현한다.

 

근무는 남자화장실이지만 남자친구는 없는 여자는 로맨스를 꿈꾼다. 그 로맨스는 꽃에서 시작된다. 여자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의 장소가 화장실이란 점은 예기치 못한 전개를 선보인다. 사랑의 희망과 좌절, 풋풋함과 떨림을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피어나게 만드는 센스가 강한 인상을 남긴다. 전쟁 중에도 사랑은 피어난다고 한다. 사랑이 급한 이들에게 어쩌면 화장실은 가장 어울리는 장소가 아닌가 싶다.

 

세 작품 모두 대사를 대신해 개성 강한 작화의 섬세한 표현으로 감정을 전달한다. ‘화장실 러브스토리에서 칸막이 사이에서 사랑이 피어나는 장면이나 우주를 향하여의 집이 우주를 떠다니는 장면은 작화를 통해 인물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감칠맛을 더한다. 유머와 센스가 결합된 콘스탄틴 브론지트의 작품세계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곱씹을 수 있는 매력을 선사한다.

 

▲ '검은 물결 사이로' 스틸컷  © 제22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어두운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매력

 

콘스탄틴 브론지트의 세 작품 이후 선보이는 비포 러브검은 물결 사이로는 어두운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보여준다. 러시아 문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학가 중 한 명이 도스토예프스키다. 수감생활을 하면서 집필한 적도 있는 그는 죄와 벌’ ‘지하생활자의 수기등 어두운 작품을 다수 창작했다. 이 두 편의 애니메이션은 그런 어두운 느낌으로 앞선 작품들과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대사가 없는 두 작품은 우울과 어둠을 더 강하게 가져온다. ‘비포 러브는 거칠고 혼탁한 색체로 독특한 사랑을 표현한다. 계속 장소를 바꿔가며 다소 야성적으로 보이는 사랑을 보여준다. ‘검은 물결 사이로는 우리나라의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바다표범의 내부는 여성으로 그녀들은 가죽을 벗고 목욕을 하던 중 남자를 만나 도망친다. 남자가 가죽을 숨긴 여성은 붙잡혀 그의 아내가 되고 아이를 낳는다.

 

자연과 어머니에게는 공통의 상징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어머니의 모성은 예수의 사랑에 비유되곤 한다. 조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자식에게 베풀기 때문이다. 자연의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쉴 수 있게 만든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자연을 파괴한다. 이런 자연의 파괴를 모성의 갈등과 연결하며 슬픈 사랑 이야기를 완성한다. 흑백으로 이뤄진 화면은 감정을 더욱 격화시킨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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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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