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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고양이 탐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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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1-08

두 번째 사건 이후 윤주의 관심은 온통 CCTV였다. 숨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게 윤주의 주장이었다. 초등학생 때 칭찬스티커를 모으면 선물을 줬는데 한 아이가 자기 스티커 숫자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애는 다른 아이들 노트에서 칭찬스티커를 훔쳐 자기 노트에 붙이고 있었다고 한다. 경비가 CCTV 공개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안 윤주는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하다며 함께 관리사무소로 가자고 했다. 경비는 시간여행을 한 듯 며칠 사이에서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머리는 새하얘졌고 양 볼에 살은 쏙 빠졌다. 한숨을 푹 내쉰 경비는 뭐 대단한 볼일이 있어서 자꾸 방문하냐며 짜증을 냈다.

 

-또 말하게 하네, . 안 된다고. 너희가 피해 본 것도 아니잖아. 세대가 피해를 봤으면 CCTV 영상을 공개하는데 아니면 보여주지 않는다고요. 그러니 제발 그만 좀 가라, ? 그리고 넌 여기 주민도 아니잖아. 왜 자꾸 알짱거리는데?

-그럼 출입을 못하게 하던가요. 아저씨는 고양이가 불쌍하지도 않아요? 길고양이라도 그 고양이한테 이름을 붙여주고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에요.

-그렇게 불쌍하면 집에 데려가 키우던가. 그리고 쥐나 비둘기는 잘도 쫓아주세요, 죽여주세요 하면서, 고양이는 왜 죽었다고 난리인 건데? 네가 이 동네에 안 살아서 그렇지, 쟤들 밤마다 엄청 울어. 시끄러워 죽겠다고, 아주!

 

고양이는 발정기가 되면 밤새 울어댄다. 그 울음소리가 아기랑 비슷해 학창시절엔 아기가 우는 줄 알았다. 여름에는 그 소리 때문에 창문을 열고 잠을 청하기 힘들다. 민원이 올 때마다 경비가 고양이를 쫓아내지만, 인력에는 한계가 있다. 어쩌면 고양이가 사라지면 좋아할 사람 1순위는 저 경비일지 모른다.

 

-이건 학대고 살해라고요! 생명이 죽었는데 너무 무심한 거 아니에요?

-과장하지 말고. 고양이가 줄어들어서 좋은 것도 있어. 요즘은 밥을 주니까 쥐도 잘 안 잡아서 있어 봐야 시끄럽기만 하다고. 그리고 너희가 본다고 뭘 알아? 경찰도 못 찾는 걸 무슨 수로 잡겠다고. 바쁘니까 그만 나가.

 

그래, 세상에 나 빼고 다 바쁘다. 윤주는 화를 참지 못하고 관리사무소를 노려보며 온갖 욕을 내뱉었다. 그 욕 사이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욕 한 번 찰지다, 찰져. 요즘 애들은 대화할 때도 욕이 없으면 못한다니까.

-저기 경비 성격이 어지간해야지. 나 같아도 욕하겠다, .

-그건 그렇고 맥스가 요즘 통 안 보이던데, 어디 갔는지 알아?

-나야 모르지. 툭하면 차 위에 올라가니까 누가 잡아간 게 아닐까.

 

-오빠? 뭐 하고 있어?

 

윤주의 말에 반응한 뒤 다시 돌아보니 고양이 두 마리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맥스가 누구지? 죽은 고양이 중 하나일까. 길고양이는 두 종류가 있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심해 소리만 나도 모습을 감추는 녀석, 사람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느껴 접촉해도 가만히 있는 녀석이다. 범인이 고양이에 대해 잘 안다면 사람을 따르는 녀석을 노렸을 것이다. 먹이로 유인한 뒤 집으로 데려가 죽이고, 사체를 유기하는 방식을 썼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는 건 범인은 이 아파트 고양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말이다.

 

*

 

진석은 고양이 아지트를 돌아가며 감시했다. 1단지 아파트 아래 화단과 2단지 생활공원, 3단지 놀이터 뒤뜰과 4단지 주차장 인근 화단은 고양이가 주로 모여 지내는 장소다. 이렇게 아파트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시간은 거의 1시간 넘게 지나갔다. 고양이 사이의 대화에서 특이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요즘 음식물 쓰레기통이 기계식으로 바뀌어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둥, 쥐새끼 하나 발견하기 힘들어 배식시간만 기다려진다는 둥, 날씨가 계속 좋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나오질 않아 간식 먹기 힘들다는 둥 주로 먹는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한때 고양이처럼 살고 싶은 게 진석의 소원이었다. 백수(그는 작가지망생 기간이라 말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람이 꼭 일해서 부귀영화를 누려야 하는지,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할 만큼 돈을 벌고 살면 안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곧 그 먹고사는 문제도 돈이 많지 않으면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고양이들의 일상은 평화로운 반면 사람들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순찰대가 강제심문을 한다는 게 이유였다. 순찰대는 고양이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붙잡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의 고함에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고 부모들이 찾아와 항의했다. 밤중에 돌아다니던 고등학생들은 고양이 소리를 내며 먹이를 줬단 이유로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가끔은 몸싸움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방송국에 전화해 사건을 공론화시키고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유도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집값 문제로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아파트 안에 고양이 살해범이 있다는 게 알려지면 소문이 나쁘게 난다는 게 이유였다. 양남아파트 근방은 빌라 주거지다. 때문에 주민들은 아파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진석은 범인이 잡히지 않는다면 이렇게 일상적인 다툼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 여겼다. 다만 이 다툼의 주연이 윤주가 될 것이란 건 생각하지 못했다.

