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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이 '자산어보'에서 발견한 온고지신의 가치

[프리뷰] '자산어보' / 3월 31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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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3-25

▲ '자산어보'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시대극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 온 이준익 감독은 그 시대가 지닌 아픔을 조명하면서 현대에 맞춰 그 가치를 보여주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정약용의 멘토이자 형제인 정약전의 이야기를 담은 <자산어보>는 그가 흑산도에 유배 당시 쓴 책, ‘자산어보의 탄생 비화를 조선 후기의 사회상과 엮어 담아낸 영화다.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바다생물에 대해 잘 아는 어부 청년 창대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역사를 바라보는 이준익 감독의 시선과 통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성리학과 사학, 양반과 상놈, 현실과 이상, 땅과 바다 등 대비되는 소재를 바탕으로 사회적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진실로 필요한 가르침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정약용과 그의 두 형, 정약종과 정약전은 조선에 소문난 천재 형제들이자 서로가 서로에게 귀감이 되는 존재였다. 동시에 이들은 서양 학문인 서학을 배우면서 천주교를 종교로 삼았다. 정조는 이들의 능력을 인정하면서 이 점이 형제들의 미래를 막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버티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 '자산어보'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어린 순조가 직위하면서 대신들의 모함으로 삼형제는 고초를 겪는다. 약종은 두 형제를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하고, 약전은 약용의 목숨을 구하고자 절대 천주교를 믿지 않았다 강하게 항변한다. 이에 떨어질 수 없는 두 형제는 유배를 떠나게 된다. 작품은 도입부에서 이들 삼형제의 분단을 통해 슬픔의 정서를 보여준다. 슬픔에 빠져있던 약전이 흑산도에서 관심을 지니게 된 건 해양생물이다.

 

약전은 어부 창대와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된다. 학문에 관심이 많은 창대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대신, 창대는 약전에게 해양생물에 대한 모든 지식을 알려준다. 서자 출신의 창대는 상놈이지만 조정에 대한 강한 충성심으로 사학을 섬기는 약전에게 반감을 지닌다. 약전은 도움이 아닌 지식교환을 조건으로 조선의 해양생물을 집대성한 자산어보의 집필에 들어간다. 이렇게 두 사람은 서로가 스승이자 제자인 관계를 맺는다.

 

조선 말 정약용과 같이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를 지닌 학자들을 북학파라 불렀다. 이들은 공론만 일삼는 성리학 대신 실제 백성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학에 집중한다. 실제 정약용은 유배 당시 목민심서를 비롯해 관리가 어떻게 하면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있는지를 다룬 책을 다수 저술했다. 약전 역시 이런 실학의 자세를 지니고 있다.

 

▲ '자산어보'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그는 성리학을 추대하며 실학을 나쁜 것이라 여기는 창대에게 성리학과 실학은 적이 아닌 함께 나아가는 관계라 말한다. 약전은 성리학을 이론적인 측면, 실학을 실천적인 측면으로 생각한다. 두 학문의 좋은 점을 모두 받아들이며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 그의 이런 마음은 조선 후기 사회와 연관되어 있다. 관리가 돈을 주고 관직을 사는 매점매석이 성행했고, 이렇게 관직을 산 관리는 본전을 뽑기 위해 세금을 올려 걷는 삼정의 문란이 극에 달했다.

 

약전은 백성들 곁에서 그들의 생활을 좀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지만, 창대는 조정에 희망을 품고 관직에 나아가고자 한다. 처음에 약전에게 적대감을 품을 만큼 조정이 하는 일은 모두 옳다 여기는 창대는 세상이 어지러운 걸 알지만, 그것이 바꾸기 어려운 문제임을 모르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인다.

 

정약용은 지방의 관리들이 올바른 마음으로 백성들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리고자 목민심서(牧民心書)를 저술했다. 그는 조정 내부에서의 변화를 이루고자 했다. 창대는 정약용의 방법이 올바른 길이라 여긴다. 백성을 위해서는 올곧은 관리가 많아져야 한다 여긴 그는 과거에 도전하지만, 친인척이 주를 이루는 합격자와 어디서부터 물든 것인지 알 수 없는 근묵자흑(近墨者黑)을 경험하게 된다. 실질적이고 합리적이라 여긴 방법이 이상에 가깝다는 걸 실감한다.

 

정약용이 자신의 위치에서 서민들의 삶을 바꾸고자 했다면, 정약전은 서민들의 삶 속에 들어가 더 나은 생활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 몰두한다. 그 결실이 자산어보(玆山魚譜). 홍어가 가는 길을 알려면 홍어를 알아야 한다는 창대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백성들의 삶을 알기 위해 그들이 일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자 한다. 해양생물을 보고 그 몸을 가르며 하나하나 지식을 습득한 정약전은 자신의 책이 어업활동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필을 멈추지 않는다.

 

<자산어보>는 대조를 통해 정답을 말하는 작품이 아니다. 성리학과 실학이 사회가 겪는 문제에 함께 답을 찾아갈 수 있듯 화합과 조화의 관점을 보여준다. 이는 조선 말 당파싸움의 문제를 현대의 극단적인 사상 갈등을 연결하며 사회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견문을 넓힌다. 동시에 교육에 있어서도 성리학이 지닌 이론과 실학이 지닌 실용성의 조화를 보여주며 교육이 지닌 방향성에 대한 고견을 남긴다.

 

한줄평 : 과거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는 온고지신의 자세

평점 : ★★★★☆

 

▲ '자산어보' 포스터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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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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