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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이 그녀들을 비추는 방법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나타난 '대조'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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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1-21

[씨네리와인드|한솔지 리뷰어]  2019년 크리스마스. 할리우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여성 감독으로 부상한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이 개봉했다. 사실 <작은 아씨들>은 1933년 처음 영화화된 후 거의 10년마다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었으며,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은 무려 8번째의 각색 영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영화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울 정도의 극찬을 얻어내고 있는 동시에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아마도 지금까지 미국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 중 최고작일 것”이라는 평을 할 정도로 각광받았다. 이외에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희상상을 받았으며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과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에서 각색상을 받는 등 영화의 행보는 가히 대단했다. 물론 이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낸 이유들로, 고전의 현대적 해석, 영화만의 감수성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나는 그 중에서도 <작은 아씨들>만의 스토리텔링 방법이 인상깊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영화 속에서 1부(과거)와 2부(현재)의 연속성을 어떤 방법으로 스토리텔링 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영화 '작은 아씨들' 포스터 ©컬럼비아 픽처스

 

그레타 거윅은 그녀들의 1부와 2부를 교차편집을 통해 구현해냈다. 사실 이러한 교차편집은 규범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헷갈리기 쉽고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혼동을 느끼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차편집을 통해 영화를 구성함에도 불구하고 연속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때문에 영화의 개연성에 더 힘을 싣게 되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의 리듬감 또한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레타거윅은 어떻게 교차 편집을 통해 오히려 영화의 연속성을 높인 것일까? 나는 이것을 조명, 소품, 카메라 구도, 인물의 이동방향 이 네 개의 키워드를 중점으로 교차 편집을 통한 ‘대조’로 설명하고자 한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한 문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작은 아씨들>의 첫 시작 부분에 나온 문구이다.

 

 “나는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썼다.”

 

원작자 루이자 메이 올컷이 남긴 문구인데, 그레타 거윅은 이 한 문장을 구현하기 위해 영화적 표현을 동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이 글을 읽다 보면, 스토리뿐만 아니라 구성과 연출은 이 한 문장을 위해 달려가는구나, 하고 깨달을 것이다.

 

 

<작은 아씨들> 속 대조의 스토리텔링

 

교차 편집의 구성은 이미 언급했듯이 그레타 거윅 감독은 1부와 2부, 즉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면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단순히 시점만을 교차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의 과거 속 시간들에서는 주로 행복하고 희망찬 순간들로 구성하고, 반대로 현재 시점에서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그녀들의 모습을 불행하고 어두운 순간으로 구성한다. 즉, 과거와 현재를 행복과 불행으로 치환해도 무색할 만큼 극적으로 대조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대조를 통해 과거의 행복은 더욱 더 아름답고 현재의 불행은 마치 우리의 불행인 것처럼 더 고통스럽게 여기게 된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아마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문구가 있을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오프닝으로 사용한 루이자의 문장이다.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썼다.” 이는 불행했음에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영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계속 교차 편집하며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스토리텔링 방법은 루이자의 메시지를 더욱 더 부각시킨다. 

 

 

Ⅰ. 색채의 대비

이렇게 <작은 아씨들> 속 대조와 대비의 스토리텔링 방식에서는 색채가 그 핵심에 자리잡고 있다.

사실 <작은 아씨들>의 책이나 영화를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서사와 캐릭터, 분위기들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따뜻한지. 하지만 영화의 첫 장면을 딱 마주한 순간, 의문이 들 것이다. ‘이거 내가 아는 <작은 아씨들> 맞아?’라고. 영화는 둘째 ‘조’와 편집장이 원고의 내용과 출판에 대해서 상의하고 있는, 현재의 조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의 전체적인 톤을 살펴보자. 내가 생각했던 따뜻함과는 무척 거리가 멀 것이다. 어둡고 푸른빛을 띄고 있으며 채도 또한 거의 무채색에 가깝다. 이는 첫 장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네 자매들의 의상이며 집이며 풍경이며 모든 미장센들의 색채는 차갑기만 하다. 이처럼 차갑고 어두운 색채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현재 시점에 전반적으로 물들어 있다.

