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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ㅣ외면하고 싶은 '어른들은 모르는' 청소년의 고통과 슬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어른들은 몰라요’ / Young Adult Mat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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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1-02 [14:44]

 

▲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어른들은 몰라요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꿈과 고민을 다룬 작품처럼 보인다.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의 비밀을~’이란 동요가 떠오르며 어두운 내용이더라도 코믹하거나 밝게 풀어내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든다. 하지만 감독이 박화영의 이환 감독이란 걸, 작품의 주인공 이름이 전작에 출연한 세진(심지어 배우도 같은 이유미다)이란 걸 알게 된 순간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대략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박화영10대 가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담아내며 화제를 모았다. 이 화제에는 긍정의 의미만 있지는 않다. 이환 감독은 이 작품에 판타지를 넣지 않았다. 판타지는 긍정적인 결말과 희망을 의미한다. 그런데 10대들만으로 이뤄진 세상에서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이겨내고 올라서겠는가. 이런 절망과 고통은 어른들은 몰라요에도 담긴다. ‘박화영의 주인공이 박화영이라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세진이다. 제목을 세진으로 해도 되었을 싶을 만큼 그녀의 모습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 작품은 박화영의 세계관을 확장시킨 외전 격에 가깝다. 전작의 세진을 데려와 그녀만의 이야기를 만든다. 도입부는 세진이 자살기도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팔뚝에 가득 그어진 칼자국은 큰 자극을 준다. 이 자극은 다음 장면에서 더 극대화된다. 학교에서 반 친구들은 세진을 괴롭힌다. 칼자국을 관심을 끌기 위한 방법으로 여기며 거칠게 몰아세운다. 물리적인 폭력도 가한다.

 

이에 대한 세진의 반응은 약간은 모자란 아이 같다. 슬퍼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할 말은 하면서 폭력에 당한다. 이는 세진이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 앞에 완전히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세진은 왜 운명 앞에 무너졌나. 이는 학교 안 어른들의 모습에서 나타난다. 담임교사는 세진을 임신시키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인다. 세진의 신고로 이를 알게 된 보건교사와 교장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각서를 강요한다.

 

▲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이들은 세진을 친구들의 폭력에서 구해주지 않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폭력을 가한다. 이에 세진은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집을 나와 낙태비용을 벌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처럼 부모를 잃고 길거리로 나오게 된 동갑내기 주영과 친구가 된다. 이들 우정의 시작은 절도다. 함께 물건을 훔치면서 절친한 사이가 된다. 세진의 문제를 알게 된 주영은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이 도움을 위해 택한 방법은 원조교제를 향한다. 주영은 이에 강하게 저항하지만, 세진은 아무렇지 않다. 이에 주영은 세진을 구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도움을 요청한다. 이때 만나게 되는 게 재필과 신지다. 세진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세진을 이용하고자 하는 어른들, 두 번째는 순수한 정신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세진을 지키고자 하는 아직은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이다.

 

주영과 재필, 신지에게 세진은 남이다. 그들은 남인 세진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 과정은 쉽지 않다. 세진이 원하는 건 사랑과 우정이 아닌 낙태를 위한 돈이다. 그 돈은 세 사람이 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세진은 어른들의 욕구에 따라 움직이고자 하고, 세 사람은 세진을 지키고자 애를 쓴다. 이 과정에서 재필이 폭발하는 장면은 상당한 에너지를 내포한다. 감정적인 격화와 함께 끔찍한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자신의 신념으로 세진을 지키려고 했던 재필은 어른들의 폭력에도 쓰러지지 않고자 한다. 하지만 세진이 모욕을 가하는 순간, 무엇을 지키고자 했는지 잊게 된다. 그리고 세진에게 가장 가혹한 폭력을 행하는 존재로 변모한다. 이 작품의 무서운 점은 세진을 가장 어른들과 가까운 존재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아이 같은 말투와 감정에 솔직한 세진은 네 사람 중 가장 어리게 보인다.

 

▲ '어른들은 몰라요' 스틸컷  ©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하지만 실상은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 낙태가 목적이기에 이에 충실하다. 이는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살아가는 어른들의 모습과 닮아있다. 부모가 없는 세진은 동생의 유일한 보호자다. 그런 동생을 두고 자살을 기도하고 집을 떠났다는 점은 세진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보여준다. 경찰서에서 집으로 돌아가라는 경찰의 말에 가봐야 또 어른들에게 상처만 받을 거란 세진의 대답은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

 

또 상처를 받을 바에야 차라리 어른들과 가까운 존재가 되기로 결심한 세진은 이야기의 결을 해치는 인물이기도 하다. 우정과 사랑으로 세진을 감싸주려는 주영과 재필의 마음을 몰라주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주동인물이 극의 흐름에서 오히려 반동인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슬픔보다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더 앞선다. 주인공에게 감정적인 이입을 할 수 있는 요소가 적기 때문이다.

 

이 외면의 마음은 감독이 원한 연출의 방향이라 볼 수 있다. 작품 속 청소년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이용하는 어른들처럼, 관객들 역시 그들의 고통을 보기 싫어한다. 동시에 판타지 같은 희망과 꿈을 보고자 하는 목적을 보인다. 노골적이고 불쾌한 자극 속에서 자신 역시 작품 속 어른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발견한다. 제목 그대로 어른이 되어버린, 그래서 청소년의 슬픔과 고통을 모르는 자신과 직면하게 만든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에 올랐다. 이 작품을 통해 이환 감독은 자신의 세계관을 인정받았다. 동시에 그가 관객 앞에 선보일 이 세계관이 어떤 화제를 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폭력과 고통 앞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그 아픔을 맞아야만 하는 청소년의 모습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을 보여준다. 이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할 관객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 든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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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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