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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현실과 환상을 담아낸 안소니 홉킨스의 얼굴

[프리뷰] '더 파더' / 4월 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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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1-04-01

 

▲ '더 파더' 스틸컷  © 판씨네마(주)

 

[씨네리와인드|김준모 기자] 더 파더는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끈 뒤 뉴욕 브로드웨이를 강타한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했다. 영화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원작자인 플로리안 젤러에게 메가폰을 주었다. 첫 연출작으로 자신의 극본을 스크린에 옮기게 된 그는 원작이 지닌 장점을 살리는데 주력한다. 대배우 안소니 홉킨스가 본인의 이름과 같은 캐릭터 안소니를 맡아 펼치는 열연과 예측 불가한 흐름을 선보이는 극의 구성은 영화의 편집기법을 더해 그 호흡에 특별함을 더한다.

 

영화는 안소니의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흐름을 만들어 낸다. 런던의 집에서 혼자 지내던 그는 딸 앤이 가끔 집을 방문하는 게 전부인 적적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온 정체불명의 여성에 당황한 안소니는 그녀가 앤이고 그가 살고 있는 집이 앤의 집이란 소리를 듣게 된다. 안소니는 디멘시아(치매)를 겪고 있다. 이 점은 작품의 흐름을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하며 드라마 장르임에도 높은 스릴감을 준다.

 

▲ '더 파더' 스틸컷  © 판씨네마(주)

 

디멘시아를 소재로 서스펜스를 구상하다

 

디멘시아를 소재로 한 작품은 두 가지 방향성을 보인다. 기억을 잃어가는 슬픔을 조명하는 드라마이거나 사라진 기억에 중요한 힌트를 배치한 반전 중심의 스릴러다. 전자의 경우는 내일의 기억이나 장수상회같은 드라마 작품을, 후자는 리멤버같은 스릴러 장르를 들 수 있다. ‘더 파더는 이 중간에 위치한다. 전반부에는 스릴러와 공포를, 후반부에는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전반부는 안소니와 앤이 서로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면서 심리적인 긴장감인 서스펜스를 높인다. 안소니는 본인 기억의 혼란으로 공포를 느낀다. 딸의 얼굴마저 알아볼 수 없게 된 그는 무너지는 현실에서 방황한다. 이런 방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서일까. 안소니는 신나게 웃고 떠들다 갑자기 날카롭고 사나운 모습을 보여주며 앤과 새 간병인 로라를 당혹스럽게 한다.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안소니는 두 사람에게 앞에서는 미소를, 뒤에서는 근심을 품어야 하는 공포의 존재로 인식된다.

 

후반부는 앤과 안소니가 지닌 감정의 골을 깊게 비춘다. 앤은 안소니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정신적으로 막다른 길에 몰린 모습을 보인다. 안소니 앞에서는 미소를 보이지만, 잠시라도 다른 곳을 쳐다볼 때는 슬픔이 잠긴 표정을 드러낸다. 앤의 연인인 폴은 이에 고통을 느끼고 안소니를 몰아세운다. “언제까지 여기 계실 작정이세요?”라는 폴의 말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안소니를 붙잡고 고통을 주며 슬픔의 정서를 심화시킨다.

 

▲ '더 파더' 스틸컷  © 판씨네마(주)

 

시계와 그림, 현실과 환상의 줄다리기

 

작품은 두 가지 소재를 통해 현실과 환상, 양쪽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안소니의 심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시계는 디멘시아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가고 싶은 안소니의 심리를 보여준다. 안소니는 계속 손목시계를 찾는다. 이 모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흘러가 기억을 어지럽히는 시간을 잡고자 함을 의미한다. 시계를 찾아도 다음 장면에서 다시 잃어버리는 안소니의 모습은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의 유랑을 보여준다.

 

벽에 걸린 그림은 안소니가 왜 이런 유랑을 떠나는지 보여준다. 안소니는 새로 온 가정부 로라가 둘째 딸을 닮았다 말하며 벽에 걸린 그림이 둘째 딸이 그린 것이라 말한다. 둘째 딸은 세상을 떠났지만 안소니는 그 사실을 잊은 듯하다. 그가 환상에서 둘째 딸을 본다는 점, 벽에서 그림이 사라지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점은 둘째 딸에 대한 아픈 기억을 잊기 위해 스스로 그 유랑을 떠났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쩌면 디멘시아의 원인 중 하나가 그 죽음에 대한 충격 때문일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디멘시아를 소재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던 이유는 배우 안소니 홉킨스의 존재에 있다. 탭댄스를 좋아하는 유쾌함부터 상대의 인격을 짓밟는 잔혹함까지 천의 얼굴을 한 작품에서 선보인 그는 약 60년에 달하는 연기 인생의 종합판을 선보인다. 그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가 보일 때가 있는가 하면, <두 교황>에서 선보였던 온화함이 얼굴에 나타날 때도 있다. 그의 연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파더의 의미

 

작품의 제목이 더 파더인 이유는 안소니란 캐릭터가 아버지,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독립적이고 권위적인 모습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지닌 모습도, 원치 않지만 결국 짐이 되어야만 하는 모습도 모두 한 남자가 아버지가 되면서 지니게 되는 얼굴이다. 인물 사이의 관계와 감정에 중점을 둔 연극의 형태에 영화의 편집을 활용해 스릴러적 매력을 가미한 이 작품은 그 시도만큼 놀라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한줄평 : 기억의 현실과 환상을 아버지의 얼굴에 담아낸 놀라운 시도 

평점 : ★★★☆☆

 

▲ '더 파더' 포스터  © 판씨네마(주)



김준모 기자| rlqpsfkxm@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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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씨네리와인드 미디어본부 기획취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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