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열정과 어둠을 동시에 담아내다, '불빛 아래서'

[프리뷰] 영화 '불빛 아래서' / 8월 29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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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기사입력 2019-08-22 [13:29]

▲ <불빛 아래서> 포스터.     ©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1980, 1990년대 대한민국은 밴드 음악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70년대부터 활동한 신중현과 엽전들, 산울림에 이어 부활, 시나위, 백두산, 들국화는 당시 전성기를 이끌며 수많은 청춘들에게 밴드에 대한 열망과 락의 정신을 불어넣었다. 이런 밴드 음악의 성공은 한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좋은 보컬리스트들의 발굴로도 이어졌다. 이승철, 임재범, 김종서, 박완규, 정동하 등은 밴드 활동 이후 자신만의 음악적 색과 음색을 통해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의 밴드 음악은 점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카스텐, 혁오는 물론 다양한 밴드들이 버스킹, 공연 등을 중심으로 인지도를 쌓았고 일부 유명 밴드들은 지상파 방송까지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현재 밴드 음악은 대한민국 음악계에서 여전히 비주류 장르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하는 밴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 <불빛 아래서> 스틸컷.     ©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세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불빛 아래서>는 세 개의 파트를 통해 홍대를 기점으로 음악활동을 하는 밴드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첫 번째는 가난과 행복이 공존하는 현실이다. '네오 사이키델릭 디스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으며 혜성처럼 등장한 로큰롤라디오는 네 명의 멤버 모두가 YB(윤도현 밴드)의 테크니션 출신으로 음악계에서 잔뼈가 굵다. 그들은 굵직한 상을 휩쓸며 이름을 알렸지만 여전히 경제적인 문제에 시달린다. 

  

이는 홍대에서 1년 동안 100번의 공연을 한 웨이스티드 쟈니스 역시 마찬가지다. 공연 대관료를 빼고 나면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말마다 공연을 할 수 없는 밴드도 많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 그럼에도 이들이 무대 위에 서는 건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기 때문이다. 웨이스티드 쟈니스의 보컬 안지는 한때 돈을 벌기 위해 음악 레슨을 오랜 시간 했던 과거를 꺼내며 "내가 레슨을 하기 위해 음악을 한 건가라는 생각에 괴로웠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 <불빛 아래서> 스틸컷.     ©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밴드 음악에서 돈과 행복은 공존하기 쉽지 않다. 극소수의 성공한 밴드를 제외하면, 무대 위에서의 행복과 무대 아래에서의 빈곤이 대립을 이룬다. 두 번째는 성공을 위한 도약이다. 학창시절부터 함께 해 온 더 루스터스는 충성심 높은 코어팬들 덕분에 그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으며 로큰롤라디오는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공연과 한국대중음악상-올해의 신인상 등 뚜렷한 성과를 내며 노력에 대한 성과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다.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홍대 밴드로는 드물게 국내 최고의 엔터사인 SM 산하의 레이블과 계약을 체결하며 탄력을 받게 된다. 특히 로큰롤라디오와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해외에서도 초청을 받으며 자신들의 음악을 해외에서 선보이는 건 물론 호평을 듣게 된다. 세 번째는 이런 도약을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의 장벽이다.

우리 음악시장의 획일화다. 발라드, 힙합 등 특정 장르의 음악이 성공을 거두면 그와 비슷한 음악이 한동안 차트를 점령한다. 이러한 현상은 창작자들의 다양한 시도를 위축시키고 한쪽으로, 곧 돈이 되는 쪽으로만 집중하게 만든다. 

▲ <불빛 아래서> 스틸컷.     ©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



웨이스티드 쟈니스의 베이스 닐스 제르망은 우리나라의 인디 음악시장을 프랑스 인디 음악시장과 비교하며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준과 다양성, 창의성과 개성을 지닌 시장"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시장의 성공이 메이저 혹은 주류 음악계를 향한 '파란'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현실은 밴드에게 더 이상 나아갈 동력과 꿈을 심어주지 못한다. 지난 2011년 첫 방송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KBS 2TV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 TOP 밴드 >를 통해 많은 밴드들이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속 밴드들은 방송의 막대한 파급력 때문에 서바이벌이라는 경쟁에 내몰리는 밴드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들이 무대 위에 오르고 음악을 놓지 않는 이유는 그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밴드 음악은 자신의 살아온 인생, 같은 세대가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 저항과 혁명의 정신이 담겨 있다. 이런 음악을 통해 무대 위의 가수와 무대 아래의 관객은 공감하고 열광하며 함께하는 축제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이들의 음악에는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힘이 있다.

 

<불빛 아래서>는 찬란한 불빛 아래 꿈과 열정, 행복을 담은 밴드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다. 여전히 성공하고 싶고 현실적인 여건에 좌절과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무대 아래 팬들의 환호와 박수소리를 잊을 수 없기에 현실 대신 꿈을 택하는 청춘을 보여준다. 밝게 빛나는 조명처럼 열정과 투혼으로 무장한 청춘의 꿈과 희망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한 이 작품은 무대 위의 빛과 그 아래의 어둠을 모두 담아낸 보고서다. 29일 개봉.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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