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갱에 영감받은 소설, 서머싯 몸 지음 '달과 6펜스'

[서평] 책 '달과 6펜스'

가 -가 +

김준모
기사입력 2019-08-06 [15:35]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그림은 밝고 강렬한 색체와 그의 내면이 강하게 반영된 회화로 당시에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였으나 피카소 등 젊은 화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사후 높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뒤늦게 화가를 시작했고 타히티 섬에서 자신의 예술혼을 꽃피운 고갱의 이야기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깊은 감흥을 주었다. 이는 작가 서머싯 몸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달과 6펜스>를 통해 폴 고갱이라는 화가의 내면에 주목한다.

 

▲ <달과 6펜스> 표지.     © 민음사



제목의 '달'과 '6펜스'는 예술가의 삶을 의미한다. 둘 다 원형에 은색을 지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달은 높은 하늘 위에서 마치 이상처럼 존재하는 반면 6펜스는 그 당시 영국의 가장 낮은 은화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서머싯 몸이 작품에서 그려내는 고갱의 내면은 달과 같은 높은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예술을 지향한다. 하지만 현실이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인의 삶은 6펜스와 같은 찢어지게 가난한 신세가 되고 만다.

 

젊은 작가인 화자는 작가 모임을 주최하는 부인의 남편인 찰스 스트릭랜드가 어느 날 집을 나가버리자 그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파리로 향한다. 아내와 처자식, 주식 중개인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파리로 가버린 스트릭랜드는 오직 '그림'을 그리기 위해 허름한 하숙집에 둥지를 튼다. 30대 후반의 남자가 눈에 띄는 재능도 없이 이런 무모한 도전을 택한 이유는 그 내면에 자리 잡은 예술을 향한 열정 때문이다.

 

화자는 '왜 찰스 스트릭랜드가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리기로 결정했나'에 대해 추궁하지만 그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리고 작품은 이런 예술가의 내면을 달에 비유한다. 달은 밤하늘을 밝게 비추기에 아름답고 찬란하다. 하지만 그런 아름다움과 찬란함을 가질 수 있는 이는 드물다. 달빛을 받아 별이 될 수 있는 삶은 비록 달은 될 수 없어도 찬란함에 가깝지만 오직 달만을 바라보고 열망하는 삶은 어둠에 도태된다.

 

이런 어둠이 상징하는 것이 6펜스이다. 달이라는 찬란한 예술가가 되지 못하는 스트릭랜드는 일용직과 빚으로 연명한다. 예술가를 표방하는 장사꾼과 모방꾼은 별이 되어 빛날 수 있지만 예술가는 달이 되지 못하면 어둠으로 사라진다.

 

그 어둠은 가난과 빈곤으로 이어진 끝이 없는 터널이다. 작품은 이런 스트릭랜드의 예술을 향한 열망과 광기를 더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그가 지니는 금전적인 문제와 함께 인간성의 문제를 건드린다.

 

스트릭랜드는 자신을 빈곤에서 구해준 친구 더크 스트로브를 배신하고 그의 아내 블란치를 죽음으로 몰아갔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양심적인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가족을 런던에 두고 파리로 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면의 욕망에 따라 행동한다. 예술의 세계에는 사회가 지닌 양심과 상식, 책임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스트릭랜드가 더욱 예술적인 광기에 빠져 가면 갈수록 그는 사회에서 거리가 먼 존재가 되어간다.

 

폴 고갱의 삶을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가공의 인물을 통해 표현해낸 <달과 6펜스>는 그의 삶을 통해 '과연 진정한 예술과 삶의 가치는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찰스 스트릭랜드가 예술에 진정한 눈을 뜨게 되는 장소는 폴 고갱이 그의 예술세계에서 전성기를 달렸던 타히티 섬이다. 속세에서 완전히 벗어난 이곳은 그에게 물감 살 돈만 있으면 어떠한 그림도 그릴 수 있는 천국과도 같은 공간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타히티 섬은 그가 원해서 택한 낙원의 공간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밀리고 밀려 결국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 도망치듯 떠내려간 곳처럼 작품은 묘사하고 있다.

 

사회적인 협상과 타협을 하지 않았기에 진정한 예술의 세계(달)에 접근할 수 있었던 그였지만 그 타협이 없었기에 평생을 가난과 불안이라는 가장 낮은 삶(6펜스)을 살아야 했다. 이 예술가의 모습은 누구나 마음 한구석 예술가의 혼이라 할 수 있는 모험심을 지닌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진정한 예술은 기행과 악행이라는 인간 내면의 본성을 깨워야만 이뤄지는 것일까, 그것이 예술의 원천이나 원동력이라면 예술과 삶은 서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사회와 타협을 본 예술은 진정한 가치가 없는 것일까 하는 질문을 이 작품은 던지고 답을 요구한다.

 

<달과 6펜스>는 폴 고갱의 삶을 가공의 인물인 찰스 스트릭랜드를 통해 표현하며 예술과 삶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심도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김준모의 다른기사보기

관련기사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ins_news3/ins_mobile/data/ins_skin/o/news_view.php on line 81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최신기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씨네리와인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