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경멸시되는 한 AV 배우가 보여준 것 [BIFAN]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 영화 '콜 마이 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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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훈
기사입력 2019-07-06 [10:20]

▲ 영화 '콜 마이 네임' 포스터.     © 영화사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콜 마이 네임'이라는 영화가 상영됐다. 이 영화는 AV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다소 특이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일단 필자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 중 '콜 마이 네임'이 가장 뚜렷하게 메세지를 전하는 영화라고 느꼈다. 보는 관객들이 영화 이해를 어렵게 느끼지 않으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뚜렷하게 전했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AV 배우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 산업에 있는 사람을 그려내는 영화이다 보니 성적인 장면의 비중이 적지 않다. 하지만 AV 배우를 주인공으로 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은 맞지만, AV 산업을 중점으로 그려내는 것이 아닌 AV 배우의 삶과 이외의 캐릭터의 삶을 중심으로 한다. 여기에서 AV 산업은 영화의 이야기와 메세지를 이끌어가는 도구라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지금까지 성인 영화를 주로 만들어 온 '핑크 4천황' 사토 토시키 감독은 이번에도 성인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AV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여 이를 취재하는 기자, 주인공과 그의 어머니와 동생 등 다양한 이들의 삶에 대해 얘기한다. 

 

 

▲ 영화 '콜 마이 네임' 스틸컷.     © 영화사



르포 작가인 사무라 아츠시(후키코시 미츠루)는 여성 AV 배우를 인터뷰하는 일을 맡게 된다. 사람들 앞에서 벌거벗고 섹스만 하는 이들을 내심 바보로 만들면서도 그들 앞에서는 존경한다고 말한다. 분명히 마음속에서는 내려다보고 있는 AV 여배우들에게 왜 자신은 집착하는가 하는 모순을 안고, 시무라는 취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렇게 많은 배우들을 만나다 아츠시는 AV 여배우 마에다 하나코(안시아 조)를 만난다. 하나코는 지금까지 만난 여배우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상 학자금 대출을 하게 됐고, 이렇게 AV를 처음 찍게 되었던 하나코는 작품을 찍고 집안에서 쫓겨난다. 2년 가까이 부모님, 동생과 연락조차 하지 못한 하나코. 그렇게 그 시간동안 꾸준히 돈을 모았다. 남들은 AV 배우를 경멸하고, 혹은 인간으로서의 존중도 하지 않는다. 그저 눈에 띄지 않게 살 뿐이다. 하지만 하나코는 자신을 취재하는 아츠시에게 자신은 이 일이 좋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결국 부모님이 결국에는 자신을 응원하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나코는 자신이 어른이라는 사실을 잃지 않기 위해 그 사실을 잊을 때마다 아래를 내려다본다. 자신의 발톱을. 자신의 발톱에 빨간 매니큐어를 바르고, 그 매니큐어가 떨어지고 헤지면 다시 바르는 행동은 하나코로 하여금 자신을 위로하는 동시에 마음을 다잡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코는 자신을 갑자기 찾아와 자신의 돈과 보험증을 훔쳐 신용카드로 엄청난 돈을 남자 호스트한테 써 버린 동생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2년간 모아두었던 적금을 어머니께 건넨다. 자신과의 연을 끊었던 어머니에게 주고, 자신은 나중에 원할 때 그만둘 수 있으니 조금 더 일하자는 생각으로 화를 내지 않는다. 즉, 직업적인 면에서는사회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충분히 가치 있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포한다.

 

아츠시는 전 부인에게서 이러한 말을 듣는다. "당신은 변하지 않았어. 당신은 당신을 위해서밖에 살 수 없는 사람이라고". 아츠시도 인간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니다. 단지 일과 돈에 쪼들리고,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조차 잘 챙겨드릴 수 없으며, 가족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던 사람이다. 부족하다면 부족하지만, 사실 아츠시에게서 현대인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는 대목이다. 일에 쪼들리고, 돈에 좌우되고, 사랑을 믿지 않기도 하는 그런 모습들 말이다. 

 

 



 

아츠시는 한 요양원에 불 지른 사람에 대해 취재 차 같이 나간 자리에서 같이 취재 나간 여자 동료에게 몰랐던 그녀의 얘기를 듣게 된다. 자신도 한 때 AV를 찍었었다고. 그러면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자신이 일했던 요양원에 불 지른 범인을 보며, 아츠시에게 살인 하고 싶었던 적이 없느냐 묻는다. 그러면서 자신은 고양이를 죽인 적이 있다고, 강에 빠뜨려 죽였다고 말한다. 자신이 사랑받고 싶어서. 고양이가 없어지면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사랑을 갈망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 영화는 AV 배우의 삶이나 AV 배우가 쓸모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말하거나, 그런 영화가 아니다. 모두가 같은 사람들이고, AV 배우들도 결국 인간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AV 배우인 주인공이나 다른 캐릭터나 모두가 힘들 게 살고 있고, 결코 삶을 가볍게 사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 만족하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삶을 행복하게 사는 이는 많지 않겠지만 '콜 마이 네임'은 누구의 삶이든 가치는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씨네리와인드 한재훈 에디터]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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