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가 더 리얼해지는 법

곤지암과 블레어 윗치, 그리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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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현
기사입력 2019-09-24 [15:42]

 <곤지암>(2018)은 인터넷 상에서 악명 높은 폐가인 곤지암 정신병원의 괴담을 소재로 한 영화이다. 최근에 개봉한 국내 공포영화중에는 이례적으로 200만 명에 달하는 성과를 거두면서 완전히 불모지에 가까운 국내 공포영화 시장을 다시 살렸다고도 볼 수 있지만, 관객들의 평가는 완전히 상극으로 갈리는 모양새다.

 

 

▲ 영화 <곤지암>(2018)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곤지암>은 일명 파운드 푸티지 형식을 이용한 영화이다.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는 이 형식을 이용한 영상물들이 어떤 자료 영상을 발견했다.’로 시작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큐멘터리에서도 현실감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형식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 파운드 푸티지라는 용어는 공포영화의 하위 갈래 중 하나에 한정되어서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이런 기법이 공포영화에서 특히 많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현실감과 현장의 긴박함이 극대화되는 연출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을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꾸몄기 때문에 더 주목받을 수 있다. 가장 좋은 예시가 1999년 국내에서 개봉했던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1999)이다. 이 영화는 1994년 버킷츠빌 숲에서 마녀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다가 실종된 세 명의 대학생이 남긴 필름을 짜깁기해서 제작되었다. <블레어 윗치> 홈페이지에서는 버킷츠빌 숲의 마녀에 대한 괴담과 사건들을 정리해서 게시하기도 하면서 실제로 영화를 보고 그 숲을 찾아가는 사람들도 생길 지경이었다.

 

 

▲ <블레어 윗치>(1999)의 공식 홈페이지 사진     © The Blair Witch Project 홈페이지

 

 

 

 물론 나중에 괴담마저도 전부 거짓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영화를 보던 당시 실제로 비전문가가 찍은 듯한 영상과 배우들의 현실적인 모습이 관객들로 하여금 실제 상황이라고 믿게 만들었고, 끔찍한 모습의 귀신이나 일명 갑툭튀가 없었음에도 불과하고 심리적인 공포를 크게 자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2007)도 영화 시작부분에 영상을 제공해 준 유족과 경찰에게 감사한다는 문구를 띄워 영화 속 상황이 실제 상황인 것처럼 연출했다.

 

 

▲ <파라노말 액티비티>(2007)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얼핏 질 나쁜 거짓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두 영화 모두 초저예산 대비 큰 수익을 거두면서 공포영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파운드 푸티지에서의 가장 기본이 현실감, 즉 리얼함이라는 것을 여기서 알 수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지금 화면에 보이는 것이 실제 상황이라면 아주 무섭게 생긴 귀신이나 괴물이 등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무서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파운드 푸티지 영화가 리얼함에서 오는 긴장감과 공포를 강조하기 때문에, 다른 공포영화에서 볼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나 시그니처 귀신, 그리고 잘 만든 분장과 소품 같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로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존재에 의해서만 벌어진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 때문에 심리적인 불안함만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런 파운드 푸티지 영화의 맥락을 잘 이어받아 발전한 것이 인터넷 생방송 형식의 공포영화이다. 국내에서는 <곤지암><혼숨>(2016)이 그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두 영화들은 앞서 소개했던 파운드 푸티지의 대명사들과는 다소 느낌이 다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혼숨>은 인터넷방송 화면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이미 기존에 유명한 배우인 류덕환이 주연으로 등장했고, 영화 시작 전에 주연 배우들의 이름이 먼저 스크린에 떴기 때문에 아프리카 TV <야광월드>의 실제 방송이라는 문구가 무색해졌다.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것이 허구임을 알고 보게 되는 것이다.

 

 <곤지암>도 현실감을 위해서 배우들의 실제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원래 있던 파운드 푸티지 장르에 비해 영화적인 요소와 연출들이 조금 더 많이 가미되었다. 또한 영화감독에 대한 기대도 <곤지암>이 영화로 자리 잡는 데 큰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곤지암>의 감독은 인터넷 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평을 많이 받았던 공포영화 <기담>(2007)의 정범식 감독이다. <기담>은 개봉 당시에는 64만 명 정도의 성적을 거두었지만, 이후 관람객들의 입소문으로 점점 유명해져, 아직도 가장 무서운 영화 중 하나로 회자되기도 한다. 유난히 감독과 제작사의 파워가 강한 공포영화 시장에서, 그런 정범식 감독의 이름은 t사람들로 하여금 <곤지암>을 보게 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 <혼숨>(2016)의 스틸컷     © 네이버 영화

 

 

 흥행을 위해, 또는 관객들에게 더 멋진 경험을 주기 위해 영화 속 세계를 현실로 끌어낸다는 점에서 파운드 푸티지 영화는 다른 공포영화들과는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여 왔다. <혼숨><곤지암>은 파운드 푸티지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기존의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이 지키고 있던 암묵적인 규칙인 실화 기반의 법칙을 깬 것이다.

 

 관객들이 이 작품들이 이미 허구를 기반으로 한 공포 영화임을 알고 있다면, 그들이 이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은 일반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과는 달라진다. 어쩌면 관객들은 상상력을 자극하게 하는 실화보다는 자극적이고 명쾌한 지어낸 이야기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 앞서 언급했던 파운드 푸티지 영화들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공포감을 유발했는지 생각해보면, <혼숨><곤지암>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하지만 한때의 유행 이후, 식상해질 대로 식상해진 파운드 푸티지 영화가 완전히 없어지기 전에 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또 새로운 모습을 띠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는 또 어떤 형태의 발견된 필름이 리얼한 공포를 담아 줄 지 기대가 된다.

 

[씨네리와인드 이시현]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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