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오락 영화는 이래야 한다, ‘엑시트’

이 영화의 흥행이 반가운 이유

가 -가 +

김예찬
기사입력 2019-09-30 [09:40]

▲ 영화 '엑시트' 메인 포스터     © 다음 영화

 

도시 한복판에 가스 테러가 발발한다. 이에 두 주인공 남녀는 이 재난 속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들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것은 무능한 정부, 이기적인 악역, 재난 상황 밖 사람들의 무관심, 이로 인한 작위적인 전개그리고 후반부 신파였다. 이는 지금까지의 한국 재난영화가 지닌 클리셰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엑시트>는 달랐다. 지난 731일 개봉한 이상근 감독의 장편 데뷔작, <엑시트>는 이러한 클리셰를 깨며 호평을 받아, 9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이 영화가 쟁쟁한 경쟁작들을 누르고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영화 '엑시트' 스틸컷     © 다음 영화

 

손님이 먼저지. 나 구름정원 부점장이야.”

우선 앞서 말했듯이, <엑시트>는 기존 한국영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초반부 이타적인 인물이 등장하긴 하지만, 스토리를 전개함에 있어 이른바 고구마같이 답답한 연출을 유발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퇴장한다. 또한 두 주인공 남녀는 물론이고 후반부 드론으로 도움을 주는 재난 밖 시민들까지, 이기적인 인물을 통해 전형적인 재난 영화 속 인간 군상의 갈등을 드러내지 않으며, 정부 역시 긴급재난문자의 빠른 발송과 재난의 신속한 대처 등, 기존 재난 영화와 같이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깔끔한 전개는 이 영화가 자신이 가진 장르의 정체성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될 수 있었다. <엑시트>는 자신의 장르에 대한 자신이 있다. 비슷한 예로 올해 초 개봉한 <극한직업>을 들 수 있겠다.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와 다르게, <극한직업>의 천만 관객 돌파 소식이 반가웠던 이유는 기존 장르의 클리셰를 깬 영화가 대중들의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며, 또한 코미디에만 모든 요소들은 집중한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의 기존 공식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었다. <엑시트> 역시 이에 부합한다. 작품 속에서의 모든 요소들을 재난 탈출 액션이라는 영화의 캐치프레이즈만을 위해 집중하며, 이와 같은 면에서 호평을 받아 흥행했다.

 

▲ 영화 '엑시트' 스폐셜 포스터     © 다음 영화


“여러분 다같이 따라하세요! 따따따 따--따 따따따

<엑시트>의 연출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 깔끔함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또한 매우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부터 (주로 유머 요소로 사용되는) 현실적인 고증은 재난 발생 이후로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도시, 그리고 그 속의 빌딩. 우리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는 무대에서 주인공들의 탈출기가 그려지기 때문. 헬스장의 기구들을 통해 건물 밖으로 탈출하거나, 학원에서 늦은 밤까지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들, 그리고 고깃집 배기관을 타고 올라오는 유독가스 등…. 우리의 일상 속에서 흔히 보이는 요소들이 재난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기도, 주인공들의 탈출을 돕기도 한다. 다소 호불호가 갈렸던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들의 재난 상황 중계장면도 이러한 연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연출들은 기존 재난 영화와의 차별성을 더욱 강조한다. 더해서, 영화의 현실적인 고증 때문인지 <엑시트>는 재난 발생 시 교육용 매뉴얼 영화로도 주목을 받았는데, 최근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의무 설치 대상을 확대하는 법령 개정이 이루어진다는 보도가 나온 것으로 보면, 실제로도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 영화 '엑시트' 스틸컷     © 다음 영화

 

“내가 여기서 나가면 저렇게 높은 건물로 된 회사에만 원서 낼 거야.”

가벼운 킬링타임용 영화를 추구하지만, 그 속에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 또한 <엑시트>의 흥행 요소이다. 쓰레기봉투 안에 들어간 청춘(의미심장한 장면이다). 이 청춘들은헬조선에서 탈출하기를 꿈꾼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처지에 대한 은유가 영화 곳곳에 뿌려져 있다. “지진. 쓰나미. 그런 것만이 재난이 아니라, 우리 상황이 재난 그 자체라고!”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는 그저 재밌는 킬링타임용 영화였지만, 생각할수록 영화 속 의미심장한 장면들과 대사들은 영화의 가벼운 분위기 속 감독이 주고자 하는 무거운 메시지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의 감상을 해지치 않는 선에서 메시지를 곱씹게 만드는 감독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오락 영화로 평가받기는 아쉽다. 천만 관객 돌파 실패 소식은 더욱더 아쉽다. <엑시트>는 단순하지만, 영리한 영화다. 가벼운 분위기 안에서 극적 긴장감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엑시트>와 같은 신선한 오락 영화들이 앞으로 한국 영화계의 공식을 바꾸기를 기대해 본다.

 

[씨네리와인드 김예찬]

 

 

보도자료 및 제보 : cinerewind@cinerewind.com

김예찬의 다른기사보기

관련기사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ins_news3/ins_mobile/data/ins_skin/o/news_view.php on line 81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갱신

Copyright ⓒ 씨네리와인드.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