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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양심을 담아낸 일본판 '부부의 세계'의 서스펜스

[프리뷰] '스파이의 아내' / 3월 25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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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3-12

 

▲ '스파이의 아내' 스틸컷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일본 최고 권위를 지닌 영화잡지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20년 최고의 일본영화인 <스파이의 아내>는 태평양 전쟁 직전인 1940년 고베를 배경으로 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90년대 J호러를 이끈 역군이자 <큐어>, <도쿄 소나타> 등을 통해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번째 시대극으로 메이저 영화 최초로 일본 전쟁범죄를 말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일본 내부의 상업영화에서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전쟁범죄를 다룬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원자폭탄으로 인한 자국의 피해에 중점을 두며, 진주만침공으로 벌어진 미국의 공습을 일방적인 피해로 둔갑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쟁세대인 야마다 요지 감독의 <작은 집>의 경우처럼 전쟁 당시 소시민들이 입은 피해에 중점을 둔다.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우도 태평양전쟁에 사용된 전투기 제로센을 만든 호리코시 지로를 비행기를 만들고 싶은 소년의 순수한 꿈으로 그려내 국내에서 우익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스파이의 아내>는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세계적인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 아오이 유우, 타카하시 잇세이, 히가시데 마사히로 등 유명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란 점에서 전쟁범죄에 대한 언급이 의미를 지닌다. 일본 731부대가 만주지역에서 전쟁포로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을 소재로 삼으며 전쟁의 피해자 입장임을 강조했던 일본 메이저 문화계에서 양심 있는 목소리를 낸다.

 

주제의식이 시대성에 중점을 둔다면 전개는 서스펜스다. 작품은 일본판 부부의 세계를 연상시키는 측면을 지닌다. 유사쿠와 사토코. 두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는 잉꼬부부지만, 서로 다른 욕망을 지니고 있다. 사토코는 유사쿠에 대한 소유욕을 지닌다. 여기에 현재의 경제적 수준과 생활에 만족하기에 현상을 유지했으면 한다. 허나 만주에 간 유사쿠는 그곳에서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목격하고 이와 관련된 노트와 필름을 미국으로 가져가 폭로할 계획을 세운다.

 

사토코의 욕망은 유사쿠를 통제하고자 한다. 앞서 사토코는 밝은 미소에 다소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 이는 유아적인 욕망인 소유욕과 이기심이 사토코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유사쿠는 대의를 위해 미국을 향하는 거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코스모폴리탄으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자의식이 숨겨져 있다. 서양식 건물과 가족부터 사용인까지 모두 양복을 입히게 하는 유사쿠는 서구사회에 대한 동경이 있고 이를 발산하기 위해 미국을 향하고자 한다.

 

▲ '스파이의 아내' 스틸컷     ©엠엔엠인터내셔널(주)

 

 

이들 부부는 각자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속이는 심리전을 선보인다. 유사쿠는 성숙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대의보다는 자신의 명성을 위해 폭로를 결심하고, 미성숙한 사토코는 유사쿠에 대한 소유욕과 가정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 이를 막고자 한다. 주변 인물들마저 파멸로 몰아넣는 이들 부부의 대결은 국내에서 크게 히트를 친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연상시키며 서스펜스의 긴장감을 뿜어낸다.

 

여기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연출특징이라 할 수 있는 조명은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핵심적인 요소다. 빛과 어둠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데, 사토코의 집은 사방에 커다란 창문이 있으며 빛이 잘 든다. 부부의 행복한 모습이 주로 집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빛은 두 사람의 사랑과 행복한 미래를 그린다. 유사쿠와 사토코가 미국으로 함께 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역시 해가 밝게 빛나는 시간이 주를 이룬다.

 

반대로 경찰서의 경우 창문이 하나도 없는 어두운 공간이다. 이들 부부가 경찰의 의심을 사고 이곳에 올 때면 조명은 어둠을 향한다. 유사쿠가 전쟁범죄의 비밀이 담긴 책과 필름을 보관한 공간 역시 빛이 들어오지 않는 회사 지하실이다. 일본 메이저 문화계에서 나오기 힘든 목소리를 냈다는 점과 시대극에 서스펜스를 윤기 나게 담아냈다는 점, 본인의 연출적인 장점을 살려냈다는 점이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에 해당하는 은사자상을 받은 이유가 아닌가 싶다.

 

평점 : ★★★☆☆

한줄평 : 부부 사이의 서스펜스에 담긴 시대의 보고(報告)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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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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