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의 잔인하고도 우아한 복수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영화 '장고 : 분노의 추적자'

가 -가 +

오승재
기사입력 2019-06-27 [18:05]

▲ 영화 '장고 : 분노의 추적자' 한 장면     © 콜럼비아 픽처스

 

가장 미국적인 장르로 꼽히는 서부영화는 문명과 야만의 대립. 멋진 백인 카우보이와 적군 인디언과의 이분법적 구분이 강조된다. 하지만 서부영화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들이 기회의 땅인 미국에서 융화를 도모하는 멜팅팟 (Melting pot) 가치를 주입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였다. 해당 은유는 미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주류 담론이었다. 미국의 국가주의에 가장 큰 문제는 타자화였다. 앵글로 색슨 계통의 이민자들은 미국에 적응하기 위해 주류 가치에 동화되었던 반면,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고유문화, 가치 유지를 추구했다. 이때 미국은 다르다틀리다로 간주하게 된다. 동화되지 않는 소수 민족들을 모든 갈등과 분쟁의 원인으로 몰아넣는 프레임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결국 주입된 관점으로 인해 동화되지 않는 이질 존재들은 미국의 정체성에 타격을 주는 타자들로 왜곡되었다. 서부영화는 미국인들에게 백인 주인공이 악당 인디언을 물리치는 영웅주의와 개척 정신을 향유하기 위한 콘텐츠였고, 미디어의 힘으로 인해 결국 백인우월주의, 인종차별, 오리엔탈리즘 등 타자화의 산물이 초래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백인우월주의의 관점에서 벗어나 기존 서부영화를 통렬히 비판한다. 영화 Django Unchained는 제목만 보고 유추해볼 수 있듯이 흑인노예 장고에 대한 구속이 제거되어 기존 서부영화와는 다른 전개가 벌어진다. 백인우월주의에 저항하며 주인공이 흑인이 되어 기존 프레임을 비판하는 블랙스플로이테이션 필름 (blacksploitation film)의 형태를 띤다. , 기존 백인우월주의와 서부영화에 대한 복수극이다.

 

 

단순한 선악구조 배치에서 벗어난 내러티브

 

▲ 영화 '장고 : 분노의 추적자'의 주축 4인방     ©콜럼비아 픽처스

 

해당 영화는 기존 서부영화의 우월한 백인과 미개한 인디언의 선악구조 배치를 역으로 뒤집어 노예제도에 반하는 선이 악을 이기는 내러티브로 구성되었다. 이때 기존 차별, 억압에 대한 복수극인 만큼 잔인한 면만 부각될 수 있었으나 타란티노 감독은 본인 특유의 인물 유머나 특정 상황을 관객들에게 부여해 백인을 무찌르는 스토리를 보다 유쾌하게 표현했다. 장고에 4명의 각각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통해 미국 노예제도를 비판한다. 먼저 주인공 장고(제이미 폭스)는 흑인이다. 서부영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백인 카우보이와는 대조적이다. 타란티노 감독은 장고라는 캐릭터를 통해 영화 초반부 백인에게 착취당하는 흑인의 모습과 노예거래의 희생양이 된 장고의 부인 브룸힐다(케리 워싱턴) 등을 통해 백인우월주의의 폐해를 지적한다. 더 나아가 노예제도의 희생양이었던 장고가 카우보이가 되어 부조리를 극복하고 차별의 주체인 백인 농장주를 무찌르는 전형적 권선징악의 주체가 된다. 장고의 조력자인 킹 슐츠(크리스토프 왈츠)는 독일출신의 백인으로 노예제도를 혐오하며 자유주의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그는 백인 브리틀 형제를 처치하기 위해 해당 농장의 노예였던 장고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제안한다. 백인 형제 처치라는 공통의 목표를 공유한 그들은 노예제도의 가장 큰 폐해라고 할 수 있는 노예거래로 팔려간 아내, 브룸힐다를 구하려는 장고의 목표도 함께하게 된다. 이를 통해 둘 간의 단단한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슐츠는 보편적 가치관과는 다르게 장고에게 특정한 격식과 권위의식을 내세우지 않았고 말을 타는 방법, 식사 등을 장고에게 친절히 알려주며 장고는 카우보이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된다.

