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적인 재능의 개발자가 저지른 잔혹 살인

[프리뷰] 영화 '토막 살인범의 고백' / 10월 17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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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모
기사입력 2019-10-07 [13:26]

 

▲ <토막살인범의 고백>.     © (주)다자인소프트



 

이번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두 편의 독일영화가 수위 높은 잔인한 영화를 상영하는 '금지구역' 섹션에 초청을 받았다. 유럽에서 큰 논란이 되었던 실제 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골든글러브>와 함께 한국을 찾아온 <토막살인범의 고백>은 살인범의 입장에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한 남자가 토막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한다.

 

<토막살인범의 고백>은 같은 독일 영화이자 시체를 훼손하는 살인을 보여준 <골든글러브>와 다른 결을 선보인다. <골든글러브>의 경우 197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재건을 위한 노력으로 건강한 미래 세대를 키워냈으나 전쟁의 공포와 고통을 겪었던 독일의 중년 세대들은 경제적인 빈곤과 정신적인 황폐함에 빠져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중년 남자 프리츠 혼카의 살인 행각은 시대가 지닌 고통과 아픔을 은유적으로 상징한다.

 

반면 이 작품은 현대를 배경으로 개인이 지닌 잘못된 욕망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를 위해 작품은 한 개인의 모습을 그려내지만 그 모습이 살인의 합리화나 로망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이는 피트라는 인물을 표현함에 있어 사회의 책임이나 개인의 변명보다는 사건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반응을 중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 <토막살인범의 고백> 스틸컷.     © (주)다자인소프트



피트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프로그램 개발자로 대학에서 교수의 총애를 듬뿍 받고 있는 대학원생이다. 피트는 똑똑하고 유능하지만 오랫동안 혼자 연구를 하며 지냈기 때문에 사교성이 부족하고 내성적이다. 여기에 뚱뚱하고 못생긴 외형은 자신감을 하락시켜 인터넷 성인 채팅을 통해서만 여자와 소통하고 성적인 욕구를 푼다. 이런 피트에게 큰 변화가 생긴다. 언제나 환하게 미소 짓는 클라라와 함께 논문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한 번도 여자를 만난 적 없고 여자에게 관심도 받아본 적 없는 피트는 친구 알렉스 때문에 클라라에 대한 그릇된 욕망을 품게 된다. 알렉스와 피트의 관계는 평범하지 않다. 알렉스는 피트의 재능에 대해 질투를 느낀다. 그러나 피트의 외모나 사교성을 보면서는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기도 한다. 알렉스는 한 번도 여자를 사귀어 본 적 없다는 점을 들먹이며 피트를 자극하고 이 자극에 넘어간 피트는 클라라에게 고백한다.

 

하지만 클라라가 그 고백을 거부한 순간 피트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사랑이 주는 행복과 이별의 아픔을 경험해 보지 못한 그에게 한 번도 피트를 이성의 대상으로 생각해 본 적 없다는 클라라의 말은 큰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피트는 왜곡된 사랑의 관념을 품게 된다. 클라라를 오직 성적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로 결심한 것이다. 작품은 그 순간을 통해 끔찍한 경험을 선사한다.

 

▲ <토막살인범의 고백> 스틸컷.     © (주)다자인소프트



이 작품은 살인범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그 내면에 동화될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하지 않는다. <킬러 인사이드 미>, <더 보이스>처럼 살인마의 내면세계를 통해 흥미를 유발해내고자 하는 작품들과 달리 살인의 순간을 잔인하게 포착해내며 피트의 내면과의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이는 피트가 지독할 만큼 이기적인 현대인의 초상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볼 수 있다.

 

피트는 이성적이다. 그는 살인의 순간에도 당황하거나 절망하지 않는다. 상황을 파악하고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하며 손을 떨거나 구토를 내뱉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런 이성적인 모습을 더욱 역겹게 만드는 지점은 그의 살인이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그는 자신의 욕구에는 충실하지만 타인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는다. 평생을 연구와 성공을 위해 살아온 그에게는 남을 위한 예의는 있지만 배려는 없다.

 

이런 캐릭터의 설정은 흔히 범죄영화가 지니는 범죄에 대한 로망 또는 모방범죄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한다. 피트가 내뱉는 변명이나 내면의 목소리를 통한 동정의 유발 대신 아무런 대사 없이 시체를 절단하는 모습을 통해 잔혹함을 더욱 부각시킨다. 관객들은 피가 난무하는 장면을 통해 공포와 역겨움을 느끼며 이 영화가 주고자 하는 이미지적인 공포를 강렬하게 체험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토막살인범의 고백>은 살인범의 변명이나 시대상을 통한 살인의 정당화 같은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잔인하고 역겨운 살인 장면과 개인의 욕망을 보여주며 고어 장르의 영화가 줄 수 있는 색채를 강렬하게 표현해낸다. 이 영화의 정공법은 불쾌하지만 마주해야만 하는 살인의 진짜 모습을 에너지 있게 담아낸다 할 수 있다.

 

[씨네리와인드 김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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