하지만 네 자매가 행복하게 같이 살던 7년 전의 과거 시점에서는 정말 같은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색채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전체적인 톤이 주황빛이며 밝고 채도 또한 높다. 화면을 구성하고 미장센 또한 그렇다. 벽난로에서 불타고 있는 장작들, 창문으로 스며 들어오는 주황빛 햇살, 식탁의 음식들, 네 자매들의 컬러풀한 의상들까지. 심지어 서로 싸우거나 가난한 이웃을 돌보기 위해 힘겹게 걸어가는 장면조차 온화한 색감을 통해 따뜻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면은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과거에서의 네 자매들과 그의 친구들은 시끌시끌하게 뛰놀고 장난치며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장면은 굉장히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7년이 지난 후, 셋째 베스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와 함께 바다로 나온 장면에서는 같은 해변이지만 맹 정적이며 차가운 색채로 표현된다.

이렇듯 색채 대비를 통한 스토리텔링 방법은 과거의 행복과 현재의 불행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Ⅱ. 공간의 여백을 결정하는 소품

색채와 같은 맥락으로 소품 또한 <작은 아씨들>의 스토리텔링에 일조하고 있다. 과거의 ‘조’는 네 자매들과 함께 살며 함께 지낸다. 심지어 ‘로리’라는 단짝 친구도 있다. ‘조’는 혼자가 아니며 외로울 틈이 없다. 그것은 ‘조’뿐만이 아닌 메그, 베스, 에이미 또한 그렇다. 이러한 그녀들의 풍족함은 소품만 봐도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간을 차지하는 소품의 부피이다. 그녀들의 집은 가구와 소품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집에서 아무리 공간을 옮겨도 공간의 여백은 매우 적다. 이는 주로 딥포커스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미장센을 통해서 자매들의 부족함 없이 가득 차 있는 감정들을 무의식적으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은 그렇지 않다. 자매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셋째 베스까지 죽으면서 그녀들의 집에는 남아 있는 가구들과 소품이 최소한으로 줄었다. 이는 조가 베스가 떠난 뒤 자신의 엄마와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장면에서 극대화된다. 그들이 얘기하는 공간은 과거에 자매들의 옷가지들과 여러 개의 의자들, 이곳저곳 장식되어 있는 소품들, 갖가지 상자들로 채워져 있었지만 현재는 하나밖에 안 남은 책상과 단출하다 못해 무채색의 천으로 가려진 행거. 남겨진 것은 훤히 드러난 나무바닥뿐이다. 그 장면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허하고 공허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조’의 감정이기도 하다.

감독은 이렇듯 색채뿐만 아니라 소품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과거와 현재의 행복과 고통을, 그 속에서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감정들을 표현해내고 있다.

 

▲ 영화 '작은 아씨들' 스틸컷 ©컬럼비아 픽처스



Ⅲ. 구도의 일치

색채와 소품을 통한 행복과 불행의 대조와 대비만이 교차 편집의 핵심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교차 편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자연스럽게 교차시키느냐, 이다. <작은 아씨들>에서는 어떻게 시점 변화를 자연스럽게 교차 편집으로 이어지도록 할 것인가, 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그레타 거윅은 이 문제 또한 영리하게 해결했다. 장면의 연결을 비슷한 구도 혹은 조형적 유사성을 이용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주인공들이 카메라에 담긴 구도가 혹은 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가장 비슷한 순간을 기점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과거와 현재 시점이 계속해서 교차되고 반복된다. 이렇게 교차되는 순간 순간을 창문을 통한 조의 모습(17‘55), 자는 조의 얼굴(25’09), 길을 가로질러 가는 조 혹은 자매들(34‘04), 로리가 조에게 준 열쇠(43’11), 동생들의 자고 있는 얼굴(53‘21),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조의 얼굴(1’31‘21) 등 대부분의 연결을 비슷한 구도, 비슷한 장면들을 이용해서 연결한다. 이는 교차 편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질감 혹은 괴리감을 해결해 주면서 영화의 연속성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편집은 동시에 비극성을 가장 강렬하게 제시하는 데에 큰 공을 주기도 한다. 비슷해 보이는 에피소드의 시작이 전혀 다른 결말로 마무리되는 과정을 즉각적으로 대조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이 있다. 과거와 현재의 조는 베스의 병간호를 하던 중에 잠깐 잠에 들었다가 깨어난다. 그렇게 깨어나는 순간은 영화의 스토리텔링, 조명, 그리고 편집이 가장 잘 맞아떨어진,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과거의 조는 베스를 간호하다가 깜빡 잠에 든 후 일어난다. 그리고 침대를 쳐다보는 순간 베스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서둘러 계단을 내려가며 엄마를 부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베스. 베스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하는 조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그 시퀀스가 끝난 후 바로 똑같이 눈을 감고 자고 있는 조의 얼굴이 클로즈업 숏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똑같이 침대를 살피지만 베스는 사라지고 없다. 그렇게 천천히 내려가서 확인하지만 탁상엔 베스는 사라진 채 엄마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베스를 간호하던 조가 잠시 들었던 잠에서 일어나서 베스의 존재를 확인하기까지의 순간은 과거와 현재 시점에서 모두 동일한 구도로 카메라에 담기고 조의 동선 또한 일치한다. 이때 극명히 대조되는 조명, 소품 등의 미장센은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 장면은 조가 여타 다른 여자들처럼 결혼을 하지 않고 작가가 되고자 마음 먹고 진짜 자신만의 글을 쓰기로 결심하면서 성장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하여 가장 결정적인 분기점의 역할을 한다.