 

반면 거만하고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인 남부의 농장주 캘빈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악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미국사회에 팽배한 백인우월주의적 성향을 내포하고 있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기 위해 흑인을 정당한 대가 없이 착취했으며 노예매매도 서슴지 않았다. 흑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고 하등한 존재로 설정한 후 그들을 이용, 평가하는 전형적 인종차별주의자이다. 마지막으로 흑인이지만 권력과 자익을 위해 백인을 떠받드는 비열한 캐릭터 스티븐(사무엘 L. 잭슨)은 이기주의의 산물이며 갈등을 극대화시키는 인물이다. , 백인의 우월함, 흑인의 열등함이라는 기존의 서부영화 내러티브를 뒤집어 노예로 통용되던 흑인이 영웅이 되어 백인 사회에 대항하는 구도를 통해 노예해방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장고의 사회 부조리와 권력자에 대한 복수와 응징은 관객에게 통쾌함을 제공한다.

 

 

자유주의자 슐츠와 귀족 캔디 간 백백(白白)’ 갈등은 독일 vs 프랑스 갈등의 은유

 

타란티노 감독은 단순히 영화를 미국사회 비판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영화 속 배경은 남북전쟁 직전이다. 해당 시기는 독일 자유주의자들이 주도했던 독일 형명과 모든 국민에 평등한 권리를 근간으로 한 프랑크푸르트 국민회의가 프로이센 왕 빌헬름 4세 및 귀족의 거부로 목표를 잃고 기능을 상실했던 때이다. 독일 민주주의의 이념이 상실되어 오로지 기득권층의 논리로 국가가 구성되는 독재체제가 갖춰져 노동자 계층은 수많은 억압을 받으며 살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지닌 킹 슐츠는 절대왕정이 지배하던 프랑스 앙시앵 레짐의 보수귀족의 형상을 한 백인, 캔디에 대한 혐오감을 가감 없이 표출한다. 시민의 자유와 귀족의 독재의 이분법적 대립은 미국으로 전유된다. 남부의 백인지주들이 흑인을 정당한 대가 없이 착취하며 권력을 획득하는 모습은 명백한 모순이었다. 독일 자유주의자인 킹 슐츠와 노예로 통용되던 흑인 장고가 영웅이 되어 백인 사회에 대항하는 구도를 통해 노예해방을 이뤄낸 스토리라인은 타란티노가 왜 도덕적 수호자로 통용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잔인함과 유쾌함을 융화하는 도구 풍자

 

위에 언급했다시피 타란티노는 기존에 팽배한 차별주의 및 억압을 비판하고 있다. 혁명적 복수를 떠올리면 잔인하고 무겁다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타란티노는 본인 영화 특유의 잔인함을 표현하면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하고 있는데 그 장치는 바로 풍자이다. 먼저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인 KKK단을 활용해 그들의 권위를 추락시킴과 동시에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KKK단은 백인 우월주의, 반유대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동성애 반대 등을 주장하는 미국의 극우 비밀 결사 단체이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과감히 드러내지 못하고 두건 뒤에 숨어 마치 익명성이 보장된 악플러와 같이 흑인을 무시하고 잔인하게 비하한다. 하지만 장고와 슐츠가 탄 마차를 급습하는 그들은 두건을 쓰면 앞이 안 보인다며 서로 다툰다. 두건의 유무로 갈등하는 그들의 모습은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함을 내포한다. , 타란티노는 KKK단 인종차별주의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권위의식인지를 풍자한다.

 

▲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단을 풍자하는 장면     © 콜럼비아 픽처스

 

 

더 나아가 종교를 도구로 흑인노예제도를 구축하고 양극화의 심화를 초래한 백인 기독교 교리를 풍자한다. 그들이 작위적으로 만든 성경에 의하면 흑인들은 종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주인에게 충성하는 삶이 종교적 올바름이 되며 하나님이 주신 뜻을 온전히 이루게 되는 것이라 주장하며 노예제도체제를 유지하는 도구로 종교를 악용했다. 장고가 본인을 노예로 착취하고 여자 친구를 캔디농장에 팔아넘긴 백인 브리틀 삼형제에게 복수하는 데, 그들의 가슴에는 찢어진 성서가 붙어있다. 이를 통해 종교를 권력유지와 착취의 도구로 활용한 백인을 풍자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남부 주요 생산물인 목화 생산을 위해 노예를 착취한 점을 지적했다. 장고가 백인세력에 보복한 후 그들의 피가 목화에 묻게 되고,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인물 캔디를 사살할 때도 장고가 그의 가슴에 있는 흰 꽃에 총알이 명중한다. 더 나아가 흰색으로 도배되어있는 그의 집도 피로 물든다. 이를 통해 흑인의 주체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과거 흑인이 착취하고 억압했던 기준을 타파한다.

