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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이 현대 사회의 불확실성을 그려내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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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1-12 [10:00]

[씨네리와인드|정다원 리뷰어] ‘확실하지 않은 성질특히극심한 변화로 인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태현대 사회의 특성을 묘사할 때 쓰는 말’ 이라는 사전적 정의처럼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영화 <버닝>에 대한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그가 불확실성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고려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는 “영화의 구조 자체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인식하고 믿는 것과 실재의 것누가 범인인가 아닌가 등 계속해서 경계를 다루고 있다. 라고 말한다이렇게 영화 <버닝>은 경계에서의 위태로움이 가득한 현실과 그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많은 메타포들을 내세우며 서사가 전개된다또한영화의 설정 혹은 장치 역시 불확실성을 나타내기도 한다이렇게 영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불확실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려지며불확실성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영화에서는 부재와 존재가 동시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여러 가지 주요한 사건들로 극명하게 드러낸다우선 영화의 초반부에 해미가 종수에게 팬터마임을 보여주는 장면은 현실과 현실에서 발생하는 욕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그려낸다해미는 귤껍질을 까는 팬터마임을 하면서귤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고 가상의 귤을 만들어내는 것도 아닌 귤이 없다는 사실 자체를 잊어야 한다고 말한다이를 ‘현실’이라는 단어로 치환한다면지금 우리가 있는 이 현실은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고부재함을 부재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현실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 이지만여기서 말하는 ‘존재’ 역시도 해미의 대사처럼 부재를 잊음으로써 만들어 진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이 대사는 귤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하여 영화가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불확실성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또한팬터마임이라는 요소를 사용한 것 역시 주목하여야 한다팬터마임은 관객주체가 자신의 욕망을 잊고 타자인 팬터마임 공연자의 욕망을 욕망할 수 있을 때 성공적인 공연예술이 된다팬터마임은 내가 품고 있는 이 욕망이 타자의 욕망인지 나의 욕망인지 불확실하게 만들며감독은 이를 활용하여 한 개인의 욕망이 정말 개인의 차원에서 발생되는 것인지 혹은 타인의 욕망이 내게 전도되어 나의 욕망이라고 믿게 된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이렇게 영화의 초반부터 극명하게 그려진 감독의 생각은 영화 전반에 걸쳐 다른 형식으로 계속 반복된다.

 

▲ 영화 '버닝'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이후의 장면들에서는 어떤 것에 대한 부재와 존재라는 서로 다른 믿음을 가진 인물들을 상반되게 보여주면서 불확실성의 의미를 전달한다해미의 부탁으로 고양이를 관리하기로 한 종수는 실제로 해미의 고양이를 본 적이 없다그럼에도 종수는 해미가 없을 때마다 계속해서 고양이를 돌봐주러 간다이렇게 해미와 종수가 고양이의 존재를 믿음으로 인해 관객 역시 고양이가 존재한다고 믿게 된다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계속해서 ‘보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것으로 관객에게 인식되며영화 후반부에 해미의 빌딩 관리인 아주머니가 고양이 같은 것은 없다고 말함으로써 이러한 비가시적인 인식이 존재 자체에 대한 의구심으로 바뀌게 된다해미가 사라진 후종수가 벤의 집에 있는 고양이에게 ‘보일’이라는 이름을 부르자 고양이가 반응을 보이기는 하지만단순히 이름을 부르고 반응을 보이는 한 번의 가시적인 장면이 관객에게 영화 전반에 걸쳐서 인식되었던 ‘보일’에 대한 불확신을 확신으로 바뀌게 할 만한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버닝>은 불확실성의 영화이다불확실성의 시대를 배경으로 불확실성을 띠고 있는 사건들이 반복된다영화의 초반 해미의 팬터마임 장면이 담고 있는 욕망과 그 주체에 대한 불확실성그 뒤로 비가시적인 것으로 인식된 존재가 갖는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고양이 보일 외에도 많은 불확실한 것들을 영화는 담고 있다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만들어낸 실재 혹은 부재에 대한 믿음의 흔들림그로 인해 진실을 추격하려는 생각들과 행위들을 관객에게 선사한다즉 현실을 배경으로 하지만 환상적 요인을 만들어 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불확실한 현실 역시 환상과 동반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영화의 시사점은 관객들이 직관적으로 영화를 이해하는 것에 방해요소로 작용되기도 한다하지만 그저 적극적으로 진실을 구현하려는 순간 영화가 지니는 환상성과 불확실성은 사라지며 이는 영화가 우리에게 말해주려 하는 바 역시 소멸시켜버리는 것이다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모호하고 불확실한 지금의 현실그 현실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영화에 나오는 모든 것들은 경계에서의 위태로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그리고 때로는 사실적인 묘사의 감상보다 해답을 정해주지 않은 질문을 받았을 때 더 진실에 근접하게 다가갈 수도 있다그렇기 때문에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질문만을 던지며영화 <버닝>은 흘러갈 수밖에 없다.

 

▲ 영화 '버닝' 스틸컷  © CGV 아트하우스

 

 

보도자료 및 제보cinerewind@cinerewind.com

정다원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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