 

 

Ⅳ. 인물의 방향성

영화 초반에 조가 뛰어가는 장면만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현재 시점의 인물들은 화면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동한다. 이는 베스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조가 무거운 짐을 들고 터벅터벅 걷는 장면 또한 방향이 동일하다. 그리고 이 장면 뒤에 바로 붙는 자매들이 걷는 장면은 인물들이 반대로 움직인다. 화면의 우측에서 좌측으로. 이는 조와 로리가 춤을 출 때도 왼쪽으로 이동하며 다정하게 연극을 보고 나오는 메그, 브룩, 조, 로리 모두 왼쪽으로 걸어간다.

사실 처음에는 이 방향성이 과거와 현재를 구분시켜 주는 하나의 장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 공식들이 모든 장면에 계속 적용되지는 않았다. 물론 대부분이 이 공식을 따라 과거의 인물들은 좌측으로, 현재의 인물들은 우측으로 이동했지만 몇몇 개의 예외가 있었다. 나는 혹시 이것 또한 단순히 과거와 현재 시점을 나누는 것을 넘는 다른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고, 예외의 장면들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장면 속 인물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뒤따라올 사건이 긍정적일 때 인물이 좌측으로 향하고, 인물의 감정이나 후의 사건이 부정적일 때 인물의 이동 방향이 우측을 향하게 된다는 하나의 공식을 발견했다. 그렇기에 좌측으로 향하는 방향은 주로 과거 시점에서 등장하고 우측으로 향하는 방향은 대부분 현재 시점에서 사용되는 것이 그 이유였다.

 베스가 죽은 뒤 믿었던 로리마저도 조를 떠나고 막내 에이미와 결혼한다. 그리고 조는 로리에게 고백하기 위해 남몰래 썼던 편지를 버리고 집에 돌아오는데, 조가 좌측으로 가로질러 이동하는 장면을 익스트림 풀샷으로 보여준다. 이는 외로움에 지쳐 사랑하지 않음에도 사랑받기를 원했던 모습의 조가 다시 작가가 되기 위해 다짐하는 감정의 변곡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아씨들> 에서 사용된 기법들은 시점을 넘나드는 교차 편집의 혼란과 혼돈을 최소화시키고 이미지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이질감과 괴리감을 낮춰 주며 영화의 연속성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그레타 거윅이 장치해 놓은 다양한 미장센들은 과거와 현재 속에서 살아가는 네 자매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감정들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기능 또한 효과적으로 수행했다.

 

조명, 소품, 구도, 방향 등 시각적인 이미지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연출, 이를 대조적으로 드러내는 스토리텔링. 이 모든 것들은 “나는 고난이 많았기에 즐거운 이야기를 썼다.”라는 문장에 담긴 메시지에 도달하기 위해 영화 러닝 타임 내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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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지
씨네리와인드 객원취재부 기자단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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