 

 

영화의 풍미를 더하는 시네마토그라피 (Technic)와 미장센 (Scenic)

 

타란티노는 역동적 카메라워크와 클로즈업 그리고 구시대적 자막과 정교하지 않은 연출로 해당 영화를 제작했다. 이는 지극히 의도적인 연출이며 서부영화를 배경으로 하고 해당 시점에서 서부영화의 폐해를 풍자하기 위해 복고의 형태를 만들었다. 과거 가해자인 백인의 시점에서만 영화가 제작되어 백인우월주의가 보편적 가치가 되어 팽배하게 되었고 원주민은 열등하다는 프레임이 객관적 사실이 되었었다. , 폭력의 시대에서 흑인영웅 장고가 백인우월주의를 박살내는 장고는 어떤 형태의 시대극 보다 날카롭고 진취적이다.

 

백인과 흑인의 이분법적 구분과 차별을 효과적으로 타파하기 위해 타란티노는 다양한 연출 테크닉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백백 갈등의 주체 슐츠와 캔디가 악수를 망설이는 씬이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상반되고 상호의 목표가 제거하는 데에 있으므로 악감정과 긴장감이 극에 달해 있다. 타란티노는 관객에게 보다 높은 긴장감과 몰입감을 부여하기 위해 미디엄 샷이나 클로즈업 샷을 활용해 관객을 제 3의 인물로 참여하도록 했다. , 관객이 단순한 목격자로 국한되지 않고 관찰자의 시점으로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미장센은 모든 장면에서 관객이 바라보는 모든 시각대상을 배열하고 조직함을 의미하며 세부적 요소를 보다 잘 전달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해당 영화는 미장센을 통해 미국의 인종차별의 폐해를 전달하고 있다. 먼저 미국 남부의 거대한 농장과 농장을 관리하는 백인, 착취당하는 흑인의 이분법적 형태, 개에 물려서 죽는 흑인과 노예 거래 등 1860년대 남북전쟁 당시 시대상을 담고 있다. 그리고 미장센을 구성하는 소품을 의미하는 소품(Prop)의 경우 KKK단의 상징인 가면으로 백인우월주의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가면은 극비밀조직이었던 그들의 은유적 도구이다. KKK단의 구성원은 전직 남부군 사령관이나 병사, 남부 연합의 정치인들, 교회 목사 등으로 본인의 명성과 지위를 드러내고 다른 인종, 종교를 비난하는 행위는 위험요소가 따름을 인지하고 하얀 두건을 쓰고 신분을 숨긴다. 그들은 가면이라는 허물에 숨어 흑인과 백인 우월주의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해 구타나 살인, 성폭행, 방화를 가했으며, 피해 집단도 흑인에서 유대인, 동성애자, 이민자, 가톨릭 신자 등으로 번져나갔다. 영화 속 KKK단이 가면을 쓰느냐 마느냐로 갈등하는 씬은 KKK단의 권위의식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본인 특유의 유쾌함과 잔인함을 융화하여 유쾌한 복수극을 완성시킨 타란티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 분노의 추적자는 독창적 내러티브 구조와 잔인함과 유쾌함의 융화를 통해 최근 영화가 2시간을 넘어가면 지루해하는 관객의 특성을 초월하는 몰입감을 제공하여 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 타임임에도 수많은 관객, 평론가 그리고 OST 등의 부수적 창구효과를 창출했다.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던 근본적 이유는 잔인한 복수극이 아닌 유쾌하고 우아하게 백인우월주의를 풍자한 복수극이었다는 점이다. 복수는 보편적으로 억압의 대상이 분노로 가득 차 폭력을 통해 극복하는 형태를 띠므로 무겁고 잔인하다. 하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영화의 흐름을 방지하고자 슐츠라는 캐릭터에 영화 전체의 유머를 부여한다. 관객들은 러닝타임 내내 킹 슐츠의 화려한 언변과 장난끼 넘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타란티노는 슐츠의 유쾌한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주입했다. 이후 백인우월주의를 대변하는 백인 캐릭터들에 총을 쏴 살해하는 장면을 배치하여 영화가 잔인하다는 인상보다는 유쾌하다는 색체가 훨씬 강하게끔 의도했다. 보편적 서부영화를 비판하는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선택함과 동시에 본인의 개성을 잃지 않고 복수극에 유쾌함을 부여한 영화를 제작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이 시대의 진정한 영상 혁명가이다.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오승재의 다른기사보기

관련기사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ins_news3/ins_mobile/data/ins_skin/o/news_view.php on line 81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씨네리와인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