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전체기사

News & Report

Review

Magazine

Opinion

Critics

Culture

DB

JFF|운명적인 순간과 현실적인 감정을 말하는 세레나데

[JFF 온라인 일본영화제 상영작] '리틀 나이츠, 리틀 러브' / Little Nights, Little Love

가 -가 +


기사승인 2020-12-15 [10:12]

 

▲ '리틀 나이츠, 리틀 러브' 포스터  © JFF 제공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영화나 드라마의 사랑은 아름답고 쿨하다. 선남선녀 주인공이 나타나 소중히 간직한 서로의 마음을 표한다. 그리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따뜻한 마무리를 택한다. 때문에 로맨스 장르를 판타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실적인 사랑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이 일본에서 주목받게 된 이유는 현실적인 사랑을 다루면서 감성적인 깊이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사랑이 뭘까로 평단의 기대를 충족시킨 그는 이사카 고타로의 연작소설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원작으로 한 리틀 나이츠, 리틀 러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재팬 필름 페스티벌을 찾은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은 역시라는 생각이 들만큼 본인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판타지 한 스푼에 유머 한 스푼을 첨가하는 묘미도 선보인다. 참고로 이 작품은 올해 우리 곁을 떠난 배우 미우라 하루마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기도 하다.

 

인연이란 게 뭘까

 

미우라 하루마가 맡은 사토는 27살에 싱글인 회사원이다. 연애에 있어 소극적인 그는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쉽지 않다. 대학 동기인 카즈마와 유미 부부는 사토에게 낭만적인 사랑보다는 현실적인 연애에 대해 말한다. 특히 학부시절 마돈나였던 유미의 마음을 사로잡은 카즈마는 사랑은 드라마나 영화 같은 낭만적인 순간이 아닌 네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론만 안다고 어찌 사랑이 쉽나. 어떻게 하면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사토 앞에 운명의 연인이 나타난다.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하던 사토는 사키라는 취업준비생을 만난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키의 손에 적힌 샴푸라는 글자를 본 사토. 이 글자가 두 사람의 사랑을 이뤄주는 열쇠가 될 것이란 걸 이때의 그는 알지 못한다. 두 사람이 함께 서 있는 센다이 역에는 길거리 가수 사이토가 로맨틱한 노래를 부르고, 전광판에는 복싱 경기가 진행 중이다.

 

이 복싱 경기의 주인공 마나부는 누나에 의해 인연을 만난다. 독특한 성격을 지닌 마나부의 누나는 자신이 다니는 미용실 주인 미나코에게 자기 동생과 전화통화를 해보라고 말한다. 마나부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회사원인 척 미나코와 3개월 통화를 나눈다. 그리고 경기를 앞둔 날, 미나코는 그 사람의 정체가 일본 챔피언인 마나부라는 걸 알게 된다. 두 사람의 기묘한 인연은 사랑이 지닌 아름다운 운명을 보여준다.

 

이 운명이 망가진 순간은 작품 속 인물들의 미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미나코는 친구인 유미의 집을 방문하고, 이때 마나부도 따라간다. 이 자리에는 사토도 온다. 사토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소년을 발견한다. 이 소년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카즈마는 마나부를 데려온다. 마나부는 소년에게 강해지라는 조언을 건네며 그의 우상이 된다. 허나 마나부의 패배는 우상의 추락으로 소년에게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준다.

 

이 절망과 반대로 사토에게는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카즈마와 친구의 결혼식장을 향하던 사토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키를 발견한다. 그 순간, 사토는 용기를 낸다. 우연히 주은 지갑을 통해 현재의 아내와 만났다는 상사 후지마의 말처럼, 사랑은 마음가짐이라는 카즈마의 말처럼, 사토는 스스로 특별한 인연의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차에서 내린 그는 놀랍게도 6개월 전, 사키의 손에 적혔던 샴푸를 들고 그녀 앞에 선다. 그렇게 1부가 마감된다.

 

▲ '리틀 나이츠, 리틀 러브' 스틸컷  © JFF 제공

 

그들의 10년 후

 

1부의 마지막을 본 관객이라면 2부에서는 사토와 사키의 행복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할 것이다. 그러나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은 대단히현실적인 감독이다. 인기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가 주연을 맡은 좋아해, 너를당시 레온 역의 렌이 혼자 방황하는 모습을 몇 분이나 전개했던 감독이 그이다. 민현이 맡은 남상수 역은 어땠는가. 그가 코가제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다소 생뚱맞지만 현실적인 짝사랑의 느낌을 자아냈다.

 

보통의 로맨스 영화처럼 붕 뜨는 감정을 최소화 시키는 이 감독은 10년 후를 통해 각자의 현실적인 고민을 담아낸다. 먼저 사토의 상사인 후지마는 결국 이혼하고 만다.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그는 로맨틱했던 만남과는 달리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치고 회사를 떠난다. 마나부는 여전히 그때의 패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수명이 길지 않은 운동선수의 한계상 은퇴도 생각했던 그는 이름도 모르는 소년이 느꼈을 실망감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챔피언 매치에 도전한다.

