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 감춰진 핸드백 수십 개..이 여자의 무서운 광기

영화 '마담 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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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기사입력 2019-07-16 [20:25]



스릴러 영화의 성패를 결정하는 '서스펜스'라는 감정은 관객들이 느끼는 조바심과 초조함을 극대화시켜 긴장감을 유발해낸다. 하지만 모든 스릴러 영화가 이런 서스펜스의 작업에 성공하는 건 아니다. 특정한 장면의 서스펜스에 성공하더라도 극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서스펜스를 잃을 때도 있다. 

  

지난 26일 개봉한 영화 <마담 싸이코>는 극 전체의 서스펜스를 우아하고 격조 있게 유지시키는 법을 아는 작품이다. <모나리자>, <크라잉 게임>,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시나리오가 지닌 맛을 살려온 닐 조단 감독은 소수의 인물들과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 스릴러 영화를 통해 서스펜스의 진수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 <마담 싸이코> 스틸컷.     © (주)쇼박스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에 빠져 있는 프랜시스는 지하철에서 주인 없는 핸드백을 줍는다. 핸드백의 주인인 그레타는 혼자 사는 중년 여성으로 그녀는 친절하게 프랜시스를 대우해 준다. 딸과 헤어진 그레타와 어머니가 없는 프랜시스.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고 프랜시스는 자신의 별명이 껌딱지라며 항상 그레타와 함께할 것을 약속한다. 

  

그레타의 집에서 함께 식사를 약속한 날, 프랜시스는 실수로 그레타의 방 장롱을 열게 되고 그 안에서 수십 개의 핸드백을 발견하게 된다. 그레타는 뉴욕 지하철에 일부러 핸드백을 버려두고 핸드백을 돌려주기 위해 찾아온 젊은 여성들과 친해지려는 집착이 느껴지는 행동을 반복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안 프랜시스는 충격을 받고 그레타와 멀어지려 한다. 하지만 프랜시스를 향한 그레타의 집착은 애원을 넘어 점점 광기로 변모한다. 

  

<마담 싸이코>는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흐름에서 서스펜스의 묘미를 보여준다. 그레타라는 캐릭터는 정체가 밝혀진 순간부터 광기를 내뿜으며 공포의 강도를 올리지 않는다. 관객들은 제목에서부터, 핸드백을 지하철에 두고 내린 이유를 알게 된 순간부터 그레타가 집착과 광기의 인물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레타는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음악을 사랑하고 다정다감한 면을 지닌 우아한 캐릭터의 성격을 유지하듯 그저 미행을 하고 친구의 사진을 보내며 프랜시스를 압박한다.

 

▲ <마담 싸이코> 스틸컷.     © (주)쇼박스



이 압박이 무서운 이유는 그레타가 어떤 행동을 저지를 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게 되는 서스펜스의 힘에 있다. 그레타가 그저 창밖에서 프랜시스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무표정에서 입가에 미소만 지어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작품 내내 유지된다. 이 긴장감이 터지는 시점 역시 인상적이다. 싸이코 캐릭터를 다루는 작품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주인공 캐릭터가 본색을 드러내면서 본래 영화의 색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작품 역시 우아한 그레타와 격조가 느껴지는 작품의 분위기가 망가질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레타의 정체가 드러나고 프랜시스가 그녀에게 강한 반감을 표하며 감정선이 어긋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영화는 그레타의 인내를 통해 이런 위기를 극복해 낸다. 그레타는 바로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프랜시스가 그녀의 의사를 따르지 않을 때, 그 반항이 점점 더 강해지고 마치 반항적인 딸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슬픔처럼 감정이 격화되었을 때 광기를 터뜨린다.

 

▲ <마담 싸이코> 스틸컷.     © (주)쇼박스



이 시점에서 관객들은 갑작스러운 캐릭터의 전환이나 인물 관계의 변화로 인한 혼란이 아닌 꽉꽉 차오른 서스펜스가 폭발하는 극도의 긴장감을 경험할 수 있다. 그만큼 <마담 싸이코>는 그레타라는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할 사이코가 아닌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는 캐릭터로 묘사해 냈다. 또 프랜시스가 느끼는 공포와 변화를 단계적으로 설정하며 서스펜스가 주는 긴장감을 극 전체에서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마담 싸이코>는 익숙한 이야기를 다룰 때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지 아는 영화이다. 스릴러가 주는 최고의 묘미인 서스펜스의 공식에 충실하며 클래식한 느낌으로 기품이 느껴지게 포장한다. 여기에 이자벨 위페르라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연기파 배우를 통해 캐릭터가 표현하는 감정선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 영화는 기본 공식에 충실하고 높은 완성도를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가 특별한 영화임을 보여준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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