 

전날 여러 번 낮잠을 자다 아침 일찍 일어난 진석은 창문 밖에 순찰차가 있는 걸 보고 흥미를 느꼈다.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앞 동을 향했다. 두 명의 경찰 앞에 분한 표정으로 입술을 악물고 있는 소녀가 보였다. 그 얼굴이 윤주란 걸 확인한 진석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윤주를 뒤로 물러서게 하고 그 앞에 섰다.

 

-무슨 일입니까?

-저 애 보호자에요? 아니면 좀 비키세요.

-보호자 맞으니까 저한테 말하세요. 무슨 일인데 그러세요?

-쟤가 남의 집 문을 함부로 두드려서 그 집 아들이 경기를 일으켰어요.

 

이른 아침 등교 전, 윤주는 양남아파트 4단지에 도착했다. 전날 밤, 그녀는 홍석을 봤다. 홍석은 순찰대가 지나간 후 나타나 고양이를 구경했고 먹이를 줬다. 야옹~ 야옹~ 거리는 그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윤주는 홍석을 따라 아파트 안까지 들어왔다. 그가 누른 엘리베이터 버튼에서 2층 더 높은 숫자를 눌렀다. 홍석의 집 호수를 알아낸 뒤 돌아왔지만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당장 홍석과 이야기를 해보고 싶단 생각에 그 집을 찾아갔고 초인종을 눌렀다. 홍석은 윤주의 방문에 당황했다. 윤주는 고양이와 관련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고, 홍석은 제발 가 달라며 애원했다. 잠깐이면 된다며 문을 두드리는 윤주의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엄마에게 전화했다. 새벽부터 출근한 홍석의 엄마는 40이 넘은 아들이 무슨 일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해 경찰과 119에 전화했고, 예측대로 홍석은 방에서 경기를 일으키며 온몸을 떨고 있었다.

 

-그쪽들 고양이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고양이 때문에 사람이 피해 보면 안 되죠. 이러다 사람이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 사람,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아침이랑 저녁에만 잠깐 나온답니다. 고양이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라는데 이번 사건 때문에 그것도 힘들어졌어요.

 

진석은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윤주의 무리한 행동이 경찰의 심기를 건드렸다. 역공을 당할 빌미를 줘버린 것이다. 한 경찰은 모자를 벗더니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윤주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저기 학생, 학생은 이 아파트 주민도 아니잖아. 왜 여기까지 와서 난리야. 빌라에도 고양이 많으니까 거기 가서 보라고! 자꾸 난리 칠 거면 학생 나라로 돌아가!

-저 여기 사람이거든요! 한국 사람이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나라에서 살겠다는데, 왜 아저씨가 뭐라 그러세요?

-~ 그렇게 좋아서 자살하려고 그랬니?

 

진석은 얼어붙은 윤주의 손을 잡았다. 그는 경찰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경찰 아저씨, 그건 아니죠! 사과하세요! 당장 사과하지 않으면 정식으로 민원 넣을 거예요. 당장 사과하시라고요!

 

경찰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 다른 경찰들의 만류와 대리사과로 사태는 일단락됐다. 진석은 윤주를 데리고 카페에 왔다. 좋아하는 초코파르페 앞에서도 윤주는 눈물만 흘렸다. 마치 그날처럼.