 

카즈마와 유미 부부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친다. 딸 미오는 아버지 카즈마를 무능력하고 형편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 같아서 좋았던 아빠지만, 크고 나니 철없고 무책임한 가장처럼 느껴진다. 미오는 왜 성실하고 단아한 엄마가 카즈마를 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아빠와 달리 책임감 있고 정의로운 남자를 원하던 미오의 눈에 동급생 카즈토가 들어온다.

 

카즈토는 2부에 새롭게 추가된 인물이다. 그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건 무능력하다 여겨지는 어른들의 모습이다. 카즈토는 아버지 쿠니히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음식이 잘못 나와도 괜찮다 말하고, 회사에서 오는 전화에는 몸을 굽신거리는 아버지가 무능력하고 비굴한 사람처럼 여겨진다. 후지마, 쿠니히코, 마나부와 카즈마까지. 이 작품 속 남자들은 모두 자식 또는 누군가에 의해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어른처럼 표현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인공 사토는 어떨까. 10년 전 인연을 만났으니 지금쯤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 비싼 레스토랑까지 예약하며 프로포즈를 준비했던 사토는 식사만 하고 나온다. 허허 거리는 웃음만큼 약간 모자란 부분이 있지만 사람은 좋은 사토. 그런 사토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10년 동안 연애를 한 사키지만, 우유부단한 그에게 슬슬 지쳐간다. 과거 후지마의 아내가 그랬던 거처럼, 사키는 집을 나간다는 쪽지를 남기고 사토 앞에서 사라진다.

 

작품의 원제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는 모차르트가 지은 곡의 제목이다. 제목은 작은 밤 음악이란 뜻을 지니지만 이보다는 작은 세레나데로 해석하는 게 더 어울린다. 세레나데는 연인이 창가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낭만적인 사랑 노래를 말하는데, 저녁음악이란 뜻이 있어 연인 사이의 프로포즈는 주로 밤에 이뤄진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기적은 사토와 사키의 첫 만남처럼 밤에 시작된다.

 

▲ '리틀 나이츠, 리틀 러브' 스틸컷  © JFF 제공

 

그 순간, 너였기 때문에

 

작품은 두 주인공이 처음 만났던 센다이 역을 다시 배경으로 한다. 그때처럼 전광판에는 마모루의 복싱 경기가 펼쳐지고, 노래를 부르던 가수는 똑같은 사랑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이 장소에서 사키를 발견했던 사토는 다시 사키를 보게 된다. 그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키를 다시 잡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이 장면은 이마이즈미 리키야 감독이 허용한 최소한의 판타지다.

 

굳이 이 순간이 아니더라도 사토는 다시 사키를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전화나 SNS를 통해 연락이 가능한 게 현대다. 그럼에도 그는 이 순간, 이 장소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달리고 또 달린다. 카즈마는 운명적인 사랑에 대해 그 사람이 아닌 그 순간에 반한 것이라 말한다. 그 장소에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에게 반했을 거라 그는 말한다. 이 말에 대해 사토는 이리 답한다.

 

그 순간, 네가 있었기 때문에 사랑에 빠질 수 있었다고. 후지마의 아내는 지갑을 떨어뜨린 순간에 대해 물어보는 후지마에게 당신이라서 일부러 지갑을 떨어뜨렸다는 센스 있는 답을 한다. 카즈마 역시 이 답을 알고 있다. 사토는 아빠를 싫어하는 미오에게 카즈마를 다시 보게 된 순간을 말한다. 카즈토 역시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며 이들 사이의 관계는 우연이 아닌 일종의 운명임을 보여준다.

 

리틀 나이츠, 리틀 러브는 조금은 더 감성적인 분위기였다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감독 특유의 약간은 낮은 분위기가 잔잔히 마음을 사로잡는 영화다. 사랑이 지닌 양면인 판타지와 현실을 함께 담아내는 어려운 과정을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사랑이란 감정이 지닌 소중함을 담아낸 이 영화는 10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왔던 그 말의 가치를 통해 밤새 듣고 싶은 세레나데를 완성한다.

 

사랑이 뭘까가 현실적인 로맨스로 마음 한 구석을 아프게 하는 따끔함이 있다면, 이 작품은 현실 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사랑은 모두 판타지와 같은 특별한 순간임을 말하며 포근하고 달콤한 솜사탕을 먹는 기분을 준다. 로맨스의 기틀이라 할 수 있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담아내는 깊은 시선 역시 놓치지 않으며, 이마이즈미 리키야는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로맨스 감독임을 입증해낸다.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Read More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네이버블로그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씨네리와인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