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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로맨틱 코미디'는 왜 사라졌나

[프리뷰] '로맨틱 코미디' / 12월 3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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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1-30 [13:16]

 

▲ '로맨틱 코미디' 포스터  © (주)안다미로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최근 극장가에 잘 보이지 않는 장르가 있다. 바로 로맨틱 코미디다. 로맨틱 코미디는 사랑의 과정을 유쾌하고 달콤하게 담아내며 수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멕 라이언, 줄리아 로버츠, 산드라 블록, 르네 젤위거, 드류 베리모어, 케이트 허드슨 등 90~00년대를 대표하는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최근 극장가에는 사랑스런 배우는 있지만 사랑스런 배우와 영화는 드물다.

 

로맨틱 코미디 매니아인 엘리자베스 샌키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가 왜 대세 장르에서 멀어지게 되었는지를 탐구하는 다큐멘터리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인다. 고전부터 최신작까지 로맨스라면 모두 섭렵한 그녀는 결혼 후 로맨틱 코미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음을 말한다. 이전까지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끼쳤던 사랑이 무엇인지 파트너를 만난 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로맨틱 코미디가 지닌 환상성은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자극하지만 이전처럼 열광을 이끌어낼 순 없다.

 

▲ '로맨틱 코미디' 스틸컷  © (주)안다미로

 

감독은 세 가지 지점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첫 번째는 삐뚤어진 여성상이다. 30년대까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여성 캐릭터는 주체적이었다. 똑소리 나는 전문직 여성으로 등장했고, 남성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 마디로 당당했다. 이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아버지 세대의 승전 이후 변하게 된다. 미국 사회에서 남성들의 위치가 높아지면서 영화 속 여성들은 남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데 집중한다.

 

로맨틱 코미디 속 여성들은 부족하다. 남성보다 잘 나가거나 똑똑한 여성이 드물다. 남성이 여성을 지켜주고 선택해야 한다는 판타지에 맞는 인물을 설정한다. 대표적인 할리우드 영화를 몇 편 살펴보자. ‘귀여운 여인에서 리차드 기어는 잘 나가는 사업가인 반면, 줄리아 로버츠는 순진무구한 콜걸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르네 젤위거는 출판사 직원이지만, 휴 그랜트는 그녀의 직장 상사고 콜린 퍼스는 변호사다.

 

감독은 이런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모양이 완성된 것에 대해 마릴린 먼로의 죽음을 언급한다. 마릴린 먼로는 당당함의 상징이었다. 그녀가 맡은 캐릭터는 미국 내 금발머리 여성에 대한 편견처럼 멍청하고 부족했지만, 그 캐릭터 안에서 당당하게 사랑을 주장하고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 건 마릴린 먼로의 힘이었다. 마릴린 먼로가 사라지면서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는 수줍고 순종적이고 모자란 여성에 중점을 둔다.

 

▲ '로맨틱 코미디' 스틸컷  © (주)안다미로

 

두 번째는 현실과 괴리가 느껴지는 설정이다. 감독은 로맨틱 코미디와 현실의 사랑이 너무나 다름을 지적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공감을 자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산드라 블록 주연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든다. 지하철 매표소 직원인 여주인공은 외부와 단절된 삶으로 외로움을 느낀다. 어느 날 그녀는 철도 위로 떨어진 남자를 구하고, 혼수상태에 빠진 그의 가짜 애인을 자처한다.

 

그가 성기능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여자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건 남자의 남동생이다. 영화를 볼 때는 유쾌하고 즐겁다 여기는 스토리이지만, 막상 내용을 되새겨 보면 소름이 끼친다. 이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역시 마찬가지다. 주인공 브리짓은 50kg대의 32세 여성이다. 작품 속 그녀가 다이어트와 결혼을 걱정하는 노처녀라는 설정은 여성들에게 가혹하게 느껴질 만한 설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는 게 남성 캐릭터다. 로맨틱 코미디 속 남성 캐릭터들의 행동은 사실상 범죄다. 그들은 다툼이 날 때 여성에게 소리를 지르고,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여성을 쫓아다닌다. 이렇게 이뤄진 사랑은 갈등 끝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아름다움으로 포장되지만 사실상 폭력에 스토킹이 더해진 범죄나 다름이 없다. 이런 작품 속 설정은 현실과 다른 모습으로 낮은 공감을 자아내는 건 물론 사랑에 대한 지나친 판타지를 품게 만든다. 포르노를 많이 본 사람이 실제 이성이 좋아하지 않는 과한 성관계를 원하는 거처럼 말이다.

 

▲ '로맨틱 코미디' 스틸컷  © (주)안다미로

 

세 번째는 다양성을 잃어버린 설정이다. 가만 생각해 보자.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은 매번 중산층 이상의 백인이다. 그들은 시작부터 직장에서 해고를 당해도 막막함에 눈물을 흘릴 만큼 가난하지 않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관객이 보기 좋아하는 설정을 내세우는 것이다. 주인공은 선남선녀고 그들은 경제적인 문제로 치졸한 싸움이나 고민을 하지 않는다. 오직 사랑이란 숭고한 감정만이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이 지점에서 감독은 자신에 대해 반성한다. 앞서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은 백인 중산층 밖에 없다고 했지만, 찾아보니 유색인종은 물론 동성애와 빈곤을 다룬 작품도 다수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맨틱 코미디 매니아라 말했던 그녀가 이 사실을 잘 몰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가 있지만, 그들은 주류에서 벗어나 있다.

 

그래서 관객들은 여전히 로맨틱 코미디하면 전형적이고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다시 사랑받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만든 주류의 틀을 깨야함을 작품은 언급한다. 로맨틱 코미디에는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 있는 큰 힘이 깃들어 있다.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인류가 멸종되지 않는 한 로맨틱 코미디는 사랑받을 수 있다. 다만 세상의 다양한 사랑을 더 담아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함을 언급하며 장르를 향한 변치 않는 애정을 말한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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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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