 

2년 전, 진석은 공터에 자주 나갔다. 과외 아르바이트가 끊기고 식당 아르바이트도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다며 구하기 힘들었을 때이다. 돈이라도 아끼자는 생각에 밥을 먹고 나면 혼자 공터를 거닐었다. 죽어도 공무원 시험은 준비하기 싫고, 작가는 되고 싶지만, 작품은 반응이 없는 그럴 때였다. 찬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바라보는 게 일과의 전부였다. 그날도 저녁식사 후 공터를 거닐었다. 밤 공터는 사람이 없어서 더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진다. 진석에게는 그 외로움이 친구처럼 다가왔다. 모두가 외로우면 외로움도 친근한 감정이 된다는 말이 있다. 누구에게 연락하기 뭐하고, 연락도 오지 않는 그의 현재에 딱 맞는 말이다. 익숙한 외로움을 따라가던 그때, 풀숲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바라보니 나뭇가지에 밧줄이 묶여 있고, 누군가 거기에 목을 매려 하고 있었다. 언뜻 봐도 나뭇가지가 튼튼하지 않아 보여서 쇼를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지켜보던 진석은 여자가 두 다리를 들고 손을 허우적거리자 달려갔다. 밧줄에서 풀려난 여자는 기침을 내뱉었다. 그녀의 손목에 그어진 상처들을 보고서야 진석은 장난이 아님을 알게 됐다.

울기만 하는 소녀를 데리고 카페를 향했다. 더는 추운 공터에 있기 힘든 점도 있었지만, 대화를 위해서 안락한 공간이 필요하다 여겼고 룸카페가 제격이라 생각했다. 소녀가 초코파르페를 시켰을 때 주머니 사정 때문에 눈물을 머금었고 꼭 이야기를 듣겠다는 오기가 피어났다.

 

-애들이 괴롭혀요.

-애들이 괴롭히면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해야지, 왜 네가 죽으려고 그래? 너 죽어봐야 걔들은 아무 타격 없어. 선생님이 안 되면 경찰한테 이야기해야지. 세상에 얼마나 아름다운 게 많은데 죽으려고 하냐. 대학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잔뜩 먹고 그래야지.

 

물론 거짓말이다. 당시 진석에게 세상은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진석의 거짓말에 소녀는 더 울상을 지었다.

 

-저 때문에 엄마가, 엄마가 너무 힘들단 말이에요. 차라리 내가 죽어버리면 엄마는 엄마 삶을 살 수 있잖아요.

 

윤주는 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은 후 학교 내에서 윤주을 향한 따돌림은 더 심해졌다. 러시아의 인종차별은 생명위협으로 다가왔다. 윤주 어머니는 러시아에서는 아이를 키울 수 없다 생각하고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난민신청이 받아들여졌지만, 아버지 쪽 친척들은 어머니와 윤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을 죽인 년이라며 욕하고 배척했다. 윤주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놀이동산이나 카바레에서 댄서로 일했고 윤주는 혼자 밥을 먹는 일이 많았다.

 

-한국에서는 차별당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애들이, 애들이 괴롭히는 거예요.

 

왕따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하얀 피부에 파란 눈동자, 갈색 머리를 지닌 윤주는 놀림거리가 됐다. 숙제한 공책을 찢어버리는가 하면 양동이에 걸레 빤 물을 담아 뿌리기도 했다.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애도 있었다. 아이들은 교사의 반응을 보고 조금씩 강도를 조절했다. 교사가 포기할 만큼 교묘하게 괴롭힘을 이어갔다. 중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체육복을 변기에 버리는가 하면 돈을 윤주의 가방에 넣어 도둑으로 몰기도 했다. 몇 번이고 죽기 위해 손목을 그었지만, 그때마다 겁에 질려 깊게 파고들지 못했고 결국 목을 매어 자살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하필 그 자살도 할 일 없는 백수한테 걸려 실패했지만.

 

-너 사람 친구 없으면 고양이랑 친구해 볼래?

 

어쩌다 그런 아이디어가 나왔는지 모른다. 다만 자신이 지닌 유일한 능력으로 이 소녀를 기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 생각했다. 그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고양이만 골라 윤주가 만지게 했다. 없는 돈을 쪼개 고양이 간식을 사 먹였다. 그렇게 윤주는 고양이와 가까워지며 점점 웃음을 찾아갔다. 아파트 고양이마다 이름을 붙여주고 수업이 끝나면 고양이를 보러 왔다. 고양이들도 윤주가 익숙해졌는지 몸을 비비는가 하면 옆에 와 애교를 부리기도 했다. 진석은 나름대로 윤주를 지키고자 오빠인 척 하굣길에 기다렸다. 시비를 걸던 학생들은 어른이 눈앞에 있자 자리를 피했다. 윤주를 더는 건드리지 않으면서 진석이 학교 정문에 서 있을 일도 없어졌다.

 

-오빠, 고양이들, 꼭 구해야 해. 오빠가 구해줘. 날 구해줬듯이 고양이들을 부탁해.

 

내 한 몸 구하기도 힘들다. 목구멍까지 소리가 올라왔지만 진석은 말할 수 없었다. 윤주가 다시 어둠으로 들어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또다시 위선자로 비치고 싶지 않다. 자신을 위선자로 기억할 사람은 진우 한 명이면 족하다고 진석은 생각한다.

 

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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