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 '특별한 인질' 공식 포스터 © DAUM 영화 |
24시간 이내에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딸의 양육권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싱글맘 '라껠.' 다행히 은행 직원들이 그녀의 처지를 이해해줘서 대출을 긴급히 마무리하려는 순간-
"다들 손 들어! 비상벨을 누르면 대가리를 날려버린다!"
그런데 갑자기 2인조 강도가 쳐들어와서 은행에 있는 사람들을 인질로 잡아버립니다. 라껠은 대출 진행만 하게 해달라고 은행 강도들에게 사정하지만, 그들은 매정하게도 그녀에게 가차 없이 폭력을 휘두릅니다.
그러나 강도 커플의 인질극은 하나부터 열까지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갑자기 배고프다면서 경찰에게 피자 배달을 요구하지 않나, 축구 준결승전이 시작할 시간이 되면 잠시 인질극을 중단하고 경기를 응원하기도 합니다.
이에 희망을 얻은 라껠은 은행 강도들을 잘 구슬려서 대출을 마무리 지을 계획을 세웁니다. 먼저 라껠은 전과자인 강도 둘이 경찰과 직접 전화를 하면 신분이 탄로 날 거라면서, 자신이 강도들을 대신하여 협상 전화를 받아줍니다. 라껠이 내세우는 거침 없는 협상 조건에 경찰이 긴장하기 시작하자, 은행 강도들은 그녀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면서 대출 절차를 도와주게 됩니다.
그러나 사실 라껠은 협상 조건 속에 치밀한 암호를 넣음으로써 경찰에게 강도들에 관한 정보를 몰래 흘려 보내면서 인질극 구출 작전에도 도움을 주고 있었습니다.
거짓말에 있어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라껠, 과연 그녀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요?
201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인 영화 '특별한 인질'은 아이큐 164의 소유자인 천재 싱글맘 라껠과 그녀에게 휘둘리는 허술한 강도들의 온도 차(?)가 상당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범죄스릴러와 허를 찌르는 블랙 코미디, 그리고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충격적인 반전의 연속, 이 세 박자가 어우러진 이 영화는 전 세계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 (좌) 콜도 세라 감독님, (우) 천재 싱글맘 '라껠' 역을 맡은 배우 '엠마 수아레즈' © kOLDO SERRA 감독님 공식 인스타그램 (@koldo_serra) |
오늘은 영화 '특별한 인질'을 연출하신 스페인의 거장 '콜도 셀라(KOLDO SERRA)' 감독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 '특별한 인질'이 어떻게 다가오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영화 속의 코미디 장면이 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온 게 맞다는 게 실감이 될 만큼 상당히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라서 즐거운 인터뷰였습니다.
![]() ▲ 영화 '특별한 인질(70 Binladens)' 공식 포스터 © DAUM 영화 |
▶ 영화 '특별한 인질' 의 원제는 '70 Binladens'입니다. 이는 한국 관객들에게 낯선 말이라서 많은 분들이 뜻을 궁금해하시는데, 영화의 원제에는 어떤 뜻이 있나요?
'Binladens'은 500유로짜리 지폐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70 Binladens'라는 돈은 워낙 거액이다 보니 (한화로 약 4600만 원), 그 돈을 직접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이 돈을 손에 넣어야만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제목은 다른 언어로 해석하면 늬앙스가 전달되기 어렵기에, 외국에서 상영 시에는 제목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 '특별한 인질'은 은행 강도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요, 혹시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서 참고하신 실제 사건이 있나요?
스페인에는 은행 강도가 많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하나의 특정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은 건 아닙니다. 여러 뉴스를 참고해서 영화 속 사건의 현실감을 살리고자 했죠.
넷플릭스의 드라마 '종이의 집(money heist)'보다는 작은 스케일로 촬영이 진행되었지만, 저는 일상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현실감을 살리는 데에 중점을 뒀습니다. 일상 생활에서 있을 법한 실수를 반복하는 허술한 강도를 등장시킨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은행 강도를 다룬 영화들이 '인질범'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저는 '인질' 캐릭터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 ▲ 사면이 아파트로 둘러싸인 공간적 배경 ©DAUM 영화 |
▶ 확실히 공간적 배경이 소규모였던 점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한국 관객들에게 이국적으로 다가왔는데요. 한국에도 아파트는 많지만, 이렇게 고층 아파트가 은행을 사면으로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는 건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
방한 일정 중에 한국을 둘러보니 한국은 고층 빌딩이 많지만, 스페인은 한국만큼 고층 건물이 흔치 않습니다. 영화의 촬영지는 제가 일부러 발품을 팔아서 특별히 고른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