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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아프고 믿을 수 없게 슬픈 '청춘'의 교육

[프리뷰] '에듀케이션' / 11월 26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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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1-24 [09:01]

 

▲ '에듀케이션' 포스터     ©씨네소파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교육대학원 시절 교생실습을 앞두고 한 고등학교에서 교감 선생이 와서 설명회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교생실습에는 수업시연이 있는데 이걸 준비하느라 밤을 지새워서 누구나 몸살감기에 걸린다는 말을 붙였다. ‘교생하면서 다들 한 번쯤은 아파봐야죠, 안 그래요?’ 웃으면서 그 이야기를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람이 아플 정도로 힘든 일이라면 고치거나 바꾸는 게 맞지 않나.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건 무슨 경우인가.

 

우리는 젊은 시절 고난과 역경, 아픔과 슬픔을 성장을 위한 과정이라 여긴다. 사회에 어울리는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과한 경쟁이나 희생, 갑질과 부당한 대우까지도 모두 겪고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듀케이션의 제목은 세상을 배우는 교육을 의미한다. 성희와 현목은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을 떼기 위한 지독한 성장통을 겪는다. 아니, 이게 성장통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순간을 이겨낸다고 밝은 미래가 올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성희는 사회복지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스페인 워홀을 준비 중인 그녀는 부족한 돈을 채우기 위해 장애인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다. 앞서 일을 하다 허리를 다쳤는데 그 치료비는 모두 성희의 주머니에서 나가야 한다. 워홀을 앞두고 통장에 일정한 금액이 있어야 하기에 다시 일을 잡아달라고 애원해 보지만 기관은 쉽게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 '에듀케이션' 스틸컷  © 씨네소파

 

성희의 상황은 두 가지 점에서 현대 청춘들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먼저 전공을 따라가지 않는다. 사회복지학과에 나왔다고 복지사 일을 할 생각이 없다. 2000년대 들어 대학의 수가 증가하면서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약 70%에 이른다. 10명 중 7명은 대학에 간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의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앞서기 위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래를 위한 학과는 중요하지 않다.

 

반대로 취업을 위해 전공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호하며 꿈보다는 직장을 우선시한다. 성희는 대학졸업 후 한국에 있으려 하지 않는다. 한때 헬조선을 떠나자라는 말이 유행했던 거처럼 스페인으로 워홀을 떠나 그곳에서 정착하고자 한다. 활동 중에도 계속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는 성희의 모습은 어떻게든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자 하는 강한 열망을 보여준다.

 

그런 성희가 만나게 되는 현목은 중증 장애로 하루의 대부분을 누워 생활하는 엄마와 단 둘이 생활하고 있다. 현목은 사사건건 성희에게 간섭한다. 첫날부터 집을 치우지 않았다고 짜증을 내며, 둘째 날은 일부러 집을 어지럽힌다. 성희는 활동보조의 업무는 어디까지나 보조임을 강조하지만 현목은 막무가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짝이 맞지 않는 퍼즐조각과 같다. 청춘이자 하류층이라는 같은 퍼즐에 속해있지만 서로를 안아줄 수 없다.

 

▲ '에듀케이션' 스틸컷  © 씨네소파

 

현목은 성희에게 관심을 보인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현목은 관심을 위해 성희에게 까칠하게 대하기도 하고, 친절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성희는 현목의 관심이 불편하다. 그녀에게 현목 모자는 자신의 스페인행을 위한 수단이다. 친절한 손님이라도 카페 아르바이트생에게는 자신을 귀찮게 만드는 손놈으로 여겨지는 거처럼. 성희는 두 사람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다.

 

성희와 현목은 서로를 이해해줄 수 없다. 두 사람 모두 답답한 현실에 묶여있는 게 이유다. 성희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일을 하다가 다쳤다. 그런데 치료비를 줄 수 없단다. 그러면 내가 참고 계속 일을 하겠다는데 다쳤으니 그것도 잡아주기 힘들다는 답을 받는다. 답답해 미치겠는데 미래를 위해서 인내해야 한다. 남자로 따지자면 군대에서 온갖 부조리에 부당한 대우를 받는데 전역이 목표니 참는 것이다.

 

내 몸과 마음이 힘들면 남을 이해해 줄 수 없다. 당장 내가 죽겠는데 어떻게 남의 사정을 이해해주겠나. 성희의 입장에서는 자신이나 현목이나 둘 다 답답하다. 현목은 공무원이 목표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직장을 얻고자 한다.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어머니가 몸이 아파 아르바이트를 하고 병간호로 학교를 빠진다. 노량진은 무슨 인터넷 강의 들을 돈도 없어서 독학을 한다. 대학생 선배가 보기에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 '에듀케이션' 스틸컷  © 씨네소파

 

성희가 현목에게 동정을 느끼지만 마음으로 품을 수 없는 건 자신 역시 실패한 삶을 살아봤기 때문이다. 옛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그들은 성희가 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한다. 누군가에게는 시험에 합격하고 직장에 다니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오르기 힘든 허들이다. 그 허들 앞에서 애를 쓰는 현목의 모습은 성희에게 염증을 불러 온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장애를 청춘과 자연스럽게 연결지은 것이다. 자칫 잘못 표현했다가는 비하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는지 건조하고 차가운 표현에 섬세한 구성을 선보인다. 작품 속 자신의 의사도 제대로 표현할 수 없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의 모습은 성희와 현목 같은 청춘들이 모습과 같다. 청춘 역시 그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고 말할 수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갑질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리는 사이다는 현실에서는 판타지에 가깝다. 묵묵히 참고 일하는 모습은 휠체어라는 조그마한 공간에서 타인의 허락과 도움을 얻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청춘을 보여준다. 잔혹한 세상 공부를 거칠고 차가운 화면에 담아낸 이 영화는 청춘이 느끼는 현실적인 감정을 담아낸다. ‘기생충이 바닥 아래 지하를 보여주며 이런 삶도 있다’를 알려줬다면, ‘에듀케이션은 바닥을 걸으며 이게 삶이다라고 가르치는 작품이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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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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