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보스', 평범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영화 [BIFF]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영화 '테크노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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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희
기사입력 2019-10-09 [10:40]

 

▲ <테크노보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여기 한 남자가 운전을 하며 밤 길을 달리고 있다. 남자는 씁쓸한 표정으로 슬픈 노래를 부른다. 이번 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테크노보스>의 첫 장면이다. 주인공 '루이즈'는 오래 일한 직장에서의 은퇴를 앞두고 있다. 보안 회사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하며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 점점 작아지기만 한다. 새로 들어오는 보안 기기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잦은 실수 탓에 동료들로부터 신뢰도 잃고 있다. 아내와는 이혼한 지 오래이고, 퇴근한 그를 반갑게 맞아주는 건 고양이 나폴레옹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은퇴를 앞둔 한 남자를 그린 어둡고 비극적인 작품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코미디' 그리고 '뮤지컬' 장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루이즈는 이런 현실에도 쉽게 좌절하지 않는 오히려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며, 영화는 온갖 실험적인 장치와 흥미로운 음악들로 가득 차있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렇다. 의욕 없는 날들을 보내던 루이즈는 새로운 기기를 설치하러 간 호텔에서 시련을 겪게 되는데, 바로 보안 기계의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통로에 갇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우연히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자신의 전 연인까지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이후로 루이스의 삶은 변화한다. 그녀와 다시 잘 해보려고 하는 마음에 호텔에 가는 일은 설레기만 할 뿐이다. 그렇지만 그의 바람대로 되는 일은 하나 없다. 전부터 신경 쓰이던 무릎은 점점 더 안 좋아지며, 그녀는 루이즈에게 시간을 내어 주지 않는다. 게다가 거래처의 기기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여 자꾸 그를 찾는다. 중요한 순간마다 울려 대는 휴대폰 벨 소리는 그를 분노하게 만든다. 루이즈는 과연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 <테크노보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영화의 절반 이상은 루이즈가 운전하는 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전국의 거래처에서 그를 찾기 때문이다. 그는 운전을 하면서 자신의 기분에 맞춰서 노래를 부른다. 동료들로부터 무시를 당했을 때에는 쓸쓸한 표정으로 세월의 덧없음을 노래하고, 분노로 가득 차 있을 때에는 로커들과 동승한 채 노래를 부른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만 했던 상황과 가사들이었지만, 이제는 루이즈가 차를 타기만 하면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지 기대하게 만든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테크노보스>는 온갖 실험적인 장면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장면들은 하나같이 현실인지 루이즈의 상상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루이즈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거래를 성사한 후에 갑자기 춤을 추기도 하고, 힘 없이 누워있는 그를 밴드들이 둘러싸기도 한다. 그의 오랜 친구 나폴레옹이 죽고 나서 손주로부터 선물 받은 금붕어를 보여주다가도, 갑자기 고양이 모형이 어항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들에 관객들은 한없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그 신선함과 뻔뻔함에 미소 짓게 된다.

 

 

▲ <테크노보스>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테크노보스>는 여러모로 신선하고 독특한 작품이다. 어느 하나 평범한 장면이 없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점은 은퇴를 앞둔 60대 노인의 모습을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그리는 절망적이고 슬픈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이즈 역시 나이 앞에 고뇌하긴 했지만 그에 앞서 춤추고 노래하는, 철없지만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영화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특히 영화 속 장면들을 하나씩 해석하려다간 상영이 다 끝나기도 전에 지쳐버릴지 모른다. <테크노보스>를 가장 재미있게 관람하는 방법은 그저 이 작품을 즐기는 것이다. 영화 속 재치있는 장면에 웃고, 영화 속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타다 보면 금세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또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영화 속에서 나왔던 이 중독성 강한 노래가 귀에서 맴도는 것을 즐기길 바란다. "테크노 보스, 테크노 보스..."

(필자는 영화가 끝나자마자 이 노래를 유튜브에 검색해서 벌써 50번 넘게 듣고 있다!)

 

[씨네리와인드 전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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