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아름답지만 어설픈..

[프리뷰] 제니 게이지 감독의 로맨스 블록버스터 <애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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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기사입력 2019-08-22 [10:45]


▲ 포스터     © 네이버 영화


첫사랑은 각종 콘텐츠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드라마, 만화, 소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첫사랑의 추억이나 아픔을 담은 작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화에는 대표적으로 <노트북 (2004)>, <플립 (2010)>, <건축학개론 (2012)> 등이 있겠다. 제니 게이지 감독의 <애프터> 역시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다. 대학에 갓 입학한 ‘테사’가 ‘하딘’을 사랑하게 되면서 경험하는 사건들과 감정을 담아냈다. 관람을 마친 후, <애프터>는 말 그대로 ‘첫사랑’ 같은 영화라고 생각됐다. 아름답고 매혹적이지만 아쉬움이 남는 그런 영화.
 
테사의 첫사랑은 아름다웠다. 연애의 모든 과정이 성장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테사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엄마의 뜻대로 살아왔다. 하지만 하딘을 사랑하게 된 후 엄마에게 독립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던 하딘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새로운 감정을 느끼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된다. 영화는 “이전의 나는 단순하고 확고했다. 그를 만난 후는 그저 애프터(after)다.”라는 나래이션으로 시작된다. 이때 하딘을 만난 후를 ‘애프터’라고 함축한 것은 아마 그와의 만남이 용기, 독립, 선택, 성장 등 너무 많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녀의 연애가 아름답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테사는 사랑에 빠져있는 동안 주변 인물들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하딘을 향한 마음이 강해지면서 원래 남자친구였던 ‘노아’를 배신하고, 하딘과의 교제를 반대하는 엄마에게 모진 말을 내뱉게 된다.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감정에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진 것이다. 이후 연애가 순탄했다면 좋았겠지만 테사는 친구의 계략에 넘어가서 하딘을 오해하고 그를 떠나버린다. 하딘의 마음은 분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과 함께 커진 두려움과 불안함에 진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녀 자신도 힘들게 만든다. 사랑의 감정이 벅차올랐던 만큼 후회와 상처도 진하게 남은 것이다.

▲ 스틸컷 (호숫가 데이트)     © 네이버 영화


첫사랑의 속성이 그러하듯 영화 자체도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배우와 음악, 영상 등 세 가지 요소는 그녀의 사랑을 더욱 매혹적으로 그려낸다. 히어로 파인즈 티핀은 반항적이면서도 신비로운 하딘 그 자체이고, 조세핀 랭포드 역시 테사의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전달한다. 피아 미아의 ‘Bitter Love’와 셀레나 고메즈의 ‘Good For You’ 등이 수록된 사운드 트랙은 영화에 세련됨을 더해준다. 또한 제니 게이지 감독의 영상은 잠들어있던 연애 세포를 자극한다. 특히, 호숫가 데이트 장면과 두 사람의 첫경험 장면은 미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잘 표현했다. 
 
하지만 스토리나 연출과 관련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스토리가 진부했다. 전체적인 구성이 모범생 소녀가 반항적인 소년에게 이끌려 사랑이 시작되고, 소년을 짝사랑하는 여자에 의해 위기를 맞이하는 전개이다. 오히려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폭풍의 언덕>, <위대한 개츠비>, <오만과 편견> 등의 소설이 갖는 역할이 더 컸으면 좋았을 것 같다. 혹은 호수, 욕조, 폭우 등이 나오는 장면에서 물이 가지는 속성을 사랑에 대한 은유로 더 강조했다면 특별했을 것이다. 
 
또한, 성적인 부분이 강조되어 주제를 약화하는 느낌을 받았다. 소녀가 사랑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성장을 하는 것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 사이에 성적인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의 비중이 크다. ‘첫 경험 그리고 애프터’라는 캐치프레이즈도 흥미롭긴 하나 전체적인 주제를 담아내기에는 조금 편향된 듯하다. 테사의 독백이나 감정표현의 비중이 커지고, 두 인물이 서로를 이해하고 오해를 풀어가는 서사가 더 정교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처음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순수하고 강렬한 것에 비해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이나 소통하는 능력 등 다른 모든 부분이 미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두 인물이 혼란스러워하고 서로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 답답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사실적인 영화였다. 영화에서 느껴진 아쉬움도 어쩌면 두 인물이 느낀 강렬한 감정의 비중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씨네리와인드 안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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