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연주자에서 바스크 독립 투쟁 세력의 일원이 되다 [JIMFF]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 아코디언 연주가의 아들 / ‘The Accordionist’s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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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기사입력 2019-08-15 [11:30]

 

▲ 영화 '아코디언 연주가의 아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바스크는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 지역에 위치한 지역으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이자 자체 언어인 바스크 언어를 사용하는 독립적 집단이다. 하지만 스페인 내전(1936~1939)으로 인해 바스크는 스페인으로 강제 통합되었다. 바스크는 융화를 거부하며 전통과 문화를 철저히 지키려는 태도를 고수하여 스페인에게 많은 억압을 받았다. 특히 스페인의 군사독재자인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내세운 반공주의로 인해 바스크가 고유문화와 언어를 탄압당하자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을 통칭하는 ETA의 저항운동이 벌어졌다. 영화 아코디언 연주가의 아들은 바스크 지역의 다비드가 프랑코 독재정권에 충실했던 아코디언 연주가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되며 초래되는 갈등과 저항운동의 주체가 되는 과정 그리고 바스크 인들의 슬픔을 다룬 영화이다. 특히 프랑코 독재정권의 은유인 아코디언을 중심으로 한 인물 간 갈등을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

 

 

플래시백을 활용한 극적 효과 창출

 

해당 영화는 현재, 과거와의 지속적 교차를 통해 다비드의 삶을 조명하고 충적적인 결말로 보다 극적으로 도달하고 있다. 영화 초반부는 세월이 지나 중병에 걸린 다비드가 작성한 회고록을 통해 바스크의 과거를 다룬다. 1960년대 프랑코 독재정권이 팽배하던 시절 다비드는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코디언을 배운다. 아버지의 가치관과 언어가 주입되는 상징계 속 다비드는 바스크의 작은 마을 오바바에 거주함에도 아코디언을 연주하고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전형적 스페인인이다. 다비드의 목표는 아버지의 욕망을 체화하여 아코디언 연주를 완벽하게 다듬고 연주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 독재정권을 지지하는 아버지의 아코디언 연주를 보고 배우는 다비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하지만 다비드는 자아를 형성해나가며 아버지의 모순과 바스크가 겪고 있는 역사적 맥락을 인지하게 되면서 아버지 혹은 독재의 산물인 상징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바스크 탄압을 지지하며 스페인을 찬양하는 데에 활용되는 아코디언 연주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다비드는 프랑코 병사들의 기념비 제막식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기를 거부하며 부패한 정권에 저항한다. 다비드는 친구 호세바와 어울리며 스페인 독재체재를 타파하기 위해 ETA에 가입하여 활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ETA 활동을 같이하던 루비스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게 되며 어머니도 죽음을 맞이하는 등 큰 비극이 다비드에게 초래된다. 스페인 정부의 폭력적 탄압은 폭력적 저항으로 이어져 ETA는 정부 건물에 폭탄 테러를 가했다. 반정부 행위를 하던 도중 누군가의 밀고로 다비드와 그의 친구들은 고문을 당하게 되는데 프랑코 정권에 충실했던 아버지의 가정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이후 다비드는 반역죄로 60년대 중반까지 바스크를 떠나야만 했고 군사적 악순환이 마감된 평화로운 바스크 땅을 밟게 되나 뇌출혈로 인해 병상에 눕게 된다. 간만에 병문안을 계기로 찾아온 친구 호세바는 밀고의 주체가 본인이었음을 이실직고한다. 정의와 바스크 평화를 투쟁한 다비드의 삶은 가장 가까운 친구와 어머니의 죽음, 배신, 그리고 수많은 바스크들의 망명 등 1960년대의 바스크인을 대변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이 영화는 바스크의 역사적 맥락을 다룬 영화이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역사들과 닮아있다고 믿는다,”

 

영화 상영 이후 진행된 Q&A에 참석한 아코디언 연주가의 아들의 감독 페르난도 베르누에스 (Fernando Bernués)은 바스크라는 지역에 대해 공유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전하며 바스크뿐만 아니라 타국의 역사적 맥락과도 유사한 점이 있으므로 포괄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 말했다. 부조리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독재자의 폭력과 억압 그리고 투쟁 끝 비로소 평화를 되찾는 과정은 문화, 언어, 역사적 배경은 다를지라도 이들 간에는 끈끈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무장단체인 ETA가 행하는 폭력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프랑코 독재정권을 타파할 방법이 보이지 않아 선택한 불가피한 행위였음을 지적했다.

 

 

▲ 영화 상영 후 관객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베르누에스 감독     ©오승재

 

무엇보다도 아코디언은 아버지의 구역을 상징하며 다비드의 음악을 상징한다. 평생을 아코디언을 잘 연주하기 위해 고뇌하는 데에 투자했으므로 다비드에게 아코디언은 정말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끄러운 과거에 대한 저항으로 아코디언 연주를 거절하고 ETA 단체에 가입하여 바스크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다. 이후 호세바가 병상에 있는 다비드에게 밀고사실을 이실직고하나 다비드는 호세바의 진심어린 사과와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그리고 호세바가 가지고 있던 다비드 아버지의 아코디언을 다비드에게 건네주고, 그는 아코디언을 연주한다. , 아코디언은 주인공의 인생이자 삶의 화해를 내포한다.

 

스페인은 여전히 바스크, 카탈루냐 등 지역갈등이 공존하고 있다. 바스크는 프랑코 사망 뒤 자치권을 되찾았지만, 바스크인들은 독립만을 원하며 무장투쟁을 이어나갔다. 스페인의 폭력적인 독재에 ETA는 폭력적으로 저항했고, 이로 인해 40여 년 간 스페인에선 80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했고 바스크 지역은 무너졌다. 바스크 지역은 지속적인 회복을 거치며 폭력투쟁보다는 점진적인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스페인 정부의 경우도 비록 몇 지역 간 정치적인 갈등이 존재하지만 폭력적 형태의 제재는 사라졌다. 양측이 폭력적 해결방안을 논의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갈등을 다루고 있는 현 상황은 다비드와 같은 바스크 인들이 남겨놓은 긍정적 유산이다. 영화 아코디언 연주가의 아들은 제 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상영되었고 많은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씨네리와인드 오승재]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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