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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l 일본 다큐멘터리의 거장, 그의 카메라가 담아낸 50년 고통의 기록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미나마타 만다라’ / MINAMATA Mand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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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0-30 [14:06]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 ‘센난 석면 피해 배상소송의 하라 카즈오 감독은 일본 전쟁세대의 잘못을 조명하며 그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작품을 만들어 왔다. 그가 일본 다큐멘터리계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유는 오랜 시간에 걸쳐 한 문제를 파고 드는 인내와 냉철하게 조명하는 시선, 약자의 편에 서서 거대한 권력에 맞서고자 하는 카메라의 힘에 있다. ‘미나마타 만다라1940년 초 발생했던 미나마타병을 다룬다.

 

이 병은 놀랍게도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라 카즈오 감독은 무려 15년 간 촬영을 진행하며 일본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 이들의 모습과 미나마타 지역 피해자들의 모습을 담는다. 372분이란 런닝타임은 영화제 영화라고는 하지만 너무 길다는 생각을 지니게 만들 수 있다. 무려 50년이 넘는 세월을 고통 받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이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지 모른다.

 

▲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일본의 근대화

 

일본은 아시아에서 처음 근대화를 시도한 국가다. 이들은 일왕 중심의 근대화 작업인 메이지 유신을 통해 아시아의 군주로 떠올랐다. 당시 서구 열강들이 그랬던 거처럼 제국주의의 열망을 보였다. 동시에 서양이 먼저 겪었던 근대화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바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공해병(公害病)이다.

 

그 중 하나인 미나마타병은 1945년 후반부터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메틸수은에 의해 일어난 중추신경계 장애다. 이 병은 인간의 오감에 영향을 끼친다. 시야협착, 언어장애, 지각장애, 보행장애, 시력저하, 근력저하, 사지 뒤틀림 등 온갖 증상이 발생했다. 발생의 원인은 공장폐수에 있었다. 신일본질소비료 미나마타 공장에서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생산하기 위해 수은 성분의 촉매를 사용했다. 여기서 부산물로 나온 메틸수은이 함유된 폐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바다로 흘러갔다.

 

문제는 미나마타 해안의 바다가 해류의 현상으로 폐수를 흘러 보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수에 쌓인 메틸수은은 어패류에 흡수되었다. 이를 주식으로 삼는 미나마타 지역 사람들은 광범위하게 미나마타병에 걸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화학산업단지가 밀집된 여수시와 울산광역시에서 1970년대 발병사례가 있었다. 이런 공해병의 경우 국가차원에서의 은폐가 시도된다. 그 이유는 경제발전이다.

 

중국, 브라질 등 떠오르는 신흥국이 기존 선진국과 갈등을 겪는 이유는 경제발전에 있다.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환경파괴는 어쩔 수 없는 과정처럼 여겨진다. 환경보호를 신경 쓰면서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정화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건 물론 개발 구역에 제한을 받는다. 당시 일본도 경제를 우선시 하며 이런 환경문제를 등한시했다. 그리고 그들은 정부에 책임을 묻는 미나마타 지역 사람들과 재판을 벌이기로 한다.

 

▲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50년이 넘는 긴 세월

 

하라 카즈오 감독이 미나마타병을 취재하기로 결심했던 순간은 2세대 미나마타병 사람들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던 시기였다. 감독의 말로는 정확한 분류는 아니지만 미나마타병은 1세대와 2세대로 나뉜다고 한다. 1세대는 미나마타병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세대다. 2세대는 그들의 자식세대다. 이들은 대부분 태어난 순간부터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그들을 담은 카메라는 무조건적인 동정과 온정의 시선을 담지 않는다.

 

이들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부를 상대로 싸우느라 지친 모습을 보인다. 몇몇은 포기의 마음을 내비치기도 한다. 미나마타병의 존재가 알려진 뒤, 미나마타 지역 사람들은 힘을 모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고자 한다. 문제는 그만한 자금력이 되는 사람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90의 노인을 비롯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건 사람들은 두 가지 공통의 문제를 안고 있다.

 

첫 번째는 감각신경의 손상과 미나마타병 사이의 연관성이다. 일본 정부가 미나마타병의 존재를 인정한 건 80년대에 이르러서다. 이 시기에 이르러 1세대의 경우 대부분이 생을 마감했다. 그들의 자식 세대인 2세대의 피해호소에 대해 정부는 감각신경 손상과 미나마타병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이에 작품은 의학자들이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과 생을 마감한 피해자의 뇌를 해부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 연관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만 피해보상을 하겠다는 정부의 자세다. 소송을 지속 중인 사람들은 무려 20년의 세월을 소송에 시달리며 많은 돈이 들었음을 보여준다. 인생을 바칠 각오를 하지 않고서야 소송은 생각도 못한다. 더구나 미나마타는 부유한 지역이 아니다. 이들에게 다가오는 경제적인 부담은 소송을 이어갈, 또 걸기도 힘든 상황과 마주하게 만든다.

 

▲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그럼에도 살아갈 용기를 말하다

 

미나마타병은 그 소송기간이 20년이 넘어가면서 한계에 임박하고 있다. 하라 카즈오 감독의 카메라는 그 무력감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생명력이라는 모순된 감정을 조명한다. 미나마타 지역을 위해 희망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피해자들을 향한 위로와 나아갈 희망의 메시지를 담는다. 어찌되었건 삶은 지속된다.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순 없다. 꿈이 있고 희망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미나마타병에 걸린 사람들은 온전치 못한 신체를 지니고 있다. 이빨이 다 빠지기도 하고,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도 없다. 감각신경이 손상된 그들에게 남들처럼 맛있는 걸 먹고 좋아하거나, 예술을 보고 감동을 느끼는 걸 기대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그들은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를 말하며 좋아하고, 푸딩을 꼭꼭 씹어서 먹는다. 남들과 같을 순 없지만 같은 길을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다만 이 시선에 그래서 괜찮다라는 메시지를 넣지 않는다. 하라 카즈오 감독의 카메라는 현상을 담아낼 뿐 특정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입김을 불어넣지 않는다. 객관적인 카메라의 모습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감정을 관객으로 하여금 느끼게 만든다. 장면의 선택은 감독의 몫이지만, 그 선택에 있어 방향성을 지닌 연출을 강하게 표출하지는 않는 미덕을 보여준다. 연출은 진실을 흐리게 만들 뿐이다.

 

▲ '미나마타 만다라' 스틸컷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더 많은 이들이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길

 

그의 다큐멘터리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역시 이런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 오쿠자키 겐조가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겪었던 고통에 대한 책임을 당시 군대의 상층부와 천황에게 항의하는 장면이 다소 거칠기 때문이다. 특히 도입부에서 그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언급했다는 점은 인물의 양면성을 통해 전쟁 당시의 폭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품게 만든다.

 

하라 카즈오 감독은 인터뷰에서 오쿠자키 겐조라는 인물에게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쇼와 시대 이후 반성 없는 정부의 모습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못하는 일본 시민들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정부라는 거대 권력을 상대함에 있어 유순하고 소극적인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권리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은 적극적인 대항과 항의 밖에 없다. 권리는 누군가 지켜주는 게 아니다.

 

그의 이 작품, ‘미나마타 만다라는 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미나마타병에 대한 피해보상을 회피하는 그들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는 환경오염을 저지르고자 한다. 거대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힘은 연대와 저항이다. 하라 카즈오 감독의 카메라는 따뜻한 손길을 통해 그 최전선에 서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을 보태고자 하는 사회파 감독이 지닌 미덕을 보여